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근대의 창출
히야마 히사오 지음, 정선태 옮김 / 소명출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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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근대는 흔히 서구 근대의 이식으로 이해된다. 이 책은 그러한 통념에 대한 비판을 중국의 루쉰과 일본의 소세키를 통해 전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모방된 서양 근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중심에 두고 동양의 근대화라는 과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20쪽)

'성급하긴 하지만 대략적이나마 근대화라는 개념을 '인간 해방의 실현'이라 정의하기로 한다면, 중국에서의 이와 같은 인간 해방의 과정은 내가 말한 바 동양이라는 독자적인 공간에서 창출된 근대의 유력한 모델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21쪽)

'동양적 근대라는 독자적인 범주의 설정은 동양의 연대의식을 낳는 데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메이지 문명개화 이후의 역사에서 툭하면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것으로 착각해온 서양의 근대를 상대화 하는데에도 적잖이 유효할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21쪽)

저자는 이 같은 '동양적 근대'의 의의를 통해 자국의 전통속에서 근대를 창출하려는 노력들이 엄존했음을 루쉰과 소세키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동양적 근대의 창출에서 동북아시아 삼국 중 조선이 제외되어 있음이 의도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드러난 결과로서의 제외는 의미심장하다. 조선이 국권을 빼앗기고 식민지의 길로 나아가는 행로는 바로 동양적 근대, 아니 조선적 근대의 창출에 대한 자각이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 여길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조선적 근대의 창출이 부재 내지 미약한 연원을 철저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오늘날의 근대가 갖고 있는 문제를 성찰하고 근대 이후의 삶을 모색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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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된 고전
하루오 시라네 엮음, 왕숙영 옮김 / 소명출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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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고전'이라 부르는 '정전canon'이 어떻게 '창조'되는가를 분석하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의 여러 논문들은 '고사기', '일본서기', '만요슈', '다케토리 이야기', '헤이케 이야기''이세 이야기' 등의 고전과 하이쿠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바쇼와 같은 인물이 어떻게 정전화 되는가를 근대 국민국가의 구성원리를 통해 밝히고 있다. 이성시의 <만들어진 고대>에서 논의된바 있는, 당대의 논리를 고대사에 투사함으로써 당대를 합리화 하는 수법이 그대로 정전화의 논리로 활용된다. 국가, 국민, 민족, 젠더 등의 어사는 바로 그런 고전의 창조와 정전의 형성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개념이 된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국제 심포지움을 정리한 이책 역시 미국 학계의 한 표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근대 형성의 드라마에 대한 연구들이 한국의 소명출판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점, 이러한 연구의 번역자나 연구자가 수유연구실의 구성원들과 연세대 국문학과 멤버들이라는 점은 우리 학문의 에콜적 논리의 한 표정을 엿보게 하는 동시에 학문 연구의 헤게모니 싸움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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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라는 괴물
니시카와 나가오 지음, 윤대석 옮김 / 소명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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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역시 최근의 일본 학계의 내셔날리즘 비판의 한 성과물이다. 저자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저자의 내셔날리즘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단호하다.

'저항적 민족주의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가. 저항적 민족주의가 제2차 세계 대전 후 독립과 해방운동을 뒷받침해 왔음은 의심할 수 없습니다. 민족주의는 외부의 세력에 대해 저항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의 보수적 반동적 세력에 대해서도 저항적일 수 있습니다. 저항적 민족주의 속에서 미래를 열어 가는 사상과 실천이 생겨났던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민족주의가 시대와 더불어 혹은 상황에 따라 변화되고 변질되었음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중략)선주민과 주변 소수민족에게 억압적이지 않았던 국가가 어디 있는가. 저항적인 민족주의가 또 하나의 저항적 민족주의를 낳고 있습니다.(중략)역사는 저항적 민족주의가 지배적 정복적 민족주의로 변질되었던 사례를 무수히 제공하고 있습니다.'

나는 한 논문에서 역사적 조건과 상황에 따라 민족주의의 형태도 다양한 층위로 드러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예의 그 저항적 민족주의를 옹호했다. 그리고 지배적 정복적 민족주의와의 차별성을 주장했다. 문제는 저항적 민족주의가 지배적 정복적 민족주의로 변질되지 않도록 성실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 그냥 저항적 민족주의가 지배적 정복적 민족주의로 화했던 역사적 사례를 들어 저항적 민족주의의 그 가능성을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은 역사적 허무주의라 생각한다.

