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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지식 탐험대 3 - 유령을 만드는 화학 실험실 ㅣ 떴다! 지식 탐험대 3
서지원 지음, 이량덕 그림, 현종오 감수 / 시공주니어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추운 겨울날, 유독 날씨가 추워서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눈에 띄는 작은 변화들이 참 많은데요. 집집마다 꽉꽉 닫아놓은 창문에는 하얗게 서린 김하며 골목 여기저기 쌓인 눈덩이, 누구네 집 지붕끝에 도깨비불처럼 끝이 뾰족하게 꽁꽁 얼어붙은 고드름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그 중 겨울이라 손 시러운 줄 모르고 한 번씩 만들어보는 하얀 눈사람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니 하룻밤, 이틀밤...사이 점점 작아진 눈사람의 키가 넘 신기한데요. 마찬가지로 영하의 날씨에 집 밖에 젖은 빨래를 널어두면 빨래가 꽁꽁 얼어붙다가 몇 시간 뒤에 빨래가 감쪽같이 말라있는 걸 봐도 이럴때 꼭 아이가 읽었으면 도움되는 책이 있죠.
바로 딱딱한 교과서를 흥미로운 판타지 동화로 풀어낸 시공주니어 <떴다! 지식텀험대>시리즈가 딱 그런 책. 프랑스 과학자 라부아지에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통해 재미있게 배우는 화학의 세계 '유령을 만드는 화학실험실'은 물질의 성질, 용해와 융해 같은 비슷해서 더 헷갈리는 어려운 과학용어도 쉽게 설명. 근대 화학의 아버지, 라부아지에가 유령이 되어 나타나는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네요.

다름아닌 프랑스혁명이 일어나던 당시, 라부아지에의 직업이 세금 징수원이었다는 이유로 혁명군에 체포되어 억울하게 단두대에서 처형을 당한 것. 금방이라도 차가운 빗방울이 쏟아질 거 같은 프랑스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 한가운데에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단두대의 칼날이 라부아지에를 겨누고 있었죠. 그런데 처형장에서 죽은 줄 알았던 라부아지에가 옛날 기사들이 전쟁터에 나갈때나 입던 낡고 오래된 갑옷을 입고 나타나면 어찌 놀라지 않을까요.
천천히 갑옷 입은 기사가 투구를 벗으니 그 안은 온통 초록빛 연기가 액체처럼 흘러나오고 있어 열한 살 어린 프랑스 소년이 보기에도 세상 어디에 유령이 있다면 바로 그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들 만큼 무서웠죠. 얼마나 무서웠으면 유령이 자신을 잡아 먹지 않을까 도망치다 발을 헛딧다 그만 정신을 잃고 마는데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가 곧 처형장에서 연기처럼 사라진 라부아지에인 걸 알아 챌 수 있었죠. 그리고는 어떤 마법을 부려 단두대에서 탈출할 수 있었는지 궁금한 질문들을 마구마구 쏟아내기 시작해요.
또한 누네역시 남들과 다른 외모로 열등감에 사로잡혀 항상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쓰고 다녔던 탓에 유령이든 분자인간이든 이상하게 변한 라부아지에가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껴졌을 지 몰라요. 그가 한시라도 빨리 원래의 몸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도움을 주고 싶은 게 누네의 솔직한 심정이에요. 어떻게 하면 기체상태의 라부아지에 아저씨 몸이 고체상태의 원래 몸으로 완전해 질 수 있는지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거죠. 책을 읽는 아이들도 영리한 누네의 생각처럼 우리 주변에 그렇게 모양을 제멋대로 바꾸면서 변화하는 것에 쉽게 이해를 할 거 같아요.

그러면서 한 평생 지하 실험실에서 숨어서 연금술을 연구한 로베르 할아버지한테 스승이 다름아닌 자연이었으니 자연을 통해서 연금술을 배우고 화학을 배우고, 세상의 비밀을 배울 수 있다는 할아버지의 가르침과도 크게 다르지 않죠. 게다가 연금술을 빨리 배우고 싶어하는 누네에게 아이가 궁금해 하는 걸 직접 가르쳐주는 법이 없어요.
항상 아이가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수수께끼같은 문제를 내주면 아이는 꿈 속에서 문제를 중얼거리다 정답을 찾기도 하고 누네가 첫눈에 반한 여자친구, 라부아지에 아저씨 같은 좋은 이웃과 나누는 일상에서도 의외로 쉽게 정답을 찾아내기도 하죠. 누네의 평소도 연금술사 할아버지 옆에서 든든한 조수 노릇은 기본이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놀라운 마법을 부릴 수 있다고 도전장을 내민 젊은 청년과의 피할 수 없는 대결도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펼치게 됐어요.
다행인 건 아직 기체상태에서 몸을 크게도 작게도 변할 수 있는 라부아지에가 이번에는 자신이 누네를 도와주겠다고 선뜻 나서 준 것인데 할아버지는 말 한마디 없이 표정은 어둡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몹시 기운이 없어 보였어요. 반면에 할아버지에게 대결을 신청한 젊은 연금술사는 자신이 준비한 항아리 안에는 어떤 물질도 녹여 버릴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물질을 들어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죠.

그러면서 많은 구경꾼들 앞에서 돌처럼 단단한 대리석과 쇳덩이를 순식간에 정체를 알수 없는 작은 물질로 변화시키더니 "당신이 진정한 연금술사라면 이 물에 손을 넣어보시오."라는 엄청난 대결과제를 내놓고 말았어요. 너무 당황한 누네는 더욱 창백해진 할아버지에게 매달리며 지금이라도 대결을 포기할까 생각했던 순간에 위대한 과학자 라부아지에의 빛나는 지식이 놀라운 화학의 세계에 빠져들게 해요.
마치 마법과 같은 과학의 힘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화학이 얼마나 사람에게 꼭 필요한 학문인지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호기심 많고 영리한 꼬마화학자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끝으로 이야기 속에 나오는 끝으로 '사람은 사람인데 햇빛에 녹는 사람은 □이다, 꽁꽁 언 겨울에 점점 작아지는 사람은 □이다.' 수수께끼의 정답을 맞춰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