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 - 조금 일찍 세상에 나와 일하며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박진숙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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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주택이라는 소설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자기 힘으로 산다는 것이 돈을 버는 것이라고 이해했던 나에게 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는 새로운 가치를 알게 해주었다.

 

소풍가는 고양이라는 도시락 배달 회사를 청소년, 청년 구성원들과 운영하는 박진숙 작가의 사업기는 자기 힘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흥미롭게 다가왔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에서 모나지 않은 삶이라 여겨왔던 지라 학교를 제 발로 나가 스스로 진로를 개척해가는 청년들의 삶은 특이하고 몇몇 소수의 용기가 있는 아이들의 선택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들이 세상 밖에서 꿈을 펼치기에는 현실은 냉랭하고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다. 경제적 환경이 열악한 환경의 청소년이 학교 밖으로 내몰릴 가능성은 훨씬 높고 빈곤의 문제는 단순히 생활의 영위가 불가능한 상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의 박탈’(60)이라는 말이 정확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꿈이 뭔지, 진로를 결정했는지 자꾸 닦달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밖 청소년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들어주는 어른이 존재한다는 것은 희망적으로 느껴진다. 자신이 투자한 회사를 이끌어가며 나의 노동의 가치를 찾아가는 경험은 쉽게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노동현장은 한정적이고 세상의 잣대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대단한 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 열악하고 노동의 강도도 세며 대가가 형편없이 낮은 경우도 많아서 결국에는 바꿀 수 없는 결론을 억지로 끼워맞추며 정신승리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생기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어려운 세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쁜 일자리라도 다니는 게 낫다"(124쪽)  지금의 청소년과 청년이 맞이하게 될 현실에 대해 아무도 이의제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젊은 세대가 고생을 하지 않으려고 편한 일자리만 찾기때문이라며 일자리 부족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것은 너무 쉽게 기성 세대가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변명처럼 느껴진다. 누구든지 기회를 갖고 노력한 만큼 대가를 가져갈 수 있는 사회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도 어디선가 어른이 되려고 고군분투중인 청소년과 청년의 땀의 가치를 응원하며 앞으로의 사회가 이들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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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만나다 사계절 1318 문고 132
이경주 지음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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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와 제로의 젊음을 응원하며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인기 있던 시절이 있었다. 청춘에게 유독 가혹한 한국 사회에서 이 말은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귀한 왕자님 공주님으로 성장하다 즐거운 초등학교 시절부터 선행 학습에 내몰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해야 할 고민이나 고뇌의 시간은 싸그리 입시라는 틀 안에 갇혀버리고 마는 현실. 그 틀 안에 끼지 못하는 청소년은 또 그것대로 괴로운 현실과 맞서야한다.

동호와 제로는 도서관으로 짐작되는 낯선 공간에서 깨어나고 타인에게 보이지도 않는 존재로 도서관 이곳 저곳을 배회하며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소설은 출발한다. 이들이 사후세계에 있는 것처럼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서로를 발견하기 이전까지 도서관에서 떠돌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검은 망토의 사서. 사서는 각자에게 책을 들려주며 답을 찾고 싶다면 책을 다 읽으라는 미스터리한 말을 하며 떠나간다. 그리고 시작된 동호와 제로의 이야기.

동호는 운동을 좋아하고 공부에는 심드렁한 여느 남학생과 다름없는 고등학생으로 우연히 독서실에서 만난 이수라는 친구와의 깊어지는 관계에 혼란을 겪는다. 제로 역시 엄마와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사춘기 소녀로 그림만이 위로가 되어주는 상황에 만난 밴쿠버라는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성장해간다.

학창 시절의 우정은 TPO의 영향을 더욱 강하게 받는 듯하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 만나는 지에 따라 그들의 우정은 순식간에 빠져들게도 만들고 손절하게도 만드는 것 같다. 동호와 제로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으며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좌절감에 허우적대기도 한다. 인생이란 긴 시간 속에서 작은 부분일 수도 있는 사춘기 시절의 만남과 이별은 자고 일어나면 한 뼘씩 커있는 키처럼 마음의 키를 늘려준다.

널 좋아해, 그냥 나는 너란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 (97쪽 중)

이수는 동호에게 자신의 감추는 것이 어쩌면 더 좋았을 마음을 고백하며 이 우정의 끝을 생각했을지 궁금해졌다. 운동만 좋아하고 누구에게도 깊은 속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동호에게 오랜만에 마음을 열게 한 이수의 고백은 낯설고도 어색한 관계로 전환하게 만든 사건임은 틀림없다. 감정이 이성보다 앞서는 나이에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지만 동호에게는 다른 사람의 시선, 내 감정의 혼란에 빠져 이수가 가진 호감에 대해 고마움보다는 분노가 앞설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동호의 행동에 수긍이 가기도 했다.

