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궁전 리리 이야기 1
이형진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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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주니어의 <리리이야기>는 왠지 보면 볼수룩 끌리는 매력이 많은 책같아요. 첫 장에 리리이야기에 대해서 '속 깊은 꼬마 리리를 중심으로 리리의 가족, 이웃,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깊이를 배우고 세상을 이해하는 그림동화' 란 설명이 주인공의 독특한 외모 뒤에 감춰진 내면의 갈등이나 변화가 무척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같아요. 특히 강력한 빨간색의 판화기법으로  예상하지 못한 불행, 힘든 역경 등 굴곡 많은 우리네 인생의 깊이를 더 간결하고 깊이있게 들여다 볼 수 있어 엄마와 아이가 함께 보면 더 좋은 책이에요.     
 


 

덜컥, 자신을 낳아준 부모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홀로 시골 외할머니집에 보내진 주인공 리리는 오직 의지할 곳이라곤 손때 묻은 개구리 인형뿐, 모든 게 낯설고 두렵기만 하죠.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헤어려주지 못하고 어른들의 뜻과 결정에 따라 앞으로 외할머니 집에서 살아야 해요. 마음같아선 곧장 뒤돌아서서 도망치고 싶은 심경이라 처음뵙는 할머니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얼른 개구리 인형 뒤로 숨어요. 그런데 "어디서 굴러 들어온 애야?" "재 엄마가 도망갔다면서?" "아유 골칫덩이를 맡았구먼." 동네 어른들의 수근거리는 소리가 리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해요.     

 

그저 아무말도 못하고 뒤돌아 앉아서  '내가 골칫덩이라고?' 너무 창피해서 답답한 방안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않죠. 보다 못한 할머니가 리리의 마음을 겨우겨우 달래서 시장구경에 나서보지만
이미 마음의 상처를 입은 리리는 동네 사람들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푹 숙인채 할머니 등 뒤로 바짝 붙어 다녀요. 또 다시 동네 어른들께 '골칫덩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게 정말 싫었겠죠. 그러다 리리는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를 고르게 되는데... 리리 또래 여자아이가 좋아 할 만한 목걸이, 팔찌 같은 여러 악사세리 중에서 유독 리리 마음에 쏘옥 들어온 물건은 바로, 두 눈만 뻥 뚫린 공주가면이었어요. 그것을 받아 든 리리는 "히히, 골칫덩이는 없다." 라고 좋아하게 돼죠.   


  

 자신이 이 공주가면만 쓰면 다른 사람들이 당연히 못 알아 볼 거라 생각했던 거죠. 할머니께서 시장에 나가시고 집에 혼자 있을 때도 리리는 공주가면을 벗지 않았어요. 왠지 가면을 쓰고 있으면 남들 앞에서 혼잣말이 아니라 용기내어 자신있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죠. 그러던 어느 날 리리 친구처럼 보이는 또래친구가 리리네 할머니집에 놀러오면서 함께 공주가면을 쓰고 친구 수미가 말한 선녀 할머니 궁전에 놀러가자고 약속까지 해요. 왠지 마음에 맞는 친구가 생겨 리리의 마음이 참 행복했어요. 그러다 약속한 날이 가까워지면 질 수룩 몇 번을 마당끝에 서서 동네를 바라보며 '누가 알아 보면 어떡하지?' 두려움에 몸을 바들바들 떨었어요.    

드디어 용기내어 처음으로 혼자 집밖으로 나서던 날, 금세 동네 어른들이 공주가면을 쓴 리리를 보고 "골칫덩이다!" 고 놀려 댈 것만 같아 무조건 앞만 보고 걷던 리리는 수미가 알려준 길을 조심조심 걸어 예쁜 꽃들로 둘러싸인 궁전까지 무사히 도착했어요. 마치 오랫동안 언제나 활짝 웃고 있는 공주가면을 쓴 자신을 기다려 온 듯한 예쁜 궁전과 눈부신 공주의자에 "어서와요, 우리 공주님." 리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선녀할머니를 보는 순간 리리는 너무 기뻤어요.   

"자 우리 공주님 천국에서 내려온 예쁜 사과 받으세요." 리리는 선녀할머니 앞으로 한발 한발 다가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할머니가 주시는 새빨간 사과를 향해 손을 내밀었죠. 그런데 선녀 할머니로 뒤로 리리와 똑같은 공주가면을 쓴 수미가 나타나자 선녀할머니는 깜짝 놀라시며 무섭게 리리를 야단치셨어요. "감히 날 속여? 웃지만 말고 어서 대답해!" 그 뒤로 리리의 마음은 또 다시 굳게 닫힌 듯 정신없이 도망쳐 외할머니집에 온 첫날과 다를게 없이 방 구석에 털썩 주저 앉아 숨어있었어요.  
 


  바람에 비벼대는 대나무 잎들조차 '가면 속에 숨었다가 다 망쳤대.' 라고 리리를 놀려대는 거 같아 너무 속상했죠. 선녀할머니가 축 처진 리리의 어깨를 붙잡고 "예쁜 옷 입고 왜 심통이 났을까? 예쁜 공주님은 마음씨도 고은데." 아무리 달래봐도 리리의 화는 쉽게 풀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마음을 연 선녀할머니께 화가 나 방문을 벌컥 열어제치고 밖으로 뛰쳐 나갔어요. 갑갑하던 가면을 얼굴에서 떼어 내며 큰소리로 말했죠. "내가 누군지 왜 몰라!"   그리고는 이게 다 가면 탓이라 생각하며 간신히 울음을 참았어요.    

"나도 가면 쓰기 싫다고! 골칫덩이라고 놀리니까 그래서 쓴 건데..." "그래, 골칫덩이면 어때. 가면 쓰면 밥 먹기도 힘든걸.." 더이상 자신의 안타까운 처지를 더이상 위로 받고자 하지 않아요. 날마다 공주가면 쓰고 공주처럼 살 수 있을 거 같았던 자신의 생각이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니 참 어리석게 느껴졌죠. 아무리 화려한 가면으로 자신을 감춘 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은 거죠. 차라리 세상과 당당하게 맞서서 남들이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 자신을 둘러싼 나쁜 소문이나 오해를 풀고 자신있게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길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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