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선물이야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48
황선미 지음, 이고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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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런던도서전 '오늘의 작가'선정,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황선미 신작 <마법 같은 선물이야> 오로라의 고향 캐나다 옐로나이프를 여행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따뜻한 겨울동화.한 번도 여행해 본 적 없는 환상적인 오로라 여행에 대한 부푼 기대로 가득해요. 생일이 크리스마스인 사촌 에디를 보고 싶어하는 할머니 마음대로 정한 여행이지만 책에서 본 에스키모를 만날 지도 모른다는 말에 솔깃.

열 시간 비행기 타고 캐나다에 도착하면 에스키모가 사는 얼음집도 보고 밤마다 오로라는 쉽게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얼음집 비슷한 것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동갑내기 사촌과 여행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아요. 혹시 에디가 영어로만 말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산더미예요.

막상 에디가 먼저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넸지만 재하는 가방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다 인사할 때를 놓치고 나니 더 어색해졌어요. 그동안 사진으로 밖에 본 적 없는 말라깽이 에디가 자기보다 클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그만 당황한 나머지 자기가 얼마나 바보같은지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지요. 사실 이번 여행은 신문 기자인 고모 일때문에 오로라 여행을 하는 걸 여기 와서야 안 재하는 '오로라'가 뭔지도 잘 몰라요.

한가지 오로라는 눈 내리는 흐린 날씨에는 볼 수 없다니 출발하기 전 일기 예보는 꼼꼼히 챙겨요. 그런데 하필 일기 예보에 크리스마스 날 눈 소식이 있어 이건 기뻐할 수도 없어요. 이대로면 오로라 여행에서 기대했던 오로라를 못 볼 수 있으니 눈대신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특별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필요해요.

그나저나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다시 이곳에서 또 비행기를 타야 한데요. 자동차로는 이틀, 삼 일은 꼬박 달려서 도착하는 먼 거리라 첫날부터 새벽에 일어나 출발 해야 하죠. 재하는 왜 그렇게 먼 곳까지 가야 오로라를 볼 수 있는지 궁금한 게 넘 많아요. 지도를 펴놓고 고모가 설명하는 오로라에 대해 무슨 태양 빛이 기차도 아닌데 아주 오래전에 태양에서부터 출발한 빛이 지구 밤하늘에 그리 예쁘게 수놓아지는지 이해가 다 안되요. 반면에 오로라에 대해 뭔가 잘 아는 척 계속 잘난 척하는 에디는 벌써 잠자리에 들어 꼼짝하지 않아요.

재하는 한참동안 조용히 천장만 바라보는데 드극드극드극 일부러 에디가 재하를 겁주려고 장난을 쳐요. "잠들어요. 잠들어요. 안그러면 도깨비랑 놀아야 돼." "잠들어요. 아가들아. 이제부터 도깨비들 시간이야." 바로 재하가 아기였을 때도 똑같이 할머니가 불러주던 익숙한 자장가 노래. 재하는 무섭기는 커녕 웃음이 나요.

"안 잘래요. 안 잘래요. 도깨비랑 놀거야. 놀거야." 재하도 조용히 흥얼흥얼 따라 부르며 이제야 서먹했던 에디가 진짜 사촌 같은 생각이 들어요. 몹시 바람이 불고 추운 다음 날, 하늘에는 새벽 별이 총총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도중에 몇 번을 멈추고 그때마다 모르는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탔어요.

재하는 차 창 너머 멀리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된 집들을 보자 차라리 이 길이 집으로 가는 길이면 얼마나 좋을까 집생각이 간절해요. 버스에 내려 하얗게 눈 덮인 산을 넘어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여전히 재하와 에디는 따로따로 혼자 책 읽고 장난감 가지고 놀아도 심심해요. 그러다 가방 깊숙이 넣어 둔 작은 상자를 꺼내서 손에 잡히는 데로 포장을 뜯고 마치 자기 장난감인냥 가지고 놀아요.

이젠 에디의 생일 선물로 주기에 이미 늦어 버렸다는 것도 에디가 알면 기분이 나쁠 것도 알면서 계속 딴청을 피워요.



당장이라도 에디가 오르골에 관심을 보이면 좋을텐데 "유치하게, 여자애들이나 갖고 노는 거." 그 한마디에 재하는 부루퉁. 평생 너랑은 말도 안 할거라 단단히 삐쳤어요. 정말 한국사람인데 한국인 같지 않고 사촌인데 친척 같지 않고 동갑이라도 친구같은 생각이 안 드는 에디랑 친해지기가 넘 어려워요.

게다가 사방이 어두운 밤이 되어서도 도착한 호텔 숙소를 두고 다시 버스를 타고 숲길로 이동. 밤새 호숫가 오두막에서 휘황찬란한 오로라를 기다려야 해요. 이곳은 제하네 가족말고도 오로라를 기다리며 쉬고 있는 사람들이 재죠. 눈 쌓인 언덕에서 미끄러지는 눈 썰매도 타고, 특별히 개가 끄는 이누이트 썰매도 타고 원주민 전통 티피 텐트도 구경하고 눈 밭에 벌러덩 누워서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는 건 넘 멋져요.

이야기 곳곳에 두 번이나 오로라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작가의 여행후기가 다 녹아 있는 듯 해요.


그런데 점점 하늘에 구름이 끼고 별들이 사라지고 그 좋던 날씨가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 사람들은 지쳐가요. 모든 게 오로라를 보려면 반드시 이겨 내야 하는 힘든 시간이기에 오로라를 만나는 건 참 특별한 행운이 따라야 하는 거 같아요. 분명 얼음처럼 차가운 재하와 에디 사이에도 서로에게 서운한 오해를 풀고 나면 그 힘든 시간이 눈녹듯 다 사라져 버리니까요.

최근 우리나라에 별똥별같은 운석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신기한 일이 사람들의 큰 관심을 모았죠. 여러번 뉴스나 신문에 소개된 운석사진을 보면서 저희 열살 아들은 운석이 별모양이 아닌 게 되게 실망한 눈치지만 그래도 우리 동네, 우리집 마당에도 그런 기적같은 운석이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커져요.

오늘따라 유난히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님달님께 소원빌겸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한 번 세어요. "하나, 두울, 셋,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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