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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번지 유령 저택 2 - 다시 뭉친 공동묘지 삼총사 ㅣ 456 Book 클럽
케이트 클리스 지음, M. 사라 클리스 그림, 노은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11월
평점 :
지은 지 하도 오래되어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삐걱거리는 겁나라 시 으슥한 공동묘지 길 43번지 유령저택에 어린이책 작가 부루퉁과 공동저자인 유령 올드미스와 함께 살고 있는 소년 드리미는 이제 한 가족이나 다름없죠. 그들 셋은 힘을 모아 유령 이야기 책을 펴내며 한 달 새, 전 세계 25만 명이 넘는 독자들에게서 앞으로도 계속 다음 책을 써달라는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 이보다 기쁠 수가 없어요. 아니라 다를까 9월12일자 '겁나라 빨라 신문' 인터뷰 기사에 이런 반응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그럼플리가 직접 <43번지 유령저택> 다음 이야기는 겁나라 시의 전통 축제인 핼러윈에 맞춰 그 안에 나올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약속한 기사가 실렸어요.
하지만 그보다 부모없이 스푸키 저택에 살고 있는 열한 살 소년 드리미 호프의 안전에 대한 진상조사를 명령한 아동및 청소년 안전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국제운동본부, 아동청소안보호국의 본부장은 그럼플리가 무슨 권한으로 드리미 호프를 돌보고 있는지 해명을 요구하는 편지를 전달. 으슥한 공동묘지 길 43번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심스러운 일들에 대해 진상조사를 실시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게다가 아동청소안보호국의 본부장, 막무가내 테이터는 핼러윈이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다 매주 방송되는 '막무가내 테이터의 충고'에서 유령 이야기가 아이들 건강에 해롭다는 황당뉴스가 긴급뉴스로 방송되고 있어요.

올해는 핼러윈 축제 따위가 없다는 막무가내 테이터의 충고 방송내용을 보면 세계 방방곡곡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올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핼러윈을 없애고 그와 관련된 모든 행사를 금지할 것을 발표. "사탕 안 주면 골탕!"이라고 외치며 집집마다 사탕을 받으러 다니고 괴물이나 유령차림으로 놀거나 물에 동동 띄운 사과를 입으로 물어 건지는 놀이를 하고 특히 유령이야기를 읽거나 쓰거나 듣거나 말하다가 걸리면 바로 체포하겠다는 전달사항이 그저 황당하기만 하죠. 결국 자기 생각만 옳은 줄 아는 독불장군인 막무가내 테이터가 직접 유령저택을 방문해 그럼플리와 대화를 나눈들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그 어떤 설명을 들어도 그의 생각은 막무가내 이름처럼 앞뒤가 꽉꽉 막혔으니까요. 오죽하면 드리미가 보고 그린 그림에 테이터의 표정이 영 심상치 않아요.
오직 그의 결심은 드리미 호프를 가능한 한 빨리 자기 부모와 같이 살게 해 줄 계획이며 그때까지 드리미를 시립 고아원에 보내 안전하게 지내게 할 것이라고 뜻을 밝혔으나 이건 도저히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펄쩍 뛸 노릇인 게. 다름아닌 이젠 유령이 되어 버린 재능 있고 매력적인 작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부루퉁을 완전 제 정신이 아닌 미치광이로 취급. 경찰에 신고해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시킨 건 마냥 그들이 손놓고 참고 기다릴 수만 없는 문제였어요. 그들은 결코 막무가내 테이터가 생각하는 남남이 아니라 서로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사랑하는 가족이기에 어떡해서든 탈출할 방법을 궁리하려 해요. 분명 그럴만한 이유도 그 잘난 누구때문에 더 생겼고요.

전편에 이어 긴장되고 극적인 인물의 대립구조가 팽팽한 가운데 막무가내 테이터가 방송에 나와 스푸키 저택에는 유령이 없으며 모두 그럼플리가 꾸민 속임수라고 떠들어댄 이후에 미리 책값을 지불한 독자들이 큰 실망에 빠졌고 곧 그들이 함께 살 집을 팔아야 할 처지가 되면 더 심각해지는 위기에 처할 터. 그 전에 약속한 원고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가장 시급한 문제였죠. 다행히 드리미의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예전에 올드미스가 썼지만 출판하지 못했던 추리소설 중에서 원고를 찾아서 독자들한테 보내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집안 어딘가에 뒀을 원고를 찾긴 하는데 그게 벌써 100년 전쯤의 일이라 쉽지 않네요.
그러다 정말 의외의 장소에서 가장 기가 막힌 순간에 그녀의 출판되지 않은 추리소설 원고를 찾는 명장면은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 한밤중, 막무가내 테이터는 기괴한 소란을 피운 끝에 경찰에 끌려가는 우스운 꼴이라니 정말 시종일관 여러 사람이 주고 받는 편지글과 엽서, 신문기사에 눈에 떼지 못하고 빠져드는 재치와 유머는 단연 최고인 책이에요. 마치 <43번지 유령저택> 책에 근질근질, 아니 간질간질 가루를 뿌려 놓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책을 보며 내내 웃게 되네요. 그것도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으레 나누어 주는 사탕과 과자대신 스푸키 유령저택에 초대받아 핼러윈 뷔페를 한껏 즐겼다니 상상만으로 다시 똘똘 뭉친 공동묘지 삼총사의 달콤살벌한 핼러윈은 그야말로 축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