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37
피터 시스 글.그림, 안인희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어린이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 아너상과 로버트 F.시버트 논픽션 상 수상에 빛나는 아이세움 저학년 그림책 서른 일곱번째, <장벽>은 그야말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볼 수 있는 걸작그림책이다. 특히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프라하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청소년 개척단 일원으로 활동하던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냉전이란 역사적인 사실과  칼날같은 날카로운 그림, 그 밖의 사진, 일기로 온갖 정보를 담아내는 작품이다. 

1918년 제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독립국들이 생겨났고 체코슬로바키아도 그 중 하나. 하지만 체코슬로바키아는 민주주의를 겨우 20년 경험하고는 나치 독일에 점령되었다. 이어서 1939년 제 2차 세계대전이 터졌고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으로 구성된 연합군이 1945년 독일과 일본을 물리치고 독일이 점령했던 나라들을 해방시켰다. 

 

1946년 당시 공산주의였던 동유럽과 자유주의인 서유럽 사이의 경계선을 풍자해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의 패쇄적이고 비밀주의적인 대의정책을 꼬집어 '철의 장막'이란 표현을 썼고 전쟁이 끝나자 연합군이 해방을 맞은 여러나라를 통치. 소련이 동부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과 독일의 동쪽 부분을 통제하면서 제 2차 세계대전이후 철의 장막이 유럽을 상징적, 이념적, 실질적으로 서로 다른 두 지역으로 나누게 되었다.     

그러면서 소련은 서유럽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동유럽을 관리. 서쪽 블록에 속한 나라들은 모두 독립을 하고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지만 동쪽 블록은 소련의 빈틈없는 감시를 받으며 국경선 대부분을 요새처럼  만들어 길을 가로막고 베를린 시를 둘로 나누는 장벽을 세웠다. 이후 오랜시간동안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냉전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붕괴될때 까지 계속되었다.   

 

피터 시스, 그의 일기에도 1954년 그의 아버지가 군대의 영화조에 뽑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중국으로 파견되고 1960년 프라하의 레닌 박물관에서 청소년 개척단 스카프를 받고 전국체육대회 매스게임을 연습하던 때의 제복 색깔을 기억한다. 그리고 1961년 소련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1965년 8월엔 미국 대학 올스타 농구팀이 프라하에 방문한 일과 1967년 2월에 친구들과 함께 록 그룹을 결성하고 악기를 만드는 내용까지 마치 소소한 일상을 그림일기로 기록하듯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과거에는 프라하가 두려움과 의심과 거짓말로 가득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가 쉽지 않아 내 어린시절을 설명하기가 몹시 힘들었다. 그래서 언제나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려왔고 내 삶에 대해서도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기로 마음 먹었다." 라는 그의 말이 꾸밈없고 거짓없이 다가온다. 게다가 이렇게 섬세하고 재치가 넘치게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그의 실력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드디어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폴란드에 이어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동독, 불가리아 차례로 자유를 찾으며 희망을 노래할 때, 자유를 향한 몸부림은 더 이상 뛰어 넘지 못하는  장벽이 없을 정도로 위대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