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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번지 유령 저택 1 - 옥탑방에 유령이 산다! ㅣ 456 Book 클럽
케이트 클리스 지음, M. 사라 클리스 그림, 노은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9월
평점 :
미국 일리노이 주 작은 도시, 겁나라의 으슥한 공동묘지 길 43번지에 있는 유령저택에서 일어난 괴상한 사건들의 편지와 서류모음집. 시공주니어 456북클럽 <43번지 유령저택>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 '옥탑방에 유령이 산다!' 유명하지만 20년 동안 변변한 글 한 편 쓰지 못한 그림책작가 부루퉁 B. 그럼플리씨가 여름 휴가철에 곧 나올 책을 마무리할 조용한 곳을 찾다가 사람들의 왕래가 전혀 없는 조용한(?) 공동묘지 길 43번지에 있는 유령저택을 덜컥 계약하면서 유령의 존재를 믿게 되는 다소 오싹하지만 굉장히 기발한 유령이야기네요.
그러니 무턱대고 책장을 넘기기 전에 이 책으로 인해 시도 때도 없이 유령생각에 잠기건, 갑자기 오싹오싹 소름이 돋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경고문이 더 흥미를 끄는데요. 출판사로부터 독촉 전화를 피해 아예 전화선을 끊어 버린 탓에 앞으로의 이야기는 서로 주고 받는 편지와 계약서, 보고서 같은 서류, 신문 등 일상적으로 대화하는 구어체 중심의 새로운 형식이 돋보이는 구성이네요. 게다가 정확한 수취인의 주소, 우편번호 등 현실성 넘치는 요소가 글의 재미를 높여요. :5월 22일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시 라킨 길 100번지 우편번호 CA 94102 부당하지 않은 부동산 담당자로 보낸 한 통의 편지에서 익살맞은 유령대소동은 비롯돼죠.
바로 어린이책 베스트셀러였던 <유령 길들이기> 시리즈의 저자인 부루퉁 B. 그럼플리씨가 빌린 스푸키 저택은 집 주인이 팔려고 내놓았지만 몇 년 동안이나 사려는 사람이 없는 아주 오래된 저택으로 이미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 연구하는 호프 교수 부부가 80년 넘게 비어 있던 스푸키 저택에 얽힌 사연을 알고 유령 연구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12년전에 그 집을 사들었다가 몇 년 넘게 연구가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 그 저택을 팔려고 내놓았던 거. 한때는 3층짜리 빅토리아 시대의 건축물로 지어져 많은 사람들이 구경 올 정도로 주목을 받던 멋진 집이었죠.
현재는 업무상의 이유로 집주인인 호프 교수 부부의 외아들인 드리미 호프와 유령저택의 옥탑방에 이 유령저택을 직접 설계한 올드미스 C. 스푸키 유령이 함께 살고 있다니 당장 변호사를 통해 임대계약서를 취소할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고요. 더군다나 '겁나라 빨라 신문'에 의하면 세상을 떠나기 직전 올드미스 C. 스푸키는 자신이 쓴 추리소설들 중에 어느 한편이라도 출판될 때까지는 유령이 되어서라도 겁나라 시와 자기 집을 영원히 맴돌겠다고 맹세한 일화가 알려지면서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는데요. 만약 한 지붕 아래 얼굴도 본 적없는 낯선 사내 아이와 자신을 맘먹고 골탕먹이려는 유령이 산다면 어찌 맘편히 발뻗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며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겠어요.
빠른 우편: 6월 2일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시 라킨 길 100번지 우편번호 CA 94102 부당하지 않은 부동산 다파라 세일씨 앞으로 어떻게든 글 쓰는데 방해 받지 않도록 이 불길한 집에서 작은 괴물(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불쾌한 환영행사도 그 녀석 짓이라 여기는)을 내보내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죠. 그러나 그럼에도 돌아오는 답장에는 임대계약서 102조 항에 표시된 '부동산을 임대하는 사람은 드리미 호프와 그의 고양이 섀도를 임대 계약 기간 동안 보살펴야 한다'는 내용의 유감스런 글이 단호하네요.
덧붙여 스푸키 저택을 설계한 올드미스 C. 스푸키가 그와 같은 추리 소설 작가였으며 비록 책을 출판하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집 안 어느 구석엔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그녀의 추리 소설 원고를 발견하는 재미있는 경험이 되길 바라는 추신또한 재밌네요. 그뿐 아니라 그럼풀리 변호사 역시 부루퉁 작가가 임대기간동안 홀로 남겨진 드리미 호프와 고양이를 돌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하면서 실망을 감추지 못하죠.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유령 길들이기' 시리즈 원고를 써내려가는 부루퉁은 밤마다 계속되는 거슬리는 소음, 잦은 방해로 집중을 할 수가 없어 급기야는 몇가지 공동생활에 대한 규칙을 정해 보지만 그마저 별 소용이 없네요.
결국 점점 늘어만가는 규칙에 참다못한 드리미가 더 이상 자신에게 괜한 누명을 씌우지 말라며 편지에 올드미스란 유령의 존재에 대해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이며 이따금 신경질이 나면 문을 쾅쾅 닫는 버릇이 있다고 얘기해 줘요. 친절하게 그림까지 그려서 올드미스가 요리를 하고 자신과 저녁을 먹고 피아노연주를 하는 모습을 그려서 보내자 다 쓰러져 가는 스푸키 저택에 유령이 산다는 억지주장으로 자신을 겁줘서 쫓아내려는 뻔뻔하고 거짓말쟁이 꼬마로 생각할 뿐,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도 원고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큰소리 뻥뻥치네요.
하지만 올드미스가 초대한 저녁식사에서 식탁 반대편에 있는 빈자리에서 포크가 혼자 접시 위를 오락가락하더니 눈에 보이지 않는 입 속으로 음식이 홀연히 사라지는 유령의 모습을 보고도 이게 무슨 눈속임인지, 숨은 재주인지 여전히 드리미가 유령 흉내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 부루퉁은 자신에 대해 그렇게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데요. 드디어 올드미스의 테이트 신청을 받아들인 부루퉁은 그녀의 무덤이 있는 공동묘지에서 꽃을 준비하고 올드미스가 쓴 원고를 읽으며 다정하게 소풍을 즐겼고 그녀와 함께 책을 쓰기로 마음먹죠.
한편 스푸키 저택이 철거위기에 처하고 책만봐 터너 출판사는 전문 사설탐정을 고용하며 부루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더니 그가 얼마나 정신상태가 불안정하며 원고를 끝마칠 능력을 없다는 걸 판단. 급기야 출판계약을 파기하는 절망에 휩싸이는 듯 하죠. 그렇지만 서로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유령과 어린이 책 작가의 공동저자료 펴낸 달콤 살벌한 유령이야기 '43번지 유령저택'은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유령저택을 살만큼 큰 돈을 벌게 되면서 공동저자 올드미스 C. 스푸키와 부루퉁 B. 그럼플리 그리고 삽화가 드리미 호프 세 사람이 한 팀(가족)이 되어 계속해서 책을 펴낼 계획이라니 이보다 대단한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싶네요.
추추추신: 말장난같은 재미난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이야기의 사건과 매우 관련있는 신문기사, 등장인물간의 상당한 내적갈등과 특히 배꼽잡는 사설탐정의 보고서 같은 재미난 에피소드 등 이 책의 유쾌함은 상상 이상으로 넘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