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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카멜레온 ㅣ 꼬마 그림책방 30
다시로 치사토 글.그림, 김영진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몸 안에 체온 조절기관이 없는 뱀과 도마뱀은 추운 겨울동안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며 봄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주변색으로 몸의 색깔이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알록달록 변하는 카멜레온은 오늘도 정글산책을 나서네요. 바로 꼬마그림책방 서른번째 이야기, <알록달록 카멜레온>카를로의 얘기로 한눈에도 머리 양쪽에 툭 튀어나온 커다른 눈과 신기하게 서로 맞물려 있는 발가락, 길고 가는 꼬리로 누가봐도 나뭇가지를 잘 타고 걷는 재주꾼이 아닐 수 없는데요.
동물들은 걸핏하면 카를로를 나뭇조각이나 나뭇잎, 꽃이나 돌로 착각하고 그냥 지나치고 알아보지 못해 속상한 마음이 컸어요. 하루는 몸집이 아주 큰 뚱뚱이 하마가 하마터면 카를로를 밟을 뻔 한 일도 있어 카멜레온 카를로는 더이상 참지못하고 자신이 카멜레온이라는 게 정말 싫다고 소리를 꽥 질렀어요. "진짜 더이상 못 참겠어! 난 내가 카멜레온이라는 게 정말 싫어!"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마는 오히려 알록달록하게 몸의 색깔이 변하는 카를로가 부럽다고 말하는 터, 카를로는 잘익은 과일을 몇 개 따와서 으깬 후, 하마 몸에 골고루 칠해 주었더니 하마가 좋아서 소리쳤어요. "와~ 멋지다! 나도 너처럼 분홍색이 됐어!"

그 순간 카를로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번쩍 떠올라 밤늦게까지 과일, 꽃, 나뭇잎을 따서 모아 그것들을 짓이겨 즙을 짜내고는 여러 색깔의 즙을 섞어 작은 그릇에 담았어요. 그리고 어서 아침이 되기만을 기다렸죠. 동물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릇에 담긴 화려한 색깔들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었어요. "자, 다들 말만 해. 무슨 색이든 원하는 대로 칠해 줄테니까 무슨 색으로 할래? 줄무늬? 점박이 무늬? 바둑판 무늬? 꽃무늬? 뭐든 다 가능해."
그러자 사자, 고릴라, 기린, 얼룩말, 코뿔소까지 모든 동물들은 색의 마술사, 카를로 손끝에서 화려하게 변신하기 시작했고 모두가 알록달록한 카멜레온처럼 변해서 더이상 동물들의 예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어요. "정말 멋진 생각이야 카를로!" 카를로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고 이제 정글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이 되어 카를로의 기분은 아주 행복했어요. 어느새 자신의 고민따윈 까맣게 잊은 듯 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날이 되어서 동물들의 불평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다들 너무 알록달록해서 얼룩말하고 하마를 구별할 수 없고 도대체 누가 먹이인지 알 수 없으니 이곳 정글에서 더 이상 사냥을 할 수 없다는 거예요. 심지어 얼마 못가 다른 동물들까지 우르르 카를로에게 달려들며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화를 냈어요. 너무 놀란 카를로는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쳐봐도 결국 더 이상 도망칠 곳 없는 벼랑끝에 딱딱한 바위처럼 굳었어요.
그 때, 짙은 잿빛으로 변하는 먹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거센 빗줄기에 알록달록하던 동물들의 몸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말끔히 씻겨져 저마다 제모습을 찾게 되었죠. 그 덕에 동물들의 화도 풀리고 벼랑끝에 내몰린 카를로의 깊은 한숨도 잦아들며 다시 정글에 평화가 찾아왔어요. 마치 한 여름밤의 꿈처럼 다시 평화롭게 일상으로 되돌아온 동물들에게 서로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사건이었어요.

결과적으로도 한번쯤 자신의 모습에 불평, 불만이 많았던 동물들의 고민도 다 해결된 셈이니 누구하나 평화롭지 않은 동물이 없네요. 그리고 다시 날마다 몸 색깔을 바꿔가며 정글 산책을 하고 있는 우리 주인공 카멜레온 카를로역시 간혹 다른 동물들의 카를로를 알아보지 못해도 더 이상 기분 나빠하거나 화내지 않는 모습으로 하룻밤 사이에 부쩍 어른스러워졌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