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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 ㅣ 생각하는 숲 12
T. S. 엘리엇 지음, 악셀 셰플러 그림, 이주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7월
평점 :
세계적인 뮤지컬 '캐츠'의 바탕이 된 작품으로 유명한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는 처음 출간한지 7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해 새롭게 만든 책으로 영국 최고의 어린이책 상인 스마티즈 상 수상 화가 악셀 셰플러가 그림을 그려 더 신비롭게 아름다운 동시집!
악당 마카비티, 변덕쟁이 럼 텀 터거, 장난꾸러기 문고제리와 룸펠티저, 마술사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온 마을의 자랑 신명기 영감님, 깜장하양 얼루기 젤리클 고양이 등 온갖 개성 강한 고양이들의 갖가지 사연 속에 인생에 대한 풍자와 고양이들만의 비밀이 담겨 있어 웃음을 자아내요.
바로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엘리엇의 별명.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신비하고 환상적인 고양이 이야기에 그가 왜 20세기 최고의 시인으로 꼽히는 지, 우리가 몰랐던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진짜 모습을 만나봐요. 그전에 언뜻 듣기에는 헛소리같겠지만 고양이에게도 아주 특별한 이름이 있다는 거 아세요.
먼저 고양이에게 평소에 부르기 좋은 이름 하나를 짓고 오직 한 고양이만 가질 수 있는 독특하고 품위있는 특별한 이름이 하나 더. 그런 이름이 없으면 고양이들은 꼬리를 바짝 쳐들거나 콧수염을 뻗는 등 자부심을 품지 못한데요. 그러고도 사람은 아무리 궁리해도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하고 심오한 유일한 그 이름 하나는 고양이 혼자만 알고 있다니 앞으로 길에서 만나는 길고양이에게 이름을 묻기전에 "야옹아~"라고 부르는 건 큰 실례라는 거 기억해둬야겠네요^^*
또한, 세상에서 오직 한 고양이만 가질 수 있는 이름에 시인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 이름을 슬쩍 끼워넣는 재치로 '젤리로럼'은 문학과 뮤지컬 작품 속에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죠.

다음으로 호랑이 줄무늬에 표범 점무늬가 어우러진 얼룩무늬 털옷한 별별무늬 제니를 한번 만나봐요. 북적북적 활기찬 하루가 끝날때 그제야 일과를 시작하는 늙다리 껌딱지 고양이를요. 그가 하는 일은 생쥐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뜨개질을 가르치고, 빵과 마른 콩으로 생쥐 케이크를 만들고 망나니 무법자 패거리 바퀴벌레를 훈련시켜 보이 스타우트, 군악대를 지휘한다니 정말 말이 안돼죠.
겉으로는 온종일 벽난로 앞이나 따뜻하고 볕 드는 곳만 좋아해서 창턱처럼 매끄럽고 평평한 자리에 늘 껌딱지처럼 앉자만 있지만 알고보면 생쥐들의 버르장 머리에 관심이 많고 바퀴벌레가 삶의 목표를 가지고 착한 일을 하도록 신경을 쓴다니 그저 시인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에요.
더군다나 너벅선을 타고 떠돌아다니는 악당 고양이, 으르렁호랑이 이야기에선 주로 위대한 영웅의 생애를 비장한 문체로 읊는 서사시 형식이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극적이며 셜록 홈스, 파우스트와 같은 다양한 문학작품뿐 아니라 신화, 전설 같은 폭넓은 인용을 활용한 특징을 알고보면 더 재밌는 극시란 생각이 드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적인 고양이를 꼽으라 한다면 약살빠르고 영리하지만 가장 이상한 고양이, 럼 텀 터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사람을 잘 따르는 개와 달리 사람에게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의 습성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어 삽화에 그려진 상황이나 사람들의 표정이 쉽게 이해가 됐어요.
럼 텀 터거는 이상한 고양이고, 하고 싶은 일은 하고야 마니까 도무지 말릴 수가 없을 뿐더러 뭐라고 야단쳐도 소용이 없고...그렇다고 투덜댈 필요도 없다는 시의 구절이 딱이에요.

마치 '톰과 제리'에 나오는 개구장이 톰과 같이 세상에 난장판처럼 재미난 건 없다고 늘 사고만 치는 모습이나 지나치게 명랑한 것도 똑같이 닮았죠. 그밖에 마술 모자에서 아기 고양이 일곱 마리를 꺼낸 대단히 독창적인 마술사,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이야기는 아기 고양이를 여럿 키우고 싶은 저희 아이들이 제일 신기해하는 고양이로!
신기한 고양이로 따지면 먼저 세상을 뜬 아내만도 아홉이 넘을 정도로 여러 개의 삶을 이어서 산 신명기 영감님 이야기는 그 마을 사람들이 신명기 영감님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나면 입이 쩍 벌어져 말문이 막혀요. 그리고 그 뒤로 멋쟁이고양이, 극장고양이, 철도고양이를 더 만나다보면 이제 드는 생각은 고양이가 참 여러 생각을 가진 여러 사람과 많이 닮았음을 잘 알겠어요.
그렇다면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고양이를 대하는 규칙 정도는 알아두면 좋겠죠. 그건 처음 보는 고양이에겐 절대 친한 척하면 오히려 고양이가 화를 낸다는 사실. 전에 몇번 마주쳤다면 황송하게도 고양이가 자신을 믿을 만한 친구로 대해 줄때까지 조그만 존경의 표시로 고양이 취향을 고려한 크림 한접시나 캐비아 약간, 파이 한조각, 꿩고기 통조림을 내 놓으면 마침내 고양이를 이름으로 부를 자격(?)이 된다는 거예요.

하지만 결론은 시를 읽는 사람이 어떻게 상상하고 이해하냐에 따라 고양이에게 말을 거는 법은 따로 있다니 아이들과 우리들만의 고양이 이야기를 상상하며 고민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