그냥 아니라고 말하면 다 괜찮아지는 일이었다.”(110쪽 중) 제로에게 밴쿠버, 즉 이수는 대답을 못한 채 자리를 떴고 제로의 사랑은 그저 짝사랑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주는 작은 이벤트로 끝이 난다.

그렇게 얽히고 꼬인 관계로 미지의 세계에서 만난 동호와 제로는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다독이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고 한뼘 더 성장하여 다음 시간으로 발을 내딛게 된다.

청소년은 육체 뿐 아니라 정신의 성장도 매우 중요한 시기로 이 시기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면 그 불균형으로 인해 작은 폭풍에도 쉽게 스러질 수도 있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관계 맺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는 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 우정의 가치를 전해주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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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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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존주의의 시대(싫은 것을 존중받는 시대)에 딱 알맞은 책 읽기 방법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도서관에 들어설 때의 설렘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지치거나 고요한 곳에서 내 생각 속으로 빠져들고 싶을 때 한 권의 책만큼 위로가 되는 것도 없다. 백화점에서 신상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신간 코너를 두리번거리거나, 오랜만에 민음사의 고전시리즈 중에 끌리는 대로 골라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특히나 독서에서 즐거운 일로 다른 사람의 독서목록을 훔쳐보는 것도 빼 먹을 수 없다. 문유석 작가의 쾌락독서는 제목처럼 즐겁고 유쾌하게 작가의 독서목록 속으로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여중-여고-여대까지 여자들의 세계 속에서 살던 나에게 수컷의 향기가 자욱한 독서 경험은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너무나 비슷한 경험담에 깜짝 놀라게도 만들었다.

개인주의자 선언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는 판사 출신으로 우리가 아는 엘리트 지성인답게 유년시절에 책에 빠져들게 된 계기부터 활자중독에 이를 정도로 책을 즐겨 읽었단다. 여러 책을 섭렵하며 독서의 취향을 발견하게 된 경험담을 공유하여 작가가 결론내린 독서 취향을 흥미롭게 펼쳐낸다. 작가보다 몇 살 어린 나도 비슷한 세대로서 소년소녀세계명작전집을 고모집에서 처음 봤었다. 100권이 조금 넘는 양으로 기억되는데 삼국지에서 일리아드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고전을 아우르는 어마어마한 양이었지만 곧잘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중에도 어린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소공녀였던 것 같다. 비슷한 추억을 공유해서인지 작가의 독서 이력이 점점 궁금해졌다. 특히 슬램덩크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했다는 프롤로그부터 나의 과거와 작가의 과거 속 교집합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작가가 책을 고르는 짜사이이론은 내가 하는 가르치는 일 속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 바로 재미이기에 공감하기에 충분했다. 가볍게 읽히지만 무게감이 있고 여운이 남는 글이란 참 어렵지만 또 이렇게 술술 써가는 작가들이 있기에 독서란 절대 놓을 수 없는 훌륭한 취미이다. 작가는 이것을 더 세분화하여 자신 취향의 글에 대해 소상하게 정리해놓았는데 꽤나 인정할 만한 대목이라고 생각되었다. “어깨에 힘 빼고 느긋하게 쓴 글, 갯과보다는 고양잇과의 글 (p.53)” 그렇지, 개보다는 고양이가 흥미롭지. .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표현력이란.

필독을 누구 마음대로 정했는가, 독서는 편독이지라는 2장의 내용도 여러 번 맞장구를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작년에 인생으로 시작해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에 푹 빠져지냈던 지라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똑같이 좋아하는 팬을 만난 심정으로 작가는 위화의 이야기에 무엇을 느꼈을까를 궁금해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도 종종 교사들간의 독서모임이 만들어지기에 작가의 독서모임 경험담도 매우 참고할 만한 내용이었다. 2020년과 21년에는 코로나 속에서도 학생들과 뜻이 맞는 교사들이 함께 모여 사제동행 독서 동아리 모임에 참여하였다. 독서는 오로지 혼자만의 취미일 것 같지만 함께 읽기가 힘이 있다는 어느 책의 제목처럼 정말 여럿이 읽고 생각을 나누는 것은 코로나 속에서 단절이 미덕이 되는 순간에 한줄기 빛처럼 삶의 활력이 되어 주었다. 친구들 앞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눈치를 보는 요즘 아이들에게 같은 책을 일고 자기의 생각을 말해보고 들어보는 활동은 꽤나 의미가 있었다. 나의 생각을 꺼내는 데 타인의 시선이나 비난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작가가 주장하는 개인주의 선언은 꽤 용기를 줄 수 있을듯하다. 자신의 독서 방향에 대해 확신을 갖고 싶거나 책을 읽으며 빵 터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자신있게 독서를 통해 쾌락을 느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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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다의 목격 사계절 1318 문고 131
최상희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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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까? 요즘 젊은 작가들의 패기와 당돌함은 새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주기에 늘 신간을 둘러보는 설렘은 백화점의 신상을 맞이할 때의 엔돌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닷다의 목격역시 이러한 설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곳을 보는 닷다.

