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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이 함께 착한 건물주가 되면 어떨까요? - 자본보다 사람의 힘으로 일군 사회적경제기업 성공 스토리 31
정원각 지음 / 북돋움coop / 2025년 3월
평점 :
십수 년 전 어느 가을날 영광 불갑사로 꽃무릇 구경을 간 적이 있었다. 아담한 사찰 주변으로 빼곡하게 솟은 꽃무릇이 햇빛을 받아 형광 진홍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마침 추석이라 그 지역 할머니들이 만들어 판다는 모싯잎송편을 일부러 찾아가 사먹기도 했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분들이 바로 영광의 사회적협동조합 "여민동락"이었나 보다.
그 오래된 기억을 되짚게 한 것은 바로 이 책 “1,000명이 함께 착한 건물주가 되면 어떨까요?”이다. 사실 제목만 딱 봐도 나 같은 비관주의자에게는 일단 설득력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 착한 건물주라니, 그것도 1,000명씩이나? 어쩌다 SNS에 건물주가 월세를 깎아줬다는 둥의 미담이 올라올 때도 있지만 그야말로 가물에 콩 나듯 있을 법한 얘기이고, 기본적으로 인간 종족에게 대가 없는 선의라는 건 믿을만한 것이 못 되는 법이다. 이윤 추구만이 최고의 선이요 종교인 세상 아닌가.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사례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 청년 일자리, 지역소멸 극복, 농민사업 활성화, 지역특산물 브랜드화, 동물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경제’라는 대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이윤 추구만이 아닌 좀 더 인간적인 가치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가득 담겨있다. 사실 나도 우리나라에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취지도 훌륭하고, 성과도 내고 있는 멋진 사회적 기업이 곳곳에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책을 읽으며 내내 ‘이런 일은 관이 나서서 해야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자체의 도움이 컷다는 대목도 많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해보인다. 책에 거론된 대부분의 분야가 사실 처음부터 정부, 지자체가 앞장서서 했어야 할 일들이기 때문이다. 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구석에서 선의를 가진 일반 시민,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이 이렇게 노력하고 있구나 인정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참 재미있게 잘 넘어간다. 삼십여 개의 기업이 소개되고 있는데, 각 기업의 탄생과 부침, 흥망의 스토리가 마치 청소년 성장소설 같기도 해서 그들의 성공에 괜히 나까지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 같다. 특히 ‘오산양조’ 이야기, 김밥 만드는 ‘복만사’ 같은 대목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쓰여있어 재미있게 읽힌다. 원래 사람은 성공담, 성장스토리에 열광하는 법이라던데 이 책이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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