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아버지의 자전거 ㅣ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35
이철환 지음, 유기훈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2월

2000년도에 <연탄길>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글쓴이, 이철환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어렸을때 힘들고 가난했던 우리네 이야기를 전해준다.  

주인공 집은 아버지가 자전거 하나로 고물을 수집해서 파는 고물상을 하셔서 저전거 없이는 생활이 불편하다. 그런데 어느 늦은 밤에 고물상 앞에 세워 둔 아버지의 자전거가 없어지는 일이 일어 나고 만 것이다.  

비록 녹슨 고물 자전거지만 주인공 가족한테는 더할 나위없는 소중한 물건이기에 그 날 밤, 당장 온동네를 샅샅이 뒤져가며 잃어버리는 아버지의 자전거를 찾으러 애쓰셨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자전거때문에 아버지는 풀 죽은 듯 울상을 지으시면서도 다음 날엔 손수레로 온동네 고물을 모으러 다니셨다. 게다가 날씨마저 점점 추워지는 바람에 아버지는 몹시 힘겨운 일상을 견뎌내고 계셨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이 학교 앞에서 오리궁둥이 같은 솜사탕을 자전거 위에서 파는 아저씨를 보게 되는데 자전거 핸들에 녹이 슨 모양새며, 오른쪽 폐달 반쪽이 떨어져 나간 것까지 며칠전에 깜쪽같이 사라진 아버지의 자전거가 분명했다. 그리고 곧장 그 사실을 아버지께 알려드리고 아버지와 함께 다시 현장에 나타나는 순간, 아버지의 표정이 굳어계신다.  바로, 솜사탕을 파는 아저씨 뒤로 아픈 아기를 업고 있는 아주머니와 추운 거리에 쪼그려 앉아 시들한 김치하나로 점심을 때우는 모습에서 아이 수술비 마련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훔쳐야만 했던 잘잘못이 서로의 힘든 현실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사는 정으로 바꾼 듯 하다.  갑자기 아버지는 '우리 자전거가 맞다' 라고 확실하는 아이 앞에서 ' 저건, 우리 자건거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명하신다.   

  

그 일이 있고,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이른 아침에 고물상 앞마당에는 아버지가 잃어버렸던 자전거가 눈을 맞으며 서 있었다. 그것도 자전거 뒷자리에 봉지 가득 담겨있는 빨간 사과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함께 맞고 있다. 아마도 주인몰래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빌겨간 성의 표시인 듯 싶다. 아마도 지은 죄가 있어 당당하게 그들앞에 나타나지 못하니 눈밭에 하얀 발자국만 남겨놓았나보다. 

어쩌면 예나 지금이나 '아이구 힘들다' '어렵다' '못살겠다' 노래부르는 것은 매 한가지 인 듯, 요즘처럼 어려운 경제난 속에 점점 우리네 살림살이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어제 신문기사에서 읽은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알죠'라는 신문기사가 이 책의 느낌을 한마디로 대변해 주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