이 문구를 읽는 순간 영화 식스센스가 떠오르면서 유령을 보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인가? 익숙한 포맷인 것 같으면서도 궁금한 설정이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었다. 여고괴담 속에 사라지지 않고 등장하는 졸업생 마냥 학교를 전전하며 좋아하는 급식 반찬이 나오는 날 당당하게 급식을 쟁취하는 너구리라니. 제육볶음을 먹고 후식으로 바닐라아이스크림이 찰떡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너구리라니.

학교 안에 있다 보면 별의별 아이들을 다 만나게 된다. 바닐라빈이란 이름의 너구리마냥 산더미같은 급식을 다 먹고서 아무것도 안 먹은 것처럼 다음 학년 줄에 무심한 얼굴로 줄을 서서 두 번째 급식판을 담는 녀석도 있고 기껏 받은 급식을 깨작거리다가 그대로 퇴식구에 반납해버리는 녀석까지. 급식을 두 번씩 먹는 아이는 혹시 오늘의 영양섭취가 이것이 전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깨작거리는 친구는 같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친구가 없어 밥맛이 떨어졌나 아이의 입장을 헤아리며 급식지도를 할 때가 많다.

닷다가 본 것은 너구리만이 아니다. 학교 안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성범죄의 목격자가 되었지만 늘 그렇듯 학교 안의 일은 본 것을 말해도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귀찮은 일의 추가가 되기 쉽상인지라 닷다 역시 입을 꾹 다물고 만다. 화장실 몰래카메라의 피해자가 순식간에 가해자가 되는 것도 놀랍지 않은 이유는 정말 학교 안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그 안에서 약자는 그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잘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들키고 싶지 않은 학교의 치부를 들켜버린 것 같아 마음이 쓰리지만 그래도 바닐라빈이 모른 척해주지 않아서 그래서 닷다 역시 방관자로 남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의 안도를 하며 작품의 결말을 맞이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단편 제물은 인당수에 빠져야했던 심청이가 떠오르는 상황 전개가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만 다수의 평화로운 생활이 보장된다는 상황은 극단적으로 느껴지지만 현실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기에 외면으로 일관해 온 나의 삶을 돌아보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괴물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관습과 사회가 무너지는 것이, 그들은 두렵다.” p54

문제 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행해온 수많은 관습과 행위가 또 다른 제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쉽게 마무리가 지어지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나머지 단편 역시 순간을 곱씹으며 작품이 주는 재미에 푹 빠져 읽을 수 있었다. 짧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이야기에 몰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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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투

코로나19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름도 낯선 지침에 맞춰 조금만 견디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지않을까란 희망고문 속에서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7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집 속의 이야기들은 마냥 미래의 상상 속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바이러스로 오염된 미래시대의 지구, AI와 인간의 관계, 타임머신을 통한 시간 여행, 기후 위기로 인한 삶의 변화. 모든 주제가 앞으로 1~2년 안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는 스스로에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때는 지구대오염의 시대..

(none) 바이러스는 지구 인구의 4분의 1을 채 10년도 안되는 시간에 죽음으로 이끌었다. 가족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눈 앞에서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되었고 이브 역시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남은 삶을 살고 있다. 1질병연구소에서 정화직원으로 청소 일을 하는 이브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이름 모를 남자. 탈출을 도와달라는 말에 의문을 품고 그 남자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 남자는 알고보니 안드로이드 A라는 논에 맞설 항체를 가진 존재였고 절대로 연구소를 빠져나갈 수 없는 인간의 필요로 만들어진 존재일 뿐 자유의지를 가질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인 A는 놀랍게도 인간처럼 사고하고 자유를 갈망했다. A는 어째서 이브에게 도움을 요청했을까. 이브가 가진 상처를 이용하여 자신의 탈출에 이용하기 위함이었을까

인간이 영원히 우월한 존재일 것 같지? 틀렸어. 자연은 더 우월한 종에게만 자비로워.”(40-41p, 항체의 딜레마)

A의 마지막 일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으로 지쳐버린 우리에게 깨우침을 주려는 말처럼 느껴졌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상류층 사람들에게만 자본주의의 냉정함을 비웃듯 A가 연구소를 빠져나가는 모습은 현재의 백신 불평등과 오버랩이 되어 쓴 웃음이 지어졌다. A는 결국 이브를 구하며 인간이 가진 희생정신을 보여준다. 인간이 긴 지구의 역사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유는 타인을 돕는 이타심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이것마저 잃어버린다면 인류는 멸망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인물의 결핍이 서로를 강하게 이끌게 되었다고 느껴졌다. 우리가 가장 극한 상황 속에 놓이더라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애를 잃지 말라는 메시지가 어느 시기보다 펜데믹 속의

우리에게 더 가슴깊이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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