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편지가!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1
황선미 지음, 노인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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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작가의 신나는 읽을거리, 시공주니어 문고71 <멍청한 편지가>는 이제 막 이성친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에 찾아오는 비밀스런 첫사랑 이야기로 <나쁜 어린이 표><마당을 나온 암탉> 밀리언셀러 동화작가 황선미 작가의 신작이라 더 기대와 관심이 큰 작품이네요. 

 

 어느 날 처음 받은 연애편지가 자신이 아닌  자신의 첫사랑 상대가 현재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는 연애편지였다면 괜히 그 사람을 보는 게 마음편하지 않을 터. 어떤 식으로 그 연애편지를 주인에게 돌려줘야하는지 내내 고민에 빠진 채,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 감정에 불쑥불쑥 끼어드는 자신이 낯설지요. 

 

 그도 그럴것이 별명이 헐랭이인 동수가 1Cm 자랄 때 영서는 5Cm씩 자란 듯 남자애들을 두들겨 팰 정도의 말괄량이로 부쩍 자란 그녀는 동수랑은 유치원때부터 알던 소꼽친구지만 한동안 서로 가깝게 어울린 적도 없고 인사도 하지 않는 사이라 이런 이상한 기분이 끔찍하게도 싫죠. 외모만 보면 더 이상 유치원때의 울보 영서가 아니니까요.

 

 

 물론 처음에는 그냥 돌려줄까도, 그냥 버릴까도 생각 했었는데...그럼 편지를 건넨 상대가 창피해할까 한편으로 걱정도 되면서 솔직히 자신이 설레는 마음으로 남의 편지를 뜯어서 봤다는 게 더 찜찜하고 창피한 기분이라 참기 힘들죠. 반면에 평소처럼 긴 머리를 매만지고 예쁜 척 눈을 깜빡이며 큰소리로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그녀가 얄미울 정도로 눈에 거슬려 아예 책상에 엎드려 귀를 막아 버려요. "쳇! 콩새가 저런 거였어?" 

 

 온종일 생각할수록 짜증나고 화가 나는 이유가 오로지 가방속 편지, 그 멍청한 편지때문에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일로 괴로워 하고 둘 사이를 관찰하듯 감시하는 자신이 한심하기 짝이 없죠. 만약 둘 사이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고 좋아진다면 어떻게든 원래 주인에게로 편지를 돌려줘야 하니 이러쿵저러쿵 둘 사이 신경전이 오갈 때마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 선도 요동을 치네요. 

 

 아마도 악마가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작정한 것이 아닌지 밤새 영서랑 무지 싸우는 꿈을 꾸며 악몽에 시달렸던 동수는 그 때까지만 해도 영서의 편지를 돌려줄 마음이 있었죠. 단, 영서가 자신 속을 확 뒤집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듣기 전까지도 좋아하는 이성친구에게 멋지고 남자답게 혹은 어른스럽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야! 꼬맹이!" 그 소리가 자신을 이토록 힘들게 할 줄 몰랐어요. 

 

 

  그러니 그녀를 좋아하는 감정이 순식간에 그녀를 용서할 수 없는 복수심에 불타고 보란 듯이 그녀를 골탕 먹이기 위한 장난에 결국 축구시합 제비뽑기에서 쪽지처럼 구겨넣은 편지를 편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 채 학교 연못에 던져 버린 건 바로 영서였어요. 여느때와 달리 영서를 편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 없었으니 이런 장난쯤이야 무슨 대수라고... 지켜보는 가슴이 벌렁벌렁 터질 거 같아요. 

 

 "난 아홉 살만 지나면 인생이 달라질 줄 알았어. 한 자리 숫자랑 두 자리 숫자는 차원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어린애랑 소년처럼." 열한 살 동수의 첫사랑은 두근두근 가슴 떨리는 순간의 연속이죠.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생각이란 걸 하기도 전에 그녀, 생각이 앞서는 건 '사람은 누구나 처음 이성을 사랑하는 순간을 경험하는데 그런 순간에 아이들은 성장한다.'고 말한 작가의 얘기에 크게 공감해요. 

 

 얼마전 딸아이가 수학여행을 다녀오고 기념으로 찍은 단체사진을 보고있자니 이런기회에 우리아이의 은밀한 사생활이 궁금. 혹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있는지 살짝 떠 보고 싶은게 부모마음이더군요. 괜히 아이 앞에서 솔직하지 못하고 "누가 멋있어?" "누가 잘 생겼어?" "누가 친절해?" "누가 인기 많아?" 이런 말로 딸아이의 마음을 떠볼 수 있다고 생각한 엄마야말로 사춘기 딸아이와의 서툰대화에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중요한 팁을 이 책에서 배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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