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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의 역습 - 청결 강박에 사로잡힌 현대인에게 전하는 충격적인 보고서
유진규 지음, 미디어초이스 방송제작 / 김영사on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2009 신종플루이후, 우리 생활은 보다 철저하게 청결 강박에 사로잡힌 게 사실. 이제 우리 아이들도 외출하고 집에 들어오면 손씻기가 생활화된지 오래~ 하루 입은 아이 옷은 두 번, 세 번 입는 경우는 거의 없죠. 요즘같이 찬바람 불고 아이들 감기라도 걸릴까 싶으면 더 더욱 신경쓰는 게 청결 문제다보니 일기예보 대기 속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은 외출도, 집안 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이제는 생활필수품 중에서 99.9% 항균, 살균 제품 없인 불안하기만 해요. 하지만 이들 제품들이 우리의 건강한 삶을 지켜줄거란 믿음을 한방에 무너뜨린 <청결의 역습>은 그야말로 충격적!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균의 역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을 기울리게 해요.
어떤 특정 물질을 먹거나 만지기만 해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재치기, 가려움, 호흡곤란, 두드러기 등 몸에 특정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질환이 알레르기. 미국의 경우, 인구의 3%인 1천만 명이 음식 알레르기를 겪으며 해마다 3만 명이 응급실을 찾을 정도로 현대인에게 흔한 질환. 우리나라에서도 소아 응급실 환자 1만 명당 4명 정도가 음식 알레르기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급격한 전신성 알레르기) 환자로 딱히 병을 치료할 처방전이 없다는 게 큰 문제예요. 그렇다면 천식이 미국의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이라면 우리나라는 아토피가 대표적. 지금까지 과자에 들어있는 합성첨가물질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아토피의 원인이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알지만 과자는 아이의 알레르기 체질로 만든 근본원인이 아니라 알레르기를 촉발하는 알레르겐이라는 얘기.
스코틀랜드의 면역학자 '릭 메이젤'은 동물 실험을 통해 조절 T세포가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증명. T세포 10~15%밖에 되지 않는 조절 T세포는 인체 면역체계 균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 '폰 무티우스'를 비롯한 역학자역시 최근까지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미생물 노출이 조절 T세포를 유도해 면역계가 과도하게 반응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염증 반응을 신속히 종결하는 기능이 있다는 거. 과학자들은 현대사회의 급변한 삶의 요소들 가운데 범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 「청결한 환경과 각종 약품이 우리 몸에서 기생충을 퇴출하자 면역 시스템이 정상궤도를 이탈했다.」그러나 어떻게 기생충 재감염같은 기생충 치료가 다른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하는 중증 환자들의 병을 고칠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 그 얘기는 세균, 바이러스 하나하나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지,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분명 관계가 있다는 것이죠.
회충, 촌충, 구충같이 수만 년간 귀중한 영양분을 도둑질해간 기생충들. 이, 벼룩처럼 머리와 옷에 붙어 피를 빨며 성가시게 군 벌레들의 단백질이 알레르기 항원인 것. 더 놀라운 건, 우리 몸은 이런 단백질에 반응해 면역 글로불린 IgE를 만들어내는데 즉, 면역계는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 일어나는 가운데 고통스러운 꽃가루 알레르기가 시작되는 꽃가루, 땅콩, 집먼지 진드기 단백질 구조가 기생충의 단백질 구조와 비슷하여 생기는 센서의 오작동이라는 게 넘 신기하죠. 거기에 왜 우리 면역계가 꽃가루 단백질을 기생충 단백질로 착각할 만큼 무디게 되었는가? 도채체 알레르기 질환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의문을 풀어내는 다큐멘터리 방송 PD의 집념, 노력, 수고가 넘 대단해요.
오랜기간 결핵과 한센병 환자들의 고통을 지켜봐온 스탠포드 세균학자는 특정지역 사람들은 결핵과 한센병에 잘 걸리지 않는 환경요인이 세균때문이라고 생각. 인간의 면역력은 세균과의 일상적 접촉에 의존한다는 면역계의 초기 발달과정에서 세균과 충분히 접하지 못하면 면역계는 알레르겐에 과도하게 반응하는데 이것이 알레르기 질환이라는 거. 다시 결론을 내리자면 알레르기가 알레르겐이 많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에 노출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하니 충격적이죠. 더욱이 상식적으로도 깨끗한 도시보다 위생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골농장의 돼지우리, 외양간, 마구간, 닭장 같은 곳이 미생물이 풍부해서 세균 내 들어 있는 독소인 내독소가 높을 수록 효과적. 농장 아이들은 무해한 환경미생물과 접촉하면서 면역시스템이 훈련되어 놀랍게도 알레르기로부터 더 안전하다는 거죠.
그 때문에 농장에서 살거나 주기적으로 농장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호흡기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세균 천식 보호효과는 어린 시절에 노출될 수록 더 좋다는 건..뭔가 부모로서도 그동안 아이의 건강을 위해 신경쓴 부분이 전혀 일치하지 않다는 게 살짝 당황스럽죠. 그나마 다행한 건, 이 모든 얘기가 위생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세균을 병균과 무해균으로 구분.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다른 종류의 세균들은 우리에게 병을 주지 않는다는 알고 단, 위생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걸 말해요. 예를 들면 많은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내렸다면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하지만 들판에 나가 뛰어 놀았다면 먼지만 털고 비누없이 물로만 씻어도 좋다는 설명. 그 정도로 인간의 몸에 붙어사는 유익한 세균들은 경쟁이라는 시스템을 통하여 외부세력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과 제 역할이 있으며 이는 항생제보다 효과적 측면이 크다는 게 안심.
이전에 유산균이 유익한 균의 대명사로 쓰이는 거처럼 치즈와 요구르트, 김치, 된장 같은 대표적인 발효식품에도 들어 있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한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 있는 균' 치료하기 어려운 알레르기 체질 개선에 기대하는 신약인 듯. 그도 그럴것이 우리 몸 안에 살고 있는 세균은 고정된 존재들이 아니라 식단, 생활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중요하네요. 오늘부터라도 99.9% 살균을 자랑하는 항균제품에 의존하지 말고 우리와 위생관념이 다른 독일 숲 유치원 아이들처럼 자연을 교실삼아 마음껏 뒹굴고 뛰어놀면 어떨까요. 책에는 아이들과 숲을 즐기는 방법과 흙장난 가이드, 프로바이틱스 재품정보및 100% 활용법, 유익균을 살리는 식단 등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특히 결혼해서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 아빠들이 꼭 읽으면 아이 건강을 위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부터도 책을 읽고나서 아이들과 도시락 싸들고 가을 단풍이 곱게 든 주변 산에 올랐는데요. 산을 오를 수록 불어오는 바람도 좋고 수북히 쌓여 있는 나뭇잎 사이로 아이들이 마구 달려가다 넘어져도 좋고 아이 손에 묻은 흙먼지도 다 예쁘게 보이더군요. 이전같으면 가방에서 휴대용 물티슈로 당장 닦아 내기 바빴겠지만 오히려 그런 걸 신경 안 쓰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야외활동이 휠씬 마음 편하고 즐거워요. 정말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존재자체가 공포였던 세균 덩어리가 우리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놀라운 역할이 기적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