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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과학 기술에 말을 걸다 ㅣ 주니어김영사 청소년교양 14
이상헌 지음, 마이자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1월
평점 :
철학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오늘날의 첨단 과학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철학, 과학 기술에 말을 걸다> 는 이른바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는 과학 기술에 대한 인문학적, 철학적 사고의 보고서격.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로봇이 등장할 거라는 기대에 거품을 뺀 질문들을 쏟아내요. 어쩌면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문제점의 심각성을 깨닫도록 말을 걸죠.
첫 장 로봇공학, '로봇이 친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시작은 1950년 출간된 공상 과학소설 《나, 로봇》의 첫번째 에피소드. 바로 소녀와 로봇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 그러면서 사회 변동에 따른 보모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은 이유를 설명해요. 하지만 기대만큼 신중히 검토해야할 문제점들이 꽤 심각한데요.
주로 부모, 친구 대신 아이를 돌보아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특성상 로봇의 안정성 문제는 현재의 로봇보다 휠씬 발전된 기능일 경우 더 위험하고요. 또한 로봇에 아이의 사적 정보를 수집, 기록하고
전송하는 기능이 보호자 이외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을 때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거죠. 이 보다 좀 더 중대한 문제라면 엄마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정서적 문제에 주목.
나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로봇은 신뢰와 갈등이라는 앙면적 관계 속에서 우정을 키우고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게 결론이죠. 그러나 친구사이와 마찬가지로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감정을 가진 로봇을 만들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단순히 기계적으로 감정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정서로봇이 지금보다 휠씬 다양한 얼굴 표정을 짓고 휠씬 다양한 종류의 감정에 반응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들이 다 해결될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이어 만화 영화 주인공 우주소년, 아톰이 사람을 위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당들을 물리치고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정의의 용사였는지 기억해요. 애니메이션 속의 아톰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사람보다 더 인간적이고 더 정의로운 존재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로봇을 악용하는 사람이 악당. 이쯤되면 로봇이 윤리적일 수 있을까란 물음에 답은 우리가 어떤 로봇을 만들 수 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로봇에게도 로봇의 행동을 규제할 수 있는 원칙이 필요한 이유를 이해해요.
무엇보다 로봇의 잘못된 행동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전투 로봇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 재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때문에 개발단계부터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욱이 윤리적 행위에 따른 책임의 문제는 누구도 결론짓기 너무나 어려운 문제네요. 이와는 다르게 좀 더 명백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생명공학에 대해 다른 두 개의 물음은 현재의 체계 개선과 제도적 보완 등 상당히 뚜렷한 방법을 제시해요.
이 중 샴쌍둥이의 분리수술과 관련한 두 개 이상의 도덕적 원칙이 충돌하는 경우, 우리는 어떤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성경》의 창세기, 영국 문학작품 《달과 6펜스》등 다양한 예를 통해 상황이 다른 도덕적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요. 마치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에서 사실을 밝히는 것만큼 충돌하는 두 원칙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건 가장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는 가장 최선의 선택일 수 밖에 없네요.
게다가 지난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불거진 스포츠 과학과 스포츠 정신에도 높은 관심이 생겼는데요.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뉴스라면 경기 초반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뉴스라면
최첨단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미국 대표팀 선수 유니폼이 기대와 달리 수영대회 전신 수영복 기술력에는 못미친 결과를 낳았죠. 7장, 신경과학에서 운동선수가 첨단기술을 이용해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건 항상 있어 온 얘기라 새로울 게 없을 거 같은데요.
시작부터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 이야기의 새로운 해석이 넘 재밌어요. 일단 세상에서 가장 빠른 토끼 품종을 따져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과학적으로 분석. 느린보 거북이 토끼를 이기기 위해서는 토끼가 얼마의 낮잠을 자야하는지 꽤 설득력이 있어요. 아니면 거북이 자신의 보행 속도를 2배 이상 높여주는 신비의 물약을 복용했을 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넘 웃겨요. 그러면서 스포츠에서 약물 사용을 금지하는 중요한 이유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잘 알고요.
비단 경기장이 아닌 남보다 똑똑해지려는 경쟁력을 갖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는 건 선수나 개인이나 주체가 완전 뒤바뀐, 더 이상 존경받을 대상이 아니란 게 닮은꼴이네요. 그런 점에서 다가오는 과학의 달을 맞아 로봇, 인공지능, 생명공학, 신경과학, 나노기술 등 이전 기술과 다른 새로운 신생 기술에 대해 배우고 우리의 미래의 모습도 상상해 보면 과학도 원래 좀 어렵고 철학은 더, 더더 어렵게 느껴지던 생각이 조금은 달라질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