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함께하는 송알송알 동시 논술 - 생각이 열리는 동시집
윤동주 시, 이상미 엮음, 박지훈 그림 / 초록우체통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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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민족의 영원한 별, 윤동주 시인과 함께 하는 <송알송알 동시 논술>은 정답을 원하거나 글을 잘 쓰기 위한 논술책이 아니지만  동시를 통해 놀이를 하듯 논술을 익혀보는 특별한  동시집은 분명하네요. 어려서 자연을 사랑하고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시 쓰기를 좋아했던 어린소년의 윤동주와 함께 시를 노래하며 이야기하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스르르 열리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평소 그적그적 시 쓰기에 전혀 관심이 없던 아이들도 멀리서 학교를 다녀야 하기때문에 늘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 밖에 없었던 시인의 그리움을 이해하고 자신과 눈높이를 맞춘 꼬마시인의 시에 귀 기울여 들어요. 시인에게 길가에 핀 민들레도 날마다 새롭고, 이러저리 옮겨다니며 아는 체하는 까치도 참 반가운 얼굴이니만큼 봄, 눈, 나무, 햇빛, 바람 등 자연을 노래하는 시가 참 많아 좋아요. 

 

[봄] 우리 애기는 아래발치에서 코올코올/ 고양이는 부뚜막에서 가릉가릉/ 애기 바람이 나뭇가지에 소올소올/ 아저씨 햇님이 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쟁  

[눈] 지난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나무]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조개껍질]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울 언니 바닷에서 주워 온 조개껍데기/ 여긴여긴 북쪽나라요 조개는 귀여운 선물 장난감 조개껍데기/ 데굴데굴 굴리며 놀다 짝 잃은 조개껍데기 한짝을 그리워하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나처럼 그리워하네 물소리 바다 물소리. 

그렇게 어린시절 윤동주는 자연을 사랑하고 가족을 그리워하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고운 마음을 시로 옮겼어요. 더욱이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시대에 떠나온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마음이 얼마나 애끓는 지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나 마음이 보고싶은 가족을 그리워하는 그리움의 대상이란 걸 느껴요.   

[해바라기 얼굴]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어 들어 집으로 온다. 

[오줌싸개 지도] 빨랫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는/ 지난밤에 내 동생 오줌싸서 그린지도/ 꿈에 가 본 엄마계신 별나라지돈가?/ 돈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땅지돈가?

[고향집]  헌 짚신짝 끄을고 나 여기 왜 왔노/ 두만강을 건너서 쓸쓸한 이 땅에 /남쪽 하늘 저 밑엔 따뜻한 내 고향 /내 어미니 계신 곳 그리운 고향집  

 그러니 동시를 잘 쓰려면 어떤 사물이나 마음을 보고 느낀대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우리 말을 살려 쓰면서 예쁜 말을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대요. 앞서 소개한 윤동주 시인의 '봄'에 등장하는 예쁜 시어에는 콜콜 자는 소리를 코올코올, 고양이가 내는 소리를 가릉가릉, 솔솔 바람이 부는 소리를 소올소올처럼 읽을 수록 리듬이 살아나 마음 속에 음악이 되는 표현들이 많이 나오죠.  

또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송알송알 동시'에선 시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시어에 대한 서로 다른 느낌이나 특징, 연상되는 관련어를 찾아서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내 맘대로 동시'에서 마음껏 표현해보고 윤동주 시인외 방정환, 이장희, 조지훈 같은 다른 시인들의 작품뿐 아니라 '000학교 000' 또래 친구들의 동시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일반 동시집과 다른 점이 눈에 띄여요.  

 햇살이 비치는 나른한 봄날 오후, 아무리 참으려해도 하품이 저절로 나오는 이런 봄날씨를 고양이에 빗대어 표현한 이장희 시인의 [봄은 고양이로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봄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하남풍산초등학교 황은서 어린이의 [친구의 토끼랑] 나랑 토끼는 앞니가 길어 나도 앞니가 길어/ 토끼는 깡충깡충 잘 뛰어 나도 폴짝폴짝 잘 뛰어/ 토끼는 귀가 커 내 귀는 우리 반에서 제일 커/ 토끼랑 나랑 닮았네 토끼랑 나랑은 친구 처럼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은 친근한 주제의 동시를 통해 시인과 마주 앉아 이야기 하듯 연상되는 재미난 이야깃 거리를 찾아내는 것이 큰 실속이죠.  

 그도 그럴것이 예전에 아이의 여름방학 숙제로 동시 한편 짓기에 쩔쩔 매다 결국엔 신문에서 또래 친구들의 시를 옮겨다 시화집을 직접 꾸몄던 기억을 떠올리면 <윤동주 시인과 함께하는 송알송알 동시논술>은 자신도 모르게 책을 쫓아서 글을 쓰다보니 어느새 시 쓰기에 자신감이 생겨요. 동시를 읽다가 시간이 남을 때, 뭐 좀 새로운 놀거리가 없나 하고 심심해질 때, 놀이를 하듯 이 책을 활용해 멋진 시 한편 완성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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