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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지도 따라 굽이굽이 역사 여행 500km ㅣ 아이세움 지식그림책 30
김하늘 지음, 박지훈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10월 13일자 신문기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포함해 서울시민 3827명 대상으로 서울의 매력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시민이 꼽은 서울의 매력 1위가 바로 '한강'이라죠. 그 이유가 대표적인 서울의 상징이자 주말에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기때문이라는데 저역시 크게 공감이 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오랜 세월 우리나라의 역사를 품고 힘차게 흐르고 있는 한강에 대해서 아이세움 지식그림책 서른번째 이야기 '지도따라 굽이굽이 역사여행 500Km' <한강>을 통해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니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지금은 서울 수돗물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 '아리수'가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에 나오는 '크고 넓은 물'이란 뜻의 한강의 옛이름이었다는 사실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셨을지 몰라도 이외에 대수, 한수 등 한강을 부르던 낯선 옛이름부터 한강의 발원지가 어디이며, 그 시작과 끝이 어떻게 어우러져 있는지 설명하는 책은 드물죠. 더욱이 아주 옛날 사람들이 한강가에 살며 한강 물을 마시고 농사를 짓고 한강에 배를 띄워 물자와 사람들을 실어 나르던 한강의 옛모습까지 떠올리도록 아름다운 한강 유역의 풍광을 즐기며 떠나는 한강 역사여행이 반가울 수 밖에 없네요.

분명 지도를 볼 때는 오히려 휴전선 가까이에 있는 임진강과 한탄강 물줄기가 서울을 거쳐 충주, 강원도 영월, 태백 아래로 흐르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 쉬웠는데 이 책은 그 틀린 생각을 정확하게 짚어 설명해주네요. 바로 서울보다 한참 떨어진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 아래에 있는 검룡소에서 골지천이란 이름으로 시작되는 물줄기가 한강의 발원지라는 사실에 검룡소? 검룡소가 어디야? 궁금증이 폭발! 아주 먼 옛날, 하늘로 올라가 용이 되고 싶었던 이무기가 한강을 거슬러 올라 태백산 금대봉에 이르러 금대봉 아래에서 하늘로 날아오르겠다고 몸부림을 쳐 생긴 구덩이가 바로 검룡소라니 그림책 속 숨은 페이지마다 그 지역에 관련된 전설이나 유적, 인물 등을 다양하게 소개해서 책을 넘겨 읽는 즐거움이 무척 커요.

그러니 천리가 넘는 긴 여행을 시작하는 첫걸음이 용트림한 흔적같은 폭포길을 따라 뾰족뾰족 솟아오른 산들 사이로 힘차게 휘돌아 흐르다보면 송천과 골지천, 두 물줄기가 어우려져 작은 물길의 '천'이 큰 물길의 '강'으로 바꿔 이름도 조양강으로 바뀌지요. 이 땐 나무로 뗏목을 만들어 띄울 수 있을 만큼 물이 깊어지고 강폭도 넓어져 드디어 조양강이란 이름으로 흐르던 물이 사북에서 흘러오는 동남천을 만나 동강으로 바뀌고 다시 영월 땅으로 들어서서는 서강을 만나 마침내 한강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데요. 더욱이 평창강 끝머리 선암마을 풍경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와 꼭 빼닮은 모습이라 제대로 알고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이 절로 생겨요.

그리고 단양과 충주로 이어지는 한강 유역은 남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고구려와 북으로 밀고 올라가려는 신라가 맞선 싸움터였을 정도로 역사상 한강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얼마나 끊이지 않고 치열했는지 느낄 수 있어요. 잠시 충주댐 충주호에서 걸음을 멈춘 한강 물은 다시 목계부터 물살이 느려져 큰 배를 띄울 수 있을 만큼 깊어질 뿐 아니라 넓은 여주평야 굽이굽이 흐르다 보면 깍아지른 듯한 절벽을 지나, TV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소로 유명한 두물머리에 도착해선 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요. 그 뒤로는 본격적인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현재 한강에 놓인 스물여덟 개의 다리 이름과 완공연도가 자세히 나와 있어 저희 아이들이 태어나던 해에는 어떤 다리가 완공되었나 눈여겨 보게 돼죠.
거기에 통일이 되면 남북을 잇는 중요한 길목될 파주와 한강 마지막 지류인 임진강을 품에 안고 서해 바다로 방향을 틀면서 맞이하는 김포평야를 지나 섬 전체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가 살아있는 '지붕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강화도까지 구불구불한 지도따라 500Km의 신나는 한강 역사여행이 끝날 무렵에 보람도 크게 느껴요. 이젠 태백의 검룡소가 전혀 낯설지 않고 지역마다 한강을 부르는 이름이 어떻게 다른지 정도는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책에서 소개한 깨알같은 유명관광지, 명소를 찾아 '하루만에 한강 돌아보기' 코스대로 아이들과 한강을 100배 즐길 수 있는 진짜 여행을 떠나 봐도 좋을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