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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없는 토끼 ㅣ 꼬마 그림책방 28
클라우스 바움가르트 지음, 틸 슈바이거 그림, 김영진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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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에는 별별 토끼들이 다 있다? 피부에 나있는 털색이 검거나 하얗거나 노랗거나 점박이 있거나 정도지 아이세움 꼬마 그림책방에서 만난 <귀 없는 토끼>처럼 아예 귀가 없는 토끼는 처음 본다. 거기에 귀없는 토끼의 주변 친구들은 하나같이 멋진 귀를 가졌다. 귀가 널따랗고 좁다랗고, 길쭉하고 짤막하고, 네모낳고 동그란 토끼까지 한번도 귀없는 토끼를 상상해본 적 없는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어딘가 동글동글한 얼굴에 뾰족 튀어나온 하얀 앞니, 볼 옆으로 삐죽나온 수염만 봐서는 토끼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바다에서 헤엄쳐 사는 수달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귀 없는 토끼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많다. 비록 귀는 없지만 다른 토끼들만큼 달리기, 높이 뛰어오르기, 구멍을 파는 일도 모두 잘한다. 특히 숨바꼭질 할때는 키 작은 나무뒤에 숨는 일은 귀없는 토끼가 최고다. 그런데도 다른 토끼들은 진짜 토끼라면 귀가 있어야 한다며 귀없는 토끼랑 친구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토끼를 괴롭히는 여우마저 귀달린 토끼들만 쫓아다닐뿐, 귀없는 토끼에겐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혼자서 친구 하나 없이 덩그라니 놀이터 시소에 앉아 있는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인다. 누군가 귀없는 토끼에게 다가와 "우리 친구하자!" 반갑게 손내밀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러던 어느날, 귀없는 토끼 집 앞에 누구 알인지도 모르는 알이 놓여져 있어 잃어버린 알을 찾아주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그 모습마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고 만다. 이제는 귀없는 토끼가 알까지 낳았다며 비웃기 시작했고 잃어버린 물건을 보관하고 주인을 찾아주는 분실물센터 아쩌씨도 "가만 보니 네가 잃어버린 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귀였구나! 누가 귀를 주워오면 너한테 연락하마!" 놀려 먹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런 편견 썩힌 비아냥쯤은 마음에 담아두거나 신경쓰지 않는 듯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해야할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귀없는 토끼가 애정을 쏟는 건 지금 자신옆에 있는 단단한 껍질 속 조그만한 알이다. 사실 귀없는 토끼가 컴퓨터 인터넷을 통해 알에서 태어난 동물은 귀가 아주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기사을 보고 "그럼, 이 알에서 나오는 동물은 날 비웃지 않을 거야!" 하며 좋아했던 것이다.

아마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친구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서로 따뜻한 정을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더이상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수영을 하고, 등산을 하면서 하루 하루 깊은 애정을 쏟는 모습이 그저 나와는 다른 외모때문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경계심을 풀고나면 휠씬 세상의 그늘진 모습까지 사랑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성숙함이 몸에 배는 듯 하다. 어차피 세상 누구도 자신과 똑같거나 닮은 존재는 없는 법, 스스로 자신의 상처나 장애를 극복하고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즐기고 사는 그가 참 매력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