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쓰기 싫은 날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24
김은중 지음, 강경수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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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도 누가 억지로 시켜서 책을 읽고 난 느낌이나 생각을 독후감으로 써야한다면 갑자기 즐겁던 책읽기가 싫어지기 마련. 왠지 독후감을 써야 하는 책읽기는 지루한 공부처럼 느껴질테죠.

 

 그런 아이들 마음을 잘 다독여 책은 즐겁게 읽고 독후감도 내 생각대로 즐겁고 솔직하게 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주는 주니어 김영사 <독후감 쓰기 싫은 날>는 부록으로 독후감 쓰기가 즐거워지는 독서노트가 눈길을 끄네요.

 

 내 마음대로 쓰는 독서노트 제목부터 독후감 쓰기 좋은 날! 독후감은 왜, 어떻게 써야 하는지 독후감을 쓰기 전에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요령을 익혀 나만의 재미난 독서록을 완성해 보고픈 생각이 드네요.

 

 

 같은 반 우등생 친구와 비교당하며 엄마의 강요에 의해서 날마다 독후감 쓸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주인공 지웅이가 방학이라고 마음껏 쉬지도 못하고 첫날부터 엄마의 등살에 못이겨 도서관으로 끌려가는 신세가 참 딱하네요. 

 

 게다가 방학 계획표에 빈칸이 없을 정도로 오전에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오후에는 2학기 선행학습 공부부터 영어, 한자, 로봇, 과학탐구, 피아노 등 학원수업에, 주말에는 각종 체험활동으로 그야말로 방학이 아니라 학습능력 집중 향상 기간이 따로 없어요. 

 

 방학 전부터 지웅이의 방학 계획을 세우느라 바쁜 엄마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금지 단어들, '싫어! 안 해! 못 해!' 라는 말만 속으로 메아리쳐요. 겨우 엄마 뒤통수를 흘겨보며 "독후감이 그렇게 좋으면 엄마나 쓰지!" 투덜댈 뿐. 마음같아선 엄마한테도 매일같이 '백만 번 독후감 쓰기' 벌을 주고 싶은 지웅이예요.

 

 

 

 그러니 지난 겨울, 동네에 새로 생긴 꿈나무 어린이 도서관으로 고장난 로봇처럼 뚜벅뚜벅 걸어가는 지웅이의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네요. 외관은 숲속 통나무처럼 생긴 2층짜리 건물로 아주 그럴싸해서 한 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그 안은 온통 지긋지긋한 책들로 가득하죠.

 

 도대체 독후감을 왜 쓰라고 하는 건지 그냥 재미있게 마음대로 읽으면 그만 아닌가요. 이젠 독후감을 쓰라고 닦달하는 엄마도, 독후감을 써 오라고 하는 선생님도, 독후감 쓸 생각을 하면 재미있던 책도 끔찍해지는 법, 괜시리 애꿎은 책들만 눈에 힘주고 노려보게 되네요.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자루를 가져다 도서관 책을 모두 담아서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꽁꽁 숨겨 놓고 싶어요. 아님 야금야금 불에 태워 버리거나 갈기갈기 찢어 몽땅 없애 버리면 "독후감 하나 쓰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이런 지겨운 독후감 얘기는 듣지 않겠죠. 

 

 

 

 그때, 어지럽게 널려 있는 종이 더미와 책 사이에서 눈부시게 빛이 나는 낡은 책 한권. 그건 마법 주문이 잔뜩 적혀 있는 마법 책이나 해적들의 보물지도가 그려져 있는 비밀 책처럼 느껴져 책이라면 진저리가 나던 지웅이도 무슨 책인지 무척 궁금했어요.

 

 그것도 우연히 발견한 '소원의 책'에 도서관의 책이 모두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어버린 지웅이의 실수로 하룻밤 사이에, 도서관의 그 엄청난 책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고 책을 찾을때까지는 도서관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어요. 

 

 그리고 지웅이는 밤새 백만 년동안 도서관에 갇혀 꼼짝없이 독후감만 쓰는 끔찍한 꿈에 시달려야 했고요. 하지만 도서관 문이 닫혀 헛걸음하고 금세 집으로 돌아서는 기분이 이보다 기쁠 수가 없어요. 지나가는 사람이 쳐다봐도 상관없다는 듯 '이제 독후감은 끝이다!' 손을 치켜들고 펄쩍 뛰고 싶은 걸 간신히 참을 만큼 속시원했어요.

 

 

 다른 이들이 도서관 앞에서 하나, 둘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려도 독후감을 안 쓸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고 외면했죠. 적어도 엄마가 도서관대신 논술 학원 하나 더 다녀야 한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의 해결책이라 묵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단 결과적으로 도서관 책이 다 사라질들 지웅이가 바라던 희망사항과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맥이 탁 풀렸죠. 책이 아니라 엄마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지웅이가 다시 어딘가에 있을 소원의 책을 찾아서 사라진 그 많은 책들을 제 자리로 되돌리고 엄마와의 관계도 잘 회복할지 독후감 쓰기 싫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봐요. 

 

 비록 학년별로 정해진 권장도서나 필독도서가 아니어도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을 즐겁게 읽고 나만의 시간여행으로 자신의 생각을 꾸밈없이 독후감을 쓴다면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 언제라도 지금의 내 마음을 만나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들어요. 더욱이 독후감을 잘 쓰고픈 욕심이 난다면 무엇보다 책을 꼼꼼하게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 뒤늦게 아이들 책리뷰에 재미들린 저에게도 해당되는 얘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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