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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의 아이들 ㅣ 네버랜드 클래식 42
에디스 네스빗 지음, 찰스 에드먼드 브록 그림, 정미우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스런 세 아이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1905년「런던 매거진」에 1년간 연재되다 이듬해에 출판될 당시
일부 평론가들은 다소 지나치게 극적인 사건들과 번번이 행복하게 마무리되는 결말,
수많은 우연의 일치 들을 문제 삼으며 문학적으로 그리 높은 평가를 하지 않았으나
저마다 등장인물들의 뚜렷한 개성과 영화, 드라마 극적 요소들이 가득한
이 작품은 여러 번의 영화와 텔레비전,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 그뿐 아니라
2005년 영국에서 뮤지컬로 재탄생 정도로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에요.
보통은 작품 말미에 작가와 작품에 대한 부연 설명을 곁들이는 반면에
이야기 시작전에 작가의 사진부터 작품의 무대가 되는 배경이나 정보가
여러 장에 걸쳐 설명을 자세히 덧붙이니 이해가 휠씬 쉽네요.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발간된 다양한 <기찻길의 아이들>
책표지를 나란히 비교해보니 괜히 어느 나라 게 더 좋은지 내 마음대로
인기투표라도 할 생각으로 요리조리 더 살펴보게 되네요.
무엇보다 작가 어린시절을 보낸 시골 마을이 고스란히 이야기 속 무대가
되는 가 하며 결혼 후 남편 대신 생계를 꾸려 가기 위해 닥치는 대로
글을 쓰던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작품에 녹아 있다는 게 특별히 애정이 가요.
그도 그럴것이 이 작품에서 세상 편견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돕는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는 엄마의 자리가 얼마나 빛이 나는지 새삼 놀라워요.
가령 가정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난 어떤 흔들림 없이
아이들에게 한결같은 좋은 부모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막상 그러지 못할 게 뻔해요.
그래서 더 책을 읽으면서 천사같은 아이들을 보며
마냥 사랑스럽다가도 아이들을 대하는 엄마의 따쓰한 손길
하나하나에 마음이 가요. 늘 아이들 곁에서 함께 놀아주고 책을 읽어주고
숙제나 공부를 도와주면 뭐가 특별할까 생각들겠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간 동안에도
아이들에게 들려 줄 이야기를 직접 쓰고 항상 아이 생일같은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시를 짓는 엄마라면 다르겠죠. 예를 들면 커서 기관사가 되고 싶어하는 둘째 아들
피터의 열 번째 생일날 생일 선물로 받은 멋진 장난감 기차가 망가졌을 때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엄마의 따뜻한 시가 일상이죠.
아이들도 엄마를 닮아 노래와 시를 짓는 솜씨가 대단해요.
사려깊고 의젓한 큰 딸 로버타의 아빠를 위한
생일 시 한번 보세요.
『사랑하는 아빠, 전 겨우 네 살이에요.
나이를 더 먹지 않으면 좋겠어요. 네 살은 가장 멋진 나이잖아요.
2 더하기 2, 1 더하기 3 난 2 더하기 2가 좋아요. 엄마, 피터, 필리스 그리고 아빠
아빠는 1 더하기 3이 좋죠? 엄마, 피터, 필리스 그리고 나..』
정말 누가 봐도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에요. 하지만 어느 날 갑작스럽게
먼 시골 마을의 작은 농가 '세 굴뚝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이런 행복은 영영 끝나는 줄 알았어요. 이사한 첫날, 휑한 부엌에
옛집에서 가져온 식탁만 덩그러니. 커튼도 없고
바닥에 양탄자도 깔려 있지 않고 한쪽 구석 벽난로에는
오래전에 식어버린 재만 가득해요.
심지어 놀라 뛰어다니는 쥐까지
아빠가 없는 세상에 희망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어요.
전처럼 넉넉하고 안락한 생활을 기대할 수 없는 가운데 사흘 내내
장대비가 내린 추운 날 집안을 따뜻하게 해줄 석탄조차 마음대로 땔 수 없는
궁핍한 형편에 엄마의 슬픔이 어찌 마를 날이 있겠어요. 그래도 엄마의 생각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 아이들이 항상 즐거운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도 가난은 그저 의미없이 엄마가 하는 말일뿐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다만 엄마가 작업실에 오랜시간 글 쓰느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정도외 오히려 학교 대신 자연을 만끽하고
자기들만의 신나는 놀이를 즐기고 이곳 기차역에서 만난
다양한 신분과 성격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새로운 생활에 이내 익숙해져요.
단 한번도 부모를 탓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지 않아요. 기차역은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징검다리로 삶의 소중한 가치를 하나씩 배워 나가요.
그것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할 때, 반대로 절실히 필요로 할때 절대 차갑게
계산하는 법이 없어요. 당당히 헛된 희망이라도 기꺼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힘껏 부딪쳐보죠. 자꾸만 구두끈이 풀려 넘어져도 아픈 엄마를 위해
이름 모를 노신사에게 편지를 전하는 필리스나 기차역 수하물 관리를 하는
퍽스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에요.
살면서 한번쯤 힘든 일 앞에 좌절할 때 피터의 말을 떠올려 보세요.
"모든 일에는 끝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끝을 볼 수 있어. 계속 가!"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