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소설의 기원
권보드래 지음 / 소명출판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의 박사 학위 논문을 책으로 묶어냈다. 1910년대를 전후로 하여 문학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어가는가를 추적하고 있는 글이다. 이 책은 물론 소설의 기원에 대한 연구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근대의 기원을 탐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분화 상태의 여러 개념들이 서구문화의 영향을 통해 점차 분화되면서 자율적 공간을 형성해 간 것이 우리의 근대라는 것이다.

근대 계몽기의 신문들과 신소설, 역사 전기소설 그리고 번역소설 등을 통해 허구와 실제의 경계가 형성되고 포괄적인 광의의 문의 개념이 서구 Literature의 역어로서의 문학 개념으로 정립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서술하고 있다. 이런 작업은 황종연의 <문학이라는 譯어>나 김동식의 박사학위논문인 <한국의 근대적 문학개념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에서도 깊이있게 논의된 바 있다. 계보학적 논리를 통해 근대의 기원을 탐사하고 그 기원을 해체하는 일이 한국문학의 현단계에서 무엇보다 적실한 작업이라고 보여지지만 미국과 일본의 연구 동향을 너무 추종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사실 이런 작업들은 무대만 한국으로 옮겼을 뿐 연구의 방식이나 의도가 일본 학계의 그것과 너무도 닮아있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어떤 외래적 논리의 수용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 현실의 구체적 특질을 고려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만이 줏대있는 연구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서구 이론으로 우리의 현실을 재단하는 폐단을 가져올 위험이 짙다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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