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아저씨네 연극반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 인문학동화 9
예영 지음, 김효진 그림, 심옥숙 도움글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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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인문학동화>는 철학, 문학, 예술, 종교 등

인문학 분야를 대표하는 위인을 어린이들의 가까운 이웃으로 만나서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중요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어린이 인문학 기초 교양서. 그 아홉번째 이야기

칸트 아저씨네 연극반에 초대해요.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인 주인공 채리는

방과 후 수업으로 연극반을 신청하는데 연극반 지도를 맡은 선생님이

세계 철학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하는 평가를 받는 비판 철학 창시자 칸트.

그가 왜 철학이 아닌 연극을 가르칠까? 의아해요. 그것도 원래 수업을 맡기로 한

선생님이 유명한 연극배우여서 첫만남부터가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속상한 나머지 연극반을 그만두고 싶어져요. 

 

일단, 인터넷 검색까지 미리 해 본 멋진 연극배우로

기대했던 연극반 선생님이 키 작고 왜소한 체격에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

뒤로 빗어 묶은 곱슬머리, 넓은 이마 게다가 프릴 장식이 달린 셔츠에 긴 양복 재킷까지

뭐 하나 채리 맘에 드는 게 하나 없어서 더 그래요. 아니 무슨 연극반 반장을 뽑는데

투표가 아닌 가위바위보로 정하는가 하며 공연할 연극도 맘에 안 들어요.

채리가 추천한 작품마다 친구들이 반대 의견을 내서 여주인공도 없는 토끼전이 결정되어

엄청 속상했거든요. 그런데 그보다 더 속상한 일은 토끼전의 배역과 스태프를 정하기로 한 날

주인공이 아닌 다른 배역은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채리는 고민할 것도 없이 

주인공 토끼를 선택했지만 오디션을 봐야 할 상황. 토끼가 용왕 앞에서

간을 빼놓고 왔다고 거짓말하는 연기를 잘 해야 누군가는 주인공 토끼,

다른 누구는 늙고 병든 용왕 역할을 맡아요.

 

지난번 반장 뽑을 때처럼 가위바위보만 아니면

채리는 자신있어요. 주말 내내 온 가족을 동원해서 연기 연습을 했어요.

소개팅 나가야 한다는 큰 오빠를 용왕 역할, 고3 수험생 작은 오빠를 별주부 역할을 맡기고

엄마, 아빠를 관객삼아 자기가 원하는 평을 들을 때까지 연기연습을 멈추지 않았어요.

그도 그럴것이 집에서 애지중지 귀한 막내딸인 채리는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아는 이기적이고 자존심 강한 아이. 언제 어디서든 자기만 돋보여야 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쳐도 미안해하기는 커녕 남을 배려하거나 양보따위는 모르는

막무가내예요. 그런데 그 콧대 높은 채리의 자존심에 상처입은 오디션 결과가 충격적이라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더욱이 남의 충고는 전혀 안 듣는 채리가 

칸트 선생님의 충고는 들을 지 공원을 함께 산책하는

두 사람 사이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을까요.

 

당연히 칸트 선생님의 인생철학이 담긴 조언에

안하무인 채리의 마음이 쉽게 풀어지지 않을까 예상해보지만

늘 예상은 한참을 빗나가네요. 오히려 연극반 오디션에서 있었던 일이 교실에까지 

소문이 퍼지자 공개적으로 견딜 수 없는 창피를 당한 꼴이 된 채리는 어떡하든 친구들 앞에서

기죽지 않으려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데요. 결국에는 자기가 한 거짓말때문에 

연극반을 그만 두고 싶어도 그만 둘 수 없는 상황이 현실적이죠. 저희 딸아이도 채리와

같은 6학년 사춘기라 자기방어에 민감해요. 눈에 보이는 뻔한 거짓말도 

자기잘못을 인정하면 자존심 상해하죠. 아무튼 화가 나서 휴지통에 집어던진 

연극반 대본을 들고 울며 뛰쳐나간 연극반을 제발로 돌아가죠.

그런데 본격적인 대본연습을 시작하려니 길지도 않은 대사를 자꾸 틀리는

친구도 있고, 자기 할 대사만 나오면 키득키득 웃고 장난치는 친구들때문에

짜증섞인 한숨만 나오네요. 도대체 이런 엉망인 실력으로

무슨 연극을 할 수 있을지 보다못한 채리가 쓴소리로

친구들을 지적하고 나서는데요. 

  

특히나 토끼 배역을 놓고 대결을 벌였던

지호의 연기는 더 박하게 평하는 바람에 옆자리 앉은 친한 친구가 

말려보지만 채리는 멈출 생각이 없어요. 급기야 참고 있던 친구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불만을 쏟아내는데 여태껏 어느 누구에게도 이렇게까지 심한 지적은

당해 본 적이 없는 채리는 참기 힘들어요. 아무리 옳은 말도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지 않으면 

차라리 말을 안하느니 못하다는 걸 채리는 모르죠. 똑같이 자신의 성격대로 

친구들에게 하는 행동을 당해보니 그제서야 친구들 기분이 어땠을 지 알 거 같아요.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어 담을 수 없기때문에 칸트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말을 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매사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씀은 꼭 명심해요.

다행히 첫 번째 대본 읽기 연습 이후 연극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어요.

모두 진지한 자세로 집중해서 맡은 배역의 대사를 읽어요.

 

선생님은 모두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죠.

모두가 선생님의 칭찬에 기분좋아 들떠 있는 가운데 채리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아요.

이유가 누구에게나 다 하는 칭찬은 별 의미가 없어서라는데 이 정도로

성격이 까탈스런 주인공은 처음. 딱히 말썽꾸러기 남자 아이처럼 겉으로 큰 말썽 안 피우는데

부모 마음 안절부절 못하게 애간장 녹이는 성격은 장난 아니에요. 학교, 연극반, 집에서 보여주는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주변인물과 갈등 겪는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요. 그 중에서 다음시간

각자 맡은 역할에 맞는 소품을 준비해 오라는 선생님 당부말씀에 채리는

친구들처럼 폐품을 재활용한 소품이 아닌 으리으리한 방송국 소품을 빌려다 가져가는데

선생님이나 친구들 반응이 어땠을까 걱정이 앞서네요. 그리고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지키지 못한 약속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가슴깊이 새기며 

연극 무대에 막이 오를 때쯤 채리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해봐요.

이 책은 연극이란 방과후 수업을 통해 친근하게 칸트의 철학을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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