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포야 입을 크게 벌려 꼬마 그림책방 25
오이시 마코토 지음,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으레 동화책에 등장하는 악어라 하면 

커다란 입과 무지무지 큰 이빨 때문인지 착한 동물친구들을 괴롭히는 악당이나 사탕, 초콜릿과 같은 단것을 좋아해 이빨이 썩었지만 치과에 가는 걸 무서워하는 겁쟁이로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에게 선물한 아이세움 꼬마그림책방시리즈 <밤포야 입을 크게 벌려>에 등장하는 주인공 악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평범하기 짝이 없어 책 속에 등장하는 다른 동물, 새끼호랑이나 원숭이 친구들처럼 악어친구에게 장난치고 싶어진다. 그만큼 덩치는 크고 겉모습은 험상궂지만 하는 행동은 순수하고 엉뚱하기까지 하다.  그것도 어느날 자신의 입안을 구석구석 청소해 주러 오는 악어새를 그만 꿀꺽 삼키는 실수를 저지르고 어쩔 줄 몰라하는 마음 착한 악어가 딱 그러하다.   

결국 숲에서 만물박사로 통하는 흰앵무새에게 악어새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듣고 곧장 실천에 옮기지만 그 방법이란 게 만만치가 않다. 먼저, 늪에서 자라는 쓴 약쑥 이파리 세 장을 잘근잘근 씹어서 그 즙을 꿀꺽 삼낀다음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로 몸을 움직여서도 안되고 입을 다물어서도 안된다. 악어 밤포 뱃속에서 들어가 있는 악어새가 나올 때까지 그 큰 입을 해를 향해 쫙 벌려 있어야 한다. 그것도 자신의 실수로 억울하게 자신의 뱃속에 갇혀 버린 가엾은 악어새를 위해 아무리 콧등이 간지럽고 누군가 자신의 모습이 어리석다고 놀려도 절대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사냥꾼이 총부리 앞에서도 도망은 커녕 전혀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어느덧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밤포 뱃속에서 짹짹 악어새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악어새가 기운차게 하늘을 날아올랐을때는 어쩜 나 자신조차 그런 의지와 끈기, 인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갈 만큼 힘든 시간을 이겨낸 악어 밤포가 대견스럽다. 마치 어린 아이마냥 동화책 주인공에 동화되어 악어새가 무사히 밤포 입을 통해 빨리 밖으로 나오기만 기다렸던 짧은 순간에도 한창 엄마, 아빠 야단에 겁부터 먹고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숨기기 바쁜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다. 이런 악어 밤포의 대단한 용기를 좀 본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악어새를 삼킨 밤포에게 흰앵무새가 알려준 방법 외에 다른 방법에 대해 생각해봤다. 저희 다섯살 아들녀석은 악어가 힘이 빠져 저도 모르게 입이 다물어지지 않도록 커다란 막대기를 악어 입 사이에 꽂아 놓겠다고 하고, 초등 2학년 큰딸 아이는 악어가 해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동안 컴컴한 뱃속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입구를 열심히 찾는 악어새를 간단한 그림으로 나타내보니 그마저 재미있는 독후활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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