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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으로 살고 별빛이 되다 2 - 피로 쓴 독립운동 기록물을 읽고 ㅣ 불꽃으로 살고 별빛이 되다 2
김용균 지음 / 여름언덕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요 며칠 어느 만화가의 어처구니없는 망발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는 친일파 후손의 대저택과 ‘독립유공자의 집’ 문패가 붙어있는 어느 허름한 집을 비교해가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100년 전에도 소위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
하... 이 사람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어떻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세워진 나라인지, 우리가 지금 어떻게 식민지 백성이 아닌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는지, 그게 누구 덕분인지... 생각만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을 이렇게 폄하하고 조롱하다니...
나도 우리 세대의 평범한, 상식 수준의 일반인이라 독립운동사에 그리 밝지는 못하다. 안중근, 유관순, 김좌진, 김구 선생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분들 밖에 모르고, 삼일절이면 겨우 국기를 내거는 일 말고는 하는 일이 없고, 영화 ‘밀정’, ‘암살’을 보면서 며칠 비분강개하다 곧 시들해지는 그럭저럭한 서민이지만 좌우 정치적 성향을 떠나 도무지 저 철없는 말에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끓어오른다.
시의적절하게도 지금 읽고 있는 책 “불꽃으로 살고 별빛이 되다 2”는 독립운동가 30여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혹한 시대를 만나 얼마나 처절하게 일제에 맞서 싸웠는지,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희생해서 이 나라를 되찾고 지탱해왔는지 절절하게 적혀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가슴을 치는 대목은 한분 한분의 연대기와 업적을 나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분들의 1인칭 시점으로, 매일 매일 가슴 속의 소회를 적은 글이라는 것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위대한 독립운동가가 아닌 평범한 자연인으로서의 두려움과 불안, 두고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그들을 돌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보탠 것보다 더 큰 독립에의 열망이 당신들이 직접 쓴 글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나는 의병이 되어 엄동설한에 깊은 산속을 떠돌며 일본군과 싸우는 이야기며, 안동의 여러 지사들이 단식으로 자결하는 20여일의 과정을 손수 기록해가는 일기, 일본군의 진영을 탈출해 수천리를 걸어서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역정, 일제에 의해 어린 여학생들까지 죽임을 당하는 대목을 읽으며 번번히 나를 그 상황에 이입해 ‘나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고민해보았다. 물론 쉽지 않았고, 그런 결정의 상황에 내몰리지 않고 지금 이 평온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허은 여사는 독립운동가 집안의 딸로 태어나, 역시 독립운동가로 유명한 석주 이상룡의 손자며느리가 되어 서간도에서 모진 고생을 겪고 안동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친정부모, 시부모님들을 모두 잃고, 남편마저 떠나보낸 후 여사께서 회고록에 남기신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귓가를 스치는 서간도 벌판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지나온 구십 평생을 되돌아봐도 여한은 없다. 그저 하루하루 연명한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고달픈 발자국이었긴 하나 큰일 하신 어른들 생각하면 오히려 부끄러울 뿐이다. 그 대신 머지않아 여러 영령들 뵈옵고 이토록 살기 좋은 세상이 된 것을 말씀드릴 생각하면 마음 뿌듯하다. 선열들의 피흘린 노력의 보람을 오늘 이 나라의 성공에서 찾을 수 있으시겠지.’
선열들의 피흘린 노력으로 되찾은 나라, 일제의 식민지였으나 이제는 일본과 대등한 국방력을 겨루는 나라, 세계 최고의 코로나 대응으로 국격을 뽐내고 있는 이 나라가 물론 자랑스럽지만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친일청산’이다. 전방위적인 친일청산과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저런 만화가 따위의 민족반역적인 망발을 견뎌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역사교육 어렵지 않다. 이런 책을 곁에 두고 매일 한 꼭지씩 읽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내일 다시 일본이 쳐들어와도 걱정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上善若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