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을 돌려주세요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58
류호선 지음, 현태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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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쓴 현장감 넘치는 학교생활 시공주니어 초등 저학년 문고 <우리 선생님을 돌려주세요>는 취학통지서를 받고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을 준비하는 주인공 또실이의 기대에 부푼 학교생활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 엄마는 또실이의 취학통지서를 자랑스럽게 냉장고에 떡하니 붙여 놓으니

그 때부터 커다란 책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려요.

 

 드뎌 1학년이 되는 첫날이 내일로 다가왔어요. 지금 기분이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 위원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춰야 하는 참가자들처럼 조금 떨린다던 또실이가 스스로 자다 깨긴 처음. 예전에 할머니가 또실이는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른다고 했던 말은 다 옛말 되었네요. 그것도 얼마나 긴장했으면 계속해서 오줌이 마려운 기분은 무얼까요?

 

 또실이는 일어난 김에 엄마한테 언제 학교 갈 준비를 할 건지 물어보기로 해요. 그런데 엄마는 눈도 뜨지 못하고 잠결에 대답하죠. 아직 아침이 되려면 한참 멀었으니 잠 좀 자라고..옆에서 아빠야말로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있어요.  째깍째깍 엄마, 아빠의 귀에는 시계 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에요. 아무리 다시 꾹 참고 눈을 감고 누워서 양을 세어봐도 눈 안에서 뭔가 튀어나올 듯 눈알이 또르르 또르르, 발가락이 꼼질꼼질,

 

 목구멍에서 하고 싶은 말이 간질간질 이내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요. 그러고는 책가방에서 잘 깍인 연필 세 자루도 다시 쥐었다 놓아보고 새로 산 공책 확인만 일곱 번째. 신발주머니에 새하얀 실내화도 짝이 맞는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신어봐요. 이러다간 정말 뜬 눈으로 밤을 꼬박 샐지 모르겠네요. 가만, 기억을 더듬어 우리 아이가 1학년 때로 돌아가 아이 마음을 헤아려보면 또실이처럼 학교 가는 첫날이 긴장되고 떨리고 또 기대되었을까 생각하게 하네요. 

 

 저희 아이는 집근처 초등학교내 병설유치원을 몇년 넘게 다녀서 학교적응을 잘하지 않을까 별 신경을 안 쓴 게 오히려 미안할 정도예요. 얼마전 중학교 입학배정 발표에 따라 이제는 단정한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입학할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한 큰 딸 모습도 마찬가지. 부모는 아이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죠. 그래서 누구보다 아이 옆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려 하지만 결과는 항상 엇나가요. 따지고보면 우선적으로 아이 생각과 입장보다는 부모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여기, 한밤중에 지금 친구들은 뭘하고 있을까 엄마를 깨우는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엄마의 충고는 아주 침착하고 냉정할 수 밖에 없어요. 비록 아무런 도움이 안될지라도 말이죠. 다행인 건 또실이는 친구들 생각을 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어요. 눈을 떠 보니 창밖이 아까보다 깜깜하지 않아요. 드디어 날이 밝아 오늘이 학교 가는 첫날이에요. 밤세 잠을 설친 걸 잊고 또실이는 온몸이 근질근질 혼자서도 뭐든지 척척 잘해요. 엄마보다 더 세게 얼굴을 문질러 세수하고 거울을 보며 이 닦고, 옷장에서 옷도 꺼내입고 신발도 현관에 가지런히 놓아요.

 

 아빠가 하듯 구둣솔로 신발도 깨끗이 닦고 엄마 중에 제일 예쁜 신발도 현관에 나란히 뒀어요. 첫날부터 평소와 너무나 다르게 의젓한 초등학생 티를 팍팍내요. 그렇지만 넘 멋을 부린 나머지 그만 계절에 어울리지는 않은 여름 양복에, 축구화가 웬말! 엄마가 보면 또실이가 혼자 준비한 모든 게 물거품. 그래도 또실이가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건 오늘이 바로 학교가는 날이기때문이래요. 그리고 내일부터는 정말 혼자서 다 준비할 생각이 불긋. 절대 학교에 대한 부픈 기대는 꺾일 리 없어 보여요.

 

 역시나 또실이가 예상했던 대로 학교는 유치원과 비교가 안될 만큼 뭐든 크고 신나는 곳이에요. 자꾸 딴 데보고 딴 생각하는 또실이는 학교 운동장 모래 놀이터를 해수욕장 모래 박사장쯤으로 상상. 보다 못한 엄마가 또실이에게 다가와 앞만 보고 서 있으라고 눈치줘요.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많고 많은 선생님 중에 또실이네 담임 선생님이 정말..옆 반에 눈부시게 예쁜 스튜어디스 선생님도 아니고 멋진 축구 코치님같은 남자 선생님도 아닌 하필 못생긴 할머니 선생님이었던 거.

 

 입은 하마같이 커다랗고 머리는 숱없는 오랑우탄, 몸은 코끼리만한 짧고 굵은 다리에 목소리는 목이 쉰 개구리 같데요. 또실이는 너무나 실망스러워 그 자리에서 엉엉 울고 싶었죠. 자꾸만자꾸만 또실이 눈동자가 양쪽 옆 반 선생님으로 갈라지는 게 도저히 믿을 수 없어요. 그저 다른 옆 반 친구들이 넘 부러울 따름이죠. 옆 반 스튜어디스 선생님은 가까이서 보면 더욱 예뻤으니까요. 자석처럼 자신도 모르게 예쁜 옆반 선생님께 시키는 건 뭐든 잘 할 수 있다고 저를 좀 받아 달라고 애걸복걸 매달리고파요.

 

 왜냐하면 또실이네 반은 선생님도 미운데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지켜야 하는 규칙은 너무 많거든요. 수업시간에 오줌도 참아야 하고 물도 막 마시면 안되고 교실에서 절대로 떠들면 안되고 온통 안 되는 거 투성이죠. 거기에 다른 반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공놀이도 하고 바람개비도 날리고 모래놀이터에서 뛰어놀기도 하는데 또실이네 반 아이들은 줄 서는 연습만 한데요. 계속해서 한 줄 서기, 두 줄 서기,

세 줄 서기, 네 줄 서기, 여덟 줄 서기 이런 것만 하는 반은 또실이네 반밖에 없다고 불평이 이만저만 아니에요.

 

 오죽했으면 아침 조회때 또실이네 반만 자로 잰 듯 반듯반듯 줄을 잘 서 있어요. 그러나 여럿이 함께 생활할 때 줄 서기와 질서가 제일 중요한지 잘 모르겠어요. 그만큼 부모님은 궁금한 아이의 학교생활을 자세히 알기 힘들어요. 저도 또실이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보면서 나도 저랬지 많이 반성했어요. 

또실이가 말하는 비행기가 뭘 의미하는 지, 또실이네 반 아이들이 어떻게 1단계, 2단계, 3단계로 변하는지 알면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뭘 고민하는지 한층 아이와 가까워져요.

 

 이제와 학교를 가기 싫다고 안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과연, 또실이를 비롯한 1학년 2반 친구들은 학교생활을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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