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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버스 4 - 네덜란드 아동문학상 수상작 ㅣ 공포버스 4
파울 반 룬 지음, 휴고 반 룩 그림, 송소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네덜란드 아동문학상 수상! 이상하고 기괴한 이야기들로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네덜란드 인기 작가. 무려 네덜란드 아동문학상을 9번이나 수상한 파울 반 룬의 <공포버스>는 텐마크,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많은 나라에서 번역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 제작. 국제어린이영화 페스티벌 등 다양한 영화제 수상 경력도 화려하네요. 항상 검은 안경을 쓰고 집 안에서도 벗지 않는다는 작가의 성격에도 어딘가 기이한 구석이 있어요.
그런데 평소 책이든 영화든 무서운 공포 이야기는 싫어하지만 무덥고 짜증나는 열대야에 등골 오싹한 이런 재미난 공포물을 읽는 재미가 솔솔하죠. 그래서 유일하게 어린이책 중에서도 무섭기만 한 책은 쳐다보지도 않는데 공포버스와 같이 유쾌하면서 재밌는 공포 이야기는 넘 좋아하죠. 이번에 공포버스 마지막 이야기라 기다리신 분들이 많으셨을 거 같아요. 자 그럼, 공포를 실어 나르는 으스스한 버스~ 출발해 볼까요!

간밤에 뜬 눈으로 잠을 설친 야콥 선생님은 내일부터 시작되는 독서 주간에 아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여행을 제안하는데 아이들 반응은 영 시큰둥하네요. 오히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여행 계획을 들려 줄때 흥분된 말투나 표정이 평소와 완전 다른 사람같아요. 어딘가 기분 나쁠 정도의 낯선 사람? 원래 안경 쓰고 수염을 기른 선생님 얼굴과 다른 민머리에 유난히 귀가 뾰족한 남자였으니까요. 남들은 보지 못하는 유령의 존재가 율리아에게 보여요. 다만 자신이 본 것을 누구에게 말할 자신이 없어 두려움에 사로 잡혀 있을 뿐이에요.
그러니 3일 동안 공포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는 게 일종의 담력 훈련은 아닐 터. 항상 공포여행에서 예기치 않은 일이 더 섬뜩하죠. 그도 그럴것이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멈춰 선 장소는 선생님이 들려주는 여러 편의 무서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 그게 같은 이야기를 듣더라도 어느 장소에서 이야기를 듣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예요. 그래야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나 스스로 무시무시한 최고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게 휠씬 소름 돋으니까요. 주차장 다음으로 엄청나게 오래된 극장은 한달에 딱 한번만 영화를 상영하는 곳인데 매번 공포영화만 상영해요.

과연 이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어두컴컴한 극장에 갈 용기가 날지 후덜덜~ 도저히 율리아는 주위를 둘러볼 용기가 나지 않지만 이제 눈을 감고 자신만의 영화를 상영할 시간이 다가왔어요. 제목은 극장...그리고 갑자기 모든 소리가 사라졌을때 사방은 유령들 천지. 율리아는 눈앞의 영상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려고 발버둥쳐봐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눈에는 성냥개비로 고정시켜 놓은 듯 억지로 보고 싶지 않은 영상을 계속 볼 수 밖에 없어요.
친구들은 율리아가 또 유령을 봤을 거라고 빈정대며 마치 처음있는 일이 아니라는 듯 크게 놀라지도 않아요. 그런 점에 마지막 여행을 준비하는 낯선 이가 현실 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율리아를 두려워하지 않는 까닭이에요. 율리아는 자신의 힘을 두려워해서 친구들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게다가 하룻밤 사이 버스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고요. 아이들 눈에 여행안내자 역할에 푹 빠져 있던 야콥 선생님도 이제는 정말로 무서운 공포 여행 안내자로 보여요.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죠.
공포 여행의 마지막 이야기는 한 발자국 발을 내딛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다른 현실로 가기 위한 준비였을 뿐.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는 끔찍한 소설가 온노발이 아이들을 납치해서 어떤 더 큰 일을 저지를지 아무도 몰라요. 이미 버스 여러 곳에서 기이한 존재들이 나타나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어요. 검표원 모자를 쓴 뱀파이어, 어깨가 건장한 좀비 등 아이들은 꿈이 아닌 현실에서 무서운 악몽에 시달려야 하죠. 더군다나 버스 앞 유리창에 회색 안개가 소용돌이칠 만큼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진짜 공포버스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결국 버스를 놓친 율리아가 위험에 처한 친구들을 구할 방법을 알고 그가 가진 또 하나의 능력으로 온노발의 계획을 무산시키고 마는데요. 어떡하다 공포버스가 살갗이 파충류 비늘로 뒤덮고 키가 어마어마하게 큰 거인 박쥐, 수백 개의 뾰족한 악어 이빨과 용의 날개를 단 괴물버스로 바꿨는지 온노발도 더 이상 어찌해야 바를 모를 정도로 얼빠져 있어요. 순식간에 상황은 역전. 이번에는 뱀파이어 유령들이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가려고 버둥버둥.
괴몰로 변한 아이들이 주체할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로 온노발의 무시무시한 캐릭터들을 모두 내던지니 아이들은 신났어요. "맛 좀 봐라. 나는 언젠가 이런 모습을 꼭 해 보고 싶었어. 멋진데!" 마치 아이들이 SF영화의 주인공이 된냥 악당을 멋지게 제압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같아요. 야콥 선생님은 아이들이 차례차례 건강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버스에서 내리는 걸 보고 눈물을 글썽였지만 아이들은 서로 자기들의 체험을 이야기하느라 정신없죠.
그러니 선생님이 율리아만 제외하고 아이들에게 작문 과제를 내주신 거에 아이들 불만이 없겠죠.ㅎ 율리아의 작문 점수는 A+로 선생님이 실력을 인정했으까요. 그런데 쓰레기통에 버려 버린 야콥 선생님의 컴퓨터가 공포버스 책과 함께 사라졌어요. 누군가의 차 뒷자석에 컴퓨터 전원이 꺼져도 모니터에서 녹색 불빛이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녹색 눈동자처럼 반짝이며 이동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