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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와 나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58
김양미 글, 김효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7월
평점 :
교복을 멀쑥하게 입고 여동생과 나란히 서 있는 오빠
나이 차이가 무려 일곱 살 나는 중학생 사춘기 오빠.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
철부지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다정한 오빠네요. 저희 집만해도 주인공 오빠랑
나이가 같은 중학생 큰딸과 4살 터울의 막내 사이는 누나 말을 곧잘 따르는 반면에
큰딸과 한살 아래 작은 누나 말은 전혀 안 들어요.
사사건건 작은 누나가 하는 일에 트집잡고
장난걸고 소위 누나를 이겨 먹으러 들기때문에 한살 나이차도 무시 못해요.
오히려 <오빠와 나> 주인공 단추처럼 자기가 한 살이었을때 오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여덟 살이었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옛날 형제 많은 집 첫째형, 둘째형, 셋째형..중
큰형 뻘 되는 오빠라면 맨날 동생과 싸울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이 안 들텐데요.
맨날맨날 자기를 약올리고 괴롭히는 얄미운 오빠라면
오빠에 대한 감정이 썩 좋지만은 않겠죠.
그런데 마치 유아그림책같은 에필로그의 예쁜 그림들을 보면
그 동생이 얄밉다는 오빠가 어디봐서 그럴 오빠인가요. 외출하고 집에 도착해서
현관에 벗어던진 운동화와 가방만봐도 칭얼대는 동생이 귀여워
어쩔 줄 몰라하는 동생바보인걸요.
비오는 날 무지개 우산 하나 챙겨들고
외출을 준비하는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오빠의 표정이 동생만 바라보는
동생바라기같아요. 그리고 오빠가 쓰던 물건이라면 어느 것하나 아끼지 않는 동생은
어느새 작아진 오빠 가방을 자기가 메고 다닐 정도로 성장했지요.
지금 단추 나이는 일곱 살, 오빠는 열네 살. 그렇게 항상 오빠와 단추는
일곱 살 차이가 줄어 들지 않네요.
엄마가 오빠를 낳고 단추를 바로 낳았다면
지금처럼 나이 차이도 일곱 살이나 나지 않고 오빠랑 키도 비슷할텐데..
단추생각에 엄마 아빠는 왜 오빠를 낳고 칠년 늦게 자길 낳았는지
조금은 미운 생각이 들어요. 단추네 엄마 아빠는 밤늦게까지 이불 가게에서 일하시고
단추와 놀아 줄 사람은 오빠밖에 없어요. 두 사람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요.
오빠는 날마다 날마다 새로운 방법으로 동생과 놀아주는 게
동생을 약 올리기 위해 태어난 사람같아요.
단추, 단추, 새 단추, 엄마가 달아 주신 새 단추.
단추, 단추, 헌 단추.. 단추란 이름으로 단추를 놀리는 노래만 백 개도 넘게 지어 부르며
단추를 놀리고 또 놀려요. 단추 노래에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고모, 삼촌...
이모네 강아지가 싼 똥 얘기까지 나온데요.
뭐 노래야 부르는 사람 마음이라고 하나
듣기 좋은 노래도 한 두번이지 매일같이 이름가지고 놀리듯
노랫말을 바꿔 부르는 오빠가 미울만 하네요. 저희집 큰딸,작은딸 두 누나들이
마마보이라 자길 놀려댈 만큼 자기에게 불리하거나 억울한 일이 있으면 엄마에게 이르기 바쁜
막내와 비교가 되네요. 단추 입장에서 엄마나 자기와 놀아주지 못하는 아빠에게
걸핏하면 오빠가 자길 놀려댄다 어리광 부릴 부모의 빈자리가 커 보이네요.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오빠를 골탕 먹일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단추가 이제는 오빠의 장난에 당하고만 있지 않아요.
비오는 날 오빠의 흰 바지와 흰 운동화가 단추의 표적이 되고 말았어요. 일부러 비가 내려
고인 물웅덩이에 뛰어들어 오빠에게 복수하러 하지만 그전에 오빠가 눈치챌지도 모르는
단추의 어설픈 작전이 성공할 지가 조마조마해요. 게다가 오빠를 미워하면서도
오빠가 하는 거라면 뭐든 다 따라서 하는 따라쟁이 단추는
혼자 다 먹지도 못하는 짜장면 곱빼기를 시키는데요.
오빠는 짜증 한번 안 내요.
왜 짜장이 짜장일까 엉터리로 단추와 놀아줘요.
이 장면에서 세상에 단추는 많아도 오빠에게 우리 단추는
하나밖에 없다고 오빠의 장난이 다 사랑이라고 말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아무도 몰랐던
우리 가족만의 사랑과 소중한 추억이 깃든 단추의 말주머니 속에
단추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그대로 담겨있어요.
저역시 아이들 키우며 벼룩시장 같은데
직접 아이들과 물건도 팔아보고 사보고 했지만 단추와 같은 별난 가게주인은 처음이네요.
오직 물건의 상품가치가 상품성으로 구분짓던 고정관념이 너무나 보잘 거없이
무의미하다는 걸. 마음으로 가족사랑이 전해져오는 따뜻한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