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꼬리 이모 나랑 놀자 ㅣ 콩깍지 문고 4
박효미 지음, 김정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2월
평점 :
초등 저학년 문고 <꼬리이모 나랑 놀자>는 여우 가족이야기로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변화로 인해 주위 가족 체계에 영향을 주는 관점에서 가족관계를 모빌에 비유하면 휠씬 이해가 쉬워요. 특히 현재 그 사람과의 관계가 깊은 애정으로 친밀도가 높다면 그 사람에게 일어나는 변화와 관련되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진동이 클 수 밖에 없겠죠.
아기 여우 은별이랑 만날 놀아주는 꼬리이모는 은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모. 서로 코를 만지작만지작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꼬리 흔들기 시합도 하고 엉겅퀴 수풀 달리기도 하고 숲 속 동굴에서 푹 쓰러져 자기도 하고.. 둘 만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참 행복해 보이네요.
그런데 꼬리이모가 우락부락 못생긴 여우 씨랑 결혼을 한데요. 이제부턴 은별이에겐 이모부가 생긴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어요. 원래 여우들은 때때로 거짓말을 치기때문에 아기 여우 은별이는 이모 말이 사실이 아닐 거라 믿었죠. 어느날 꼬리이모가 가족들 앞에 여우 씨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은별이는 낄낄거리며 이 상황이 모두 장난일 거라 생각했어요.

한 편으로는 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한참 떨어진 문 옆 가장자리에 멀뚱멀뚱 서 있는 은별이가 안쓰럽게 느껴지네요. 누구 한사람 은별이에게 다가가 은별이의 마음이 어떨지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서운하기만 해요. 여느 때처럼 은별이가 "꼬리 이모, 꼬리 이모 나랑 놀아." 꼬리이모 뒤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이모를 불러도 꼬리이모는 돌아보지 않아요.
예전에 은별이랑 신나게 놀아줬던 숲 길을 이젠 여우 씨랑 손을 잡고 거닐고 빽빽한 나무 사이로 요리조리 달려서 숲속 동굴에 쏙 들어가 버리고... 은별이는 혼자 남았어요. 많은 여우가족, 친지, 숲 속 동물 친구들이 축하해 주는 결혼식 날에도 은별이만 씩씩 콧김을 내뿜으며 잔뜩 심술이 났어요. 결혼식 내내 이리저리 왔다갔다 괜히 여우 씨를 골탕 먹일 007작전을 펴보지만 아무리 은별이가 심통을 부려도 소용없다는 걸 은별이만 모르는 가봐요.

현재로선 꼬리이모를 사랑하는 만큼 꼬리이모가 사랑하는 사람을 인정하기 싫은 가봐요. 더군다나 사랑하는 여우 씨와 결혼식을 끝내고 행복한 신혼여행을 떠난지 딱 세 밤, 집에 오자마자 짐을 싸서 은별이와 헤어지는 꼬리이모가 살짝 미웠을지 모르죠. 끝내 은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꼬리이모가 달래보지만 은별이의 울음은 그칠 지 몰랐어요.
은별이는 꼬리이모가 결혼을 해서 은별이랑 따로 사는 게 당연하다 자신을 설득하는 자체도 얼마나 서운한 마음이 큰지 걸핏하면 소리지르고 툭하면 울고..꼬리이모가 아주 이따금 은별이네 집에 놀러 올 때면 꼬리이모를 보고 해죽 웃다가도 여우 씨를 보면 팩 토라져 버리기 일쑤. 게다가 꼬리이모랑 여우 씨는 오자마자 쫓겨나듯 집으로 가 버리곤 했어요.

심지어 여우 씨가 만들어 준 은별이를 위한 의자도 부수고 여우 씨가 요리한 수프그릇도 내동댕이쳐 버렸죠. 여전히 꼬리이모가 생각날 때 이모집에 한달음에 뛰어가면 항상 마음에 들지 않는 여우 씨가 이모 옆에 바싹 붙어 있는 게 제일 속상한가 봐요.
이튿날 아침일찍 꼬리 이모집으로 또 뛰어 간 은별이는 목놓아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해요. "꼬리이모 나랑 놀아줘." 결국 보다못한 꼬리이모가 여우 씨를 두고 은별이와 단둘이 숲속 놀이터로 놀러를 갔어요. 다람쥐랑 곰이 나무를 오르락내리락, 너구리들이 넝쿨 숲을 살금살금, 여우들이 꼬리를 살래살래..아기 동물들이 엄청 많은 놀이터죠.

꼬리이모랑은 철퍼덕 주저앉아 멋진 동굴을 만들고, 동글동글 진흙 빚어 던지기 놀이도 하다 슬금슬금 아기 동물들이 모인 진흙탕에서 꼬리이모도 잊은 채 정신없이 친구들과 놀기 바빠요. 어느 새 꼬리이모는 살짝 빠져나와 여우 씨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도 은별이는 전혀 눈치채지 못해요.
그 뒤로 날마다 숲 속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느라 꼬리이모 집에 갈 시간이 없을 정도. 단 며칠씩 비가 오는 날만 빼놓고는 아직 친하지 않아 사이가 어색한 여우 씨를 꼬리이모 옆에서 억지로 떼어 놓으려는 심술은 부리지 않겠죠. 이젠 은별이도 시집 간 이모보다는 또래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즐거울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