언젠가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너는 왜 끝까지 민족주의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지 못하느냐라는 지적을 들었다. 허를 찔린듯한 마음이었다. 사실은 나의 민족주의에 대한 입장이 근본적이지 못한 감상의 차원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감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나의 실존이 요구하는 역사적 의지의 일종일지 모른다. 따라서 나는 당분간은 계속 성찰과 모색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내셔날리즘을 근대에 창출된 악의 근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 혁명과 같은 근대 국민국가의 시원적 사건을 철저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국민국가론의 영역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세계적 차원에서의 국민국가론(월러스틴), 둘째 개별적 국민국가의 구조에 대한 고찰(시간, 공간. 제도의 재배치), 셋째 국민화의 영역(신체의 국민국가화, 국민국가의 신체화)이 그것이다. 특히 세번째 '국민화된 신체'의 논리는 국민으로 창조된 인간을 '인조인간' 혹은 '괴물'이라고 하여 내재화된 국민국가의 논리를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절대악으로서의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저자는 다문화주의 다언어주의를 국민국가 비판의 논리로 제시한다. 하나의 언어와 문화로 모든 차이를 배제하려는 국민국가의 논리는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 속에서 균열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문화 다언어주의가 국민문학, 즉 국민국가에 대한, 진정으로 유효한 비판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의거하고 있는 문화 개념, 언어 개념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고 변혁애야 한다. <중략>그것은 계속 변용되는 자기의 타자성 복수성과 관련되는 논의이기도 한다.'(92-3쪽)

'국민문학의 잡종성'에 대한 이런 제안은 열린 민족주의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배제와 억압을 초극한 건전한 상생의 논리의 구축은 바로 저 '타자성 복수성'의 인식에서 가능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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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소설의 기원
권보드래 지음 / 소명출판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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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박사 학위 논문을 책으로 묶어냈다. 1910년대를 전후로 하여 문학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어가는가를 추적하고 있는 글이다. 이 책은 물론 소설의 기원에 대한 연구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근대의 기원을 탐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분화 상태의 여러 개념들이 서구문화의 영향을 통해 점차 분화되면서 자율적 공간을 형성해 간 것이 우리의 근대라는 것이다.

근대 계몽기의 신문들과 신소설, 역사 전기소설 그리고 번역소설 등을 통해 허구와 실제의 경계가 형성되고 포괄적인 광의의 문의 개념이 서구 Literature의 역어로서의 문학 개념으로 정립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서술하고 있다. 이런 작업은 황종연의 <문학이라는 譯어>나 김동식의 박사학위논문인 <한국의 근대적 문학개념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에서도 깊이있게 논의된 바 있다. 계보학적 논리를 통해 근대의 기원을 탐사하고 그 기원을 해체하는 일이 한국문학의 현단계에서 무엇보다 적실한 작업이라고 보여지지만 미국과 일본의 연구 동향을 너무 추종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사실 이런 작업들은 무대만 한국으로 옮겼을 뿐 연구의 방식이나 의도가 일본 학계의 그것과 너무도 닮아있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어떤 외래적 논리의 수용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 현실의 구체적 특질을 고려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만이 줏대있는 연구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서구 이론으로 우리의 현실을 재단하는 폐단을 가져올 위험이 짙다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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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
복거일 지음 / 알음(들린아침)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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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복거일을 다시 보게 한 명저라고 말하고 싶다.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를 읽었을 때 느꼈던 보수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지만 그때와는 달리 이 책은 타당한 논거와 분명한 주장으로 독자를 수긍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21세기의 친일문제'라는 부제에서 보듯 복거일은 친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 친일문제는 '민족정기의 정화'라는 관점에서 논의되었지만, 그 '민족 정기'란 무엇인가를 밝히기 모호한 개념이며, 이러한 모호하고 막연한 기준에 의해 친일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대단히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복거일은 이런 비합리적인 친일론이 주로 '민중주의'와 '민족주의'라는 역시 모호하고 막연한 개념의 편견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친일문제를 보는 시각에는 '역사적 관점', '법률적 관점', '윤리적 관점'이 있다. '법률적 관점'의 경우 일찌기 반민법의 사례를 통해 소급입법과 단심제라는 법률 운용상의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고, '윤리적 관점' 역시 우리가 단죄의 대상이라고 하는, 친일분자들과는 전혀 다른 역사적 맥락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들보다 윤리적으로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들에 대한 윤리적 평가 역시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사적 관점'은 친일의 문제가 오랜 시간의 경과로 인해 역사적 문제가 되었으므로 타당하지만 그러한 기준에 따른 평가는 역사학자들의 합리적인 학문적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친일이라는 개념 자체의 모호성을 지적하고 흔히 비교 대상이 되곤 하는 프랑스의 대독 부역자들의 처리문제가 우리의 상황과는 비교 될 수 없다고 한다. 저자는 <기구가설>과 안병직 등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근거로 하여 일제의 식민 통치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북한과 월남의 경우 일제 식민 통치의 기구들을 해소해 버림으로써 오히려 경제적인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주장들은 국내외의 연구 성과들과 당시의 자료들을 근거로 하여 논리의 타당성을 뒷받침 받고 있다. 복거일의 주장이 전혀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주장이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는 힘들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역사의 어떠한 사태에 대해서도 합리성을 추구하는 정신은 포기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복거일의 이 작업은 완고한 민족주의와 민중주의의 비합리성을 제고하게 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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