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열쇠, 11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3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가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의 가슴 따뜻한 미스터리. 시공주니어 초등문고 <기억의 열쇠,11>은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난독증 소년 샘이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불안과 혼란을 극복하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친구의 의미를 깨닫는 가슴 따뜻한 작품. 밤마다 자신을 괴롭히는 이상한 꿈과 불현듯 떠오르는 혼란스런 기억에 얽혀 있는 수수께끼 같은 숫자 '11'의 비밀은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네요.

 

 따지고보면 그냥 죽 그어진 선 두 줄에 지나지 않는 숫자 11. 어쩌면 황량한 겨울 들판에 서 있는 나무 두 그루이거나 4월 11일, 샘의 신나는 생일일 수도 있는데 왜 샘은 11이 무서울까? 그것도 자신의 생일에 들뜬 샘이 할아버지가 집 안 어딘가에 숨겨 놓은 선물을 찾아 몰래 다락에 올랐다가 세상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자신의 행복을 뒤흔드는 혼란에 빠지죠. 달랑 맨발에 운동화를 신고 잠옷 위에 재킷을 걸쳐입고 창문을 빠져나와 집 외관벽 파이프를 타고 다락방에 오르던 중, 생각보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파이프는 부들부들 떨렸고 발아래 어딘가에 밤고양이가 샘을 향해 야옹거려요. 언젠가 크리스마스에 할아버지 방 침대에 올라가 다락문을 열고 컴컴한 다락 안을 들여다 본 적이 있는 그곳.

 

 샘은 손전등을 비춰 샘의 생일선물이라기에는 너무 낡아보이는 상자에 삐죽 튀어나와 있는 낡은 신문조각을 발견하고는 바로 그 신문기사에서 한 아이의 실종기사와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보게 되면서 큰 충격에 휩싸이죠. 간신히 기억을 더듬어 뭔가, 어떤 것이라도 생각해 내려 애쓰다 한 아이가 방안에서 장난감을 갖고 싶어서 장난감을 움켜쥐고 절대 놓지 않으려는 기억과 출렁이는 파도에 흠뻑 젖어 몸을 바르르 떠는 밤고양이? 안개 속에 울리는 뱃고동 소리 같은 또 다른 기억에 머릿속이 무척 혼란스럽죠. 지금 당장 주무시는 할아버지를 깨워서라도 물어보고 싶지만 만약 샘이 본 신문기사가 사실이라면 샘에게 유일한 혈육인 할아버지와 영영 헤어져 지금의 행복이 끝나 버리진 않을까 불안하기만 해요.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누구이며 꿈과 기억 속에 얽혀 있는 숫자 11의 비밀은 무엇인지 스스로를 괴롭히는 진실에 대해 쉽게 마음을 놓지 못하죠. 결국 샘은 어떻게 하면 신문기사를 읽을 수 있는지 궁리하면서 반 아이들 중 자신을 도와 줄 그 누군가를 찾다가 늘 말없이 책만 읽는 전학생 캐롤라인이 제격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함께 중세시대 성을 만드는 과제를 하면서 어떻게든 샘이 궁금한 신문기사의 내용을 아는 것이 중요했기에 조심스럽게 캐롤라인에게 부탁을 하죠. 알고보면 비슷한 처지의 두 아이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차츰차츰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아요.  

 

 안타까운 건 화가인 아빠를 따라 이곳저곳을 여행다니는 캐롤라인에겐 시간이 별로 없어요. 길면 한 달, 짧으면 보름 정도밖에 없어 처음에는 어쨌든 내일 당장 떠나는게 아니라고 섭섭한 감정을 숨겼지만 어느새 서로를 의지하는 마음은 둘 사이의 우정을 더 돈독하게 만들어요. 비단 샘의 할아버지 작업실에서 함께 만든 멋진 성만 봐도 또 다시 낯선 곳으로 떠나야 하는 캐롤라인을 위해 특별히 비밀의 방도 만들고 세상과  친구가 되는 조그만 창도 만들어주죠. 그리고 샘역시 캐롤라인과 계속 연락을 주고 받기 위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글을 배우기로 결심 하는 등 둘 사이에는 처음과 다른 엄청난 변화들이 마음을 감동시켜요.

 

 거기에 굳이 왜 샘이 궁금한 걸 할아버지에게 말 못하고 캐롤라인에게 부탁하는 이유에도 공부보다는 샘이 잘하는 다른 재능을 높이 평가해주고 언제나 따뜻한 위로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가족이란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어요. 그 가족이란 울타리에는 날마다 자신을 살뜰히 보살펴주는 이웃들의 따뜻하고 애틋한 정뿐만 아니라 다시 새롭게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친구도 모두 가족이죠. 지난 과거의 충격으로 잠시 잊고 있던 소중한 존재마저 늘 그의 곁을 지키고 바라보고 있었다니 참 놀랍고 감동이 두배로 커지네요. 

 

 더는 무섭지 않은 11은 이제 무엇이는 될 수 있어요. 집주소, 번지수, 굴뚝 한 쌍, 열 한번째 생일, 단짝을 만난 해. 어쩌면 여름마다 세인트렌스 강에서 할아버지와 온지 할아버지, 애니마 아줌마, 캐롤라인 모두와 함께 탈 돛단배의 쌍돛대가 될지도 모르는 행운의 숫자로 영원히 기억되길 바랄 뿐이죠. 특히 바쁜 일상생활에 쫓겨 내 마음처럼 잘 챙기지 못하는 미안함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이 여기저기 생각나면서 요즘처럼 추운 계절에 상대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쌀 한 줄의 글이라도 감동을 전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야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