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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들려주는 태교동화 - 개정판 ㅣ 태아를 위한 행복한 글읽기
김양현 / 프리미엄북스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9월 첫주가 출산 예정일이니 이제 약 두 달만 지나면 저도 아빠가 되겠군요. 아직 두달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우리 아기가 어떻게 생겼을까? 아빠가 된다는 것이 대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죽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조금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남들 다 한다는 태교가 뭔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유난떨지 말고 그냥 평소 하던대로 조심조심 살면 그게 바로 태교지 뭐가 더 필요하겠어?” 하면서 그 흔한 클래식 음악 CD 한 장도 사다주지 못했으니 이러다 아내에게 평생 구박받고 사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번 주 어느날 아내가 「아빠가 읽어주는 태교동화」라는 책을 사달라고 했을 때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이고! 알아듣지도 못할 뱃속의 태아에게 무슨 동화책? 오늘은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저리 유난을 떠시나? 그리고 엄마가 읽어주면 될 것이지 왜 또 아빠를 찾는냐 말이야?’ 하지만 이런 말들을 입밖에 냈다가는 또 무슨 구박을 당할지 모르니 잠자코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요.
책이 도착하던 바로 그날 밤부터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익히 여러 번 들어본 적이 있는 그저그런 동화들이더군요. 하지만 저는 기왕 읽을 거 아내의 뱃속에 있는 아기가 정말로 내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진지하게 읽어 나갔습니다. 임산부와 태아 모두의 감성이 풍부해질 수 있도록 의성어와 의태어를 많이 사용한데다 읽는 사람의 호흡을 고려하여 운율을 탈 수 있도록 쓰여 있어서 읽는 저도 슬슬 재미가 붙었습니다. 며칠 그렇게 읽다보니 호랑이 울음소리 어흥~!, 말 울음소리 히히힝~! 흉내는 물론 손짓 발짓까지 해가며 읽게 되더군요. 유치원 학예회 같은 자리에서 아빠들이 동화 구연을 어떻게 저리도 잘들 하시나 궁금했었는데 누구나 이렇게 미리 연습을 하고 온 것이었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깜짝 놀라며 제 손을 잡아 끌어다 배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뱃속의 아기가 움직이는게 손끝 감각으로 느껴질 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배가 출렁거리는 것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가끔 제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를 때면 아내는 뱃속의 아기가 마치 춤추듯이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합니다. 설마하니 아기가 윤도현 최신가요를 알아 듣겠냐면서 웃고 말았지만 이렇게 동화책 읽어주는 소리에도 발길질의 강도가 달라지니 아기가 뭔가 느끼긴 느끼나 봅니다. 작년에 아빠가 된 사무실 동료의 얘기로는 아기가 막 태어났을 때에도 소리에 반응이 없더라는데 아마 뱃속의 아기도 역시 소리를 구별할 수는 없지만 어떤 파동같은 것을 감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며칠 읽다주다 보니 아기를 위한 태교는 물론이려니와 엄마 아빠들에게도 아주 유익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잔혹한 헐리우드 영화만 보고 자라 황폐해 있는 이 예비아빠의 정서 순화에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과 서로간의 대화가 늘었습니다.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두 사람이 아내와 남편으로 나란히 앉아 책을 읽어 준다는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뱃속의 아기가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제 아내는 남편이 읽어주는 짤막한 동화 한편에도 마냥 행복해하는 것 같고, 저는 모처럼만에 남편노릇 한번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上善若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