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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나무가 다시 살아났어요 ㅣ 아이과학
김동광 글, 정순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4월
품절
깊은 숲속, 장대 같은 비가 쏟아지고 번쩍이는 번개에 나무들이 하얗게 모습을 드러내면 쿵, 콰당! 한순간 벼락을 맞은 두 그루의 나무는 벼랑을 굴러 개울로 떨어지고, 또 한 그루는 숲 쪽으로 쓰러져요. 개울로 떨어진 한 그루의 나무는 누런 황톳물에 휠씁려 떠내려가면서 잔가지가 모두 떨어지고 남은 굵은 줄기가 바위 틈에 끼여 자연스레 둑을 만들죠. 그렇게 새로 생긴 둑에는 물이 고이기 시작하면서 제법 커다란 웅덩이가 생겨났고, 죽은 나무가 만든 웅덩이 속에 어느새 생물들이 보금자리를 차렸어요.
비가 그치고 땅이 보송보송하게 마르자, 숲속의 작은 이웃들이 부리나케 쓰러진 또 다른 나무에 몰려들고, 나무 구멍 뚫기 선수인 나무좀벌레가 제일 앞장서서 두꺼운 나무 겉껍질에 구멍을 뚫기 시작하죠. 그 덕분에 뒤따라 죽은 나무 속으로 들어가는개미와 다른 곤충들도 모여들면서 곤충들의 풍성한 곤충들의 잔치가 열렸어요. 그게 다 영양분이 풍부한 속껍질을 먹기 위해서라는데 나무좀벌레가 뚫어 놓은 구멍을 보금자리 삼아 바깥에서 온갖 먹이를 물어들이며,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더 많은 생물들이 죽은 나무로 몰려들어요.
더 이상 곳곳했던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여러 조각으로 부서진 죽은 나무역시 누군가의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어 주는데 겉껍질 위에 피어난 이끼며 버섯이며 집과 먹이를 구하기 위해 죽은 나무에 모여드는 여러 종류의 동식물들은 서로 도와가며 더불어 살아가죠. 주로 동물들은 배설물로 식물들에게 영양분을 주고, 죽은 나무에 피어난 버섯을 먹고 사는 작은 동물들은 버섯의 씨앗인 포자를 숲 이곳저곳을 퍼뜨려주죠. 그렇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죽은 나무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더 작은 조각으로 부수어지고 그 자리에서 서로 더불어 살랐던 동물들도 하나둘씩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게 돼죠. 결국 한 그루의 나무가 땅에 쓰러지는 순간부터 자신이 자연으로부터 빌려 왔던 모든 것을 되돌려 주며 또 다른 삶을 계속 이어 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네요.
동물도 마찬가지로 덩치가 큰 사자가 얼룩말 같은 초식동물를 사냥해서 가장 맛있는 부위를 먹고 나면 하이에나 같은 작은 동물들이 나타나서 남은 먹이나 죽은 동물들의 사체를 먹듯이 자연은 수많은 생물이 마치 촘촘한 그물망처럼 서로 얽혀 있는 복잡한 체계로 끊임없이 순환하는 모습을 잘 나타내요. 특히 벼락을 맞고 쓰러진 두 나무의 이야기를 통해 죽은 나무가 어떻게 생태계의 순환에 기여하는 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우리의 주변에 일어나는 전반적인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