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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 나무 박사 박상진 교수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김명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1월
평점 :
오랜 시간 나무를 연구한 나무박사가 들려주는 나무이야기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책은 보통 우리 주변의 나무의 소중함을 느끼는 어린이 환경도서만 아니라 거기에《삼국유사》《삼국사기》《고려사》《조선왕조실록》 등 우리 역사에서 나무를 벗삼아 지혜롭게 생활하던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아주 오래된 나무의 이야기가 많아요.
1장 식물의 광합성, 나이테같은 나무에 관한 지식을 배우는 나무의 생태를 시작으로 2장 우리 역사 속에서 나무가 어떻게 살아왔고, 나무의 쓰임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 자체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많은 걸 배우는 사회책같아요. 그리고 요즘처럼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수준이 심각한 도시환경에서 나무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요.
지구 상 살고 있는 식물의 수는 자그마치 50만 종. 이들 가운데 종자를 생산하는 식물은 크게 나무와 풀, 둘로 나눈데요. 나무는 풀과 다르게 뿌리에서 잎까지 양분과 수분을 운반 할 수 있는 기관인 관다발을 적어도 수십 년 동안 가지고 있어 길게는 몇 천 년까지 오래동안 사는 거고요. 나무마다 가지를 뻗는 방식도 몸을 보호하는 껍질 모양도 여러가지. 그림이나 사진으로 비교해보니 확실히 그 차이를 알 수 있네요.
그리고 우리 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나무 줄기 속 물관의 생김새나 작용하는 힘의 원리, 잎의 광합성, 나무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나이테의 해독법 등 나무에 관한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줘요. 그 중 간지럼나무란 이름을 가진 나무는 정식 이름이 배롱나무인데 사람들이 나무의 껍질이 얇고 매끈한 걸 보고 마치 사람의 맨살에 비유해서 간지럼을 많이 탈 거 같다는 상상이 넘 재밌네요.
또한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의 숨겨진 비밀을 알고나니 치열한 봄날의 생존경쟁을 피해 추운날 어렵게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지네요. 이어서 아득한 옛날 우리 선조들의 삶 속으로 쑤웅~ 경기도 용문사 '당상직첩' 천연기념물 30호 은행나무의 벼슬얘기부터 임진왜란 거북선을 만들던 소나무, 성벽 아래 적군을 막는 탱자나무, 한지를 만들던 닥나무, 귀신 쫓는 음나무, 무환자나무, 전기대신 사용한 쉬나무 등 어디에서 듣지못한 재밌는 나무 이야기가 가득해요.
특히나 고려 고종때 몽고 침략군을 물리치기 위한 백성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새긴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에 사용된 직사각형의 나무판자가 봄이면 화사한 벚꽃을 자랑하는 산벚나무외 경판에 대한
배경지식도 쌓고요. 그에 못지 않게 종이와 관련한 책이나 글공부 얘기가 많아 종이에 쓰이는 나무에 대한 고마움도 싹터요. 당시 귀한 종이대신 나무 판자에 붓글씨 연습을 하고 나무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표면을 얇게 깎아 다시 새종이처럼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어요.
실제로 의창 다호리 고분군에서 1세기 전후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5점의 붓과 글씨를 지울 때 사용한 삭도라는 전문 지우개 칼이 발굴되었다니 놀랍죠. 그리고 옛날 글방 서당에서 조금만 글공부에 게을리 해도 훈장님의 따끔한 회초리는 공포의 대상. 새끼손가락 만한 굵기에 마디가 없고 곧은 싸리나무보다 덜 단단한 물푸레나무로 만들어 사용했고요. 또한 선비들이 밤에 책을 읽으려면 기름이 있어야 하는데 값싸고 많은 양의 기름을 한꺼번에 얻기 위해 집 근처에 쉬나무를 꼭 심었다고 하니 생활에서 없어선 안될 정도였네요.
그것도 겉으로 비슷비슷해 보이는 나무들의 특징 하나하나를 잘 알고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생활에 요긴하게 썼는지 선조의 지혜가 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 우리 선조들이 힘들 일 할때면
피곤함을 잊기 위해 부르는 노래에 나무 타령도 있었데요.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책 제목처럼 여러 다양한 생김새를 가진 나무의 이름도 많이 알고 나무의 유래도 아는 노랫말이 재밌어요. 꽃이 무궁무진 오래 피어 무궁화, 잎 모양이 박주 날개 갈아서 박쥐나무, 나뭇가지가 층층으로 뻗어 있으면 층층나무 등등
아이들과 책에 나오는 나무 타령을 따라 불러도 좋고 직접 노래를 만들어 불러도 재밌겠어요.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 1천 종이 넘는 우리나무 중 이름의 유래를 아는 나무는 약 1백 종 정도고 안타깝게도 질 좋고 쓰임새가 많은 수입나무에 밀려 점점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토종나무가 줄고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크고 넓은 숲,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지켜나갈 문제예요.
모든 식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나무의 종류와 생육상태, 나이 등에 따라 흡수하는 양도 차이가 있다는 거에요. 대체로 생장이 빠른 나무들이 생리 활동이 왕성해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한다고 볼 수 있데요. 그리고 시기적으로 봄에 싹이 트고 잎이 날 때가 가장 활발하게 흡수할 뿐 아니라 숲에는 피톤치드라는 살균 물질과 음이온이 풍부해서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숲으로 향해요.
지금 추운 겨울동안 사람들이 겹겹히 입은 외투마냥 단단한 껍질로 나무 주위를 빈틈없이 둘러 싸고 최대한 활동을 멈추고 움츠린 채 긴긴 겨울을 나며 따뜻한 봄을 손꼽아 기다려요. 이 책을 읽는 이의 마음은 벌써 봄을 기다려요. 문을 열면 어디든 푸르름이 가득한 나무와 마주할 기대에 차 있어요. 계절은 어김없이 정해진 시간의 쳇바퀴 돌아 제 자리에 멈춰서면 우리 주변의 고마운 나무들에게 아는 척을 꼬옥 해봐요. 책 속의 사진들처럼 저도 멋진 나무사진을 찍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