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찾아서 청년에세이 3
김명인 지음 / 소명출판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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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찾아서'는 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김명인의 두번째 평론집이다. 김명인은 투사다. 현실과의 대결의식은 문제적 개인으로서의 그의 비평정신을 잘 보여준다. 동구권 몰락과 계몽비평의 퇴색이라는 변화를 온몸으로 돌파해 나가려는 그의 올곧은 의식은 차라리 안스럽기조차 하다.

이 비평집은 혼란한 시대를 견뎌내려는 몸부림의 기록이다. 진보에 대한 열망과 확신 그리고 변혁의지는 그의 비평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전체에 대한 통찰의식이 해체되버린 80년대 이후의 비평을 쇄말주의라고 비판하면서 그 쇄말주의를 극복할 논리를 찾아나섰던 <불을 찾아서>를 지나 계몽 비평의 복권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한 <다시 비평을 시작하며>까지 7년여간의 고민을 담고있다.

임화와 김수영의 삶에서 자신이 처한 현실의 무게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찾고 있는 3부의 글은 그의 힘겨운 모색을 엿볼 수 있다.

민족문학에 작별을 고하는 <세 개의 답변>과 80년대의 민중 민족문학론의 흐름을 개관한 <80년대 민중 민족 문학론이 걸어온길>은 김명인이 지나온 길과 도달한 지점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김명인의 뜨거운 정열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문학의 지나친 도구화를 지향하는 그 태도가 걱정스럽다. 문학을 사회학으로 잘못 환원할때 생기는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그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환원주의에 함몰되어 문학비평이 사회과학의 용어로 채워질때 문학은 현실의 과잉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열정은 차분한 성찰적 이성을 전제해야 완성된다는 사실을 잊지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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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사상 20 - 한국 문학의 위선과 기만
강준만 엮음 / 개마고원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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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독설에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예리한 비판적 직관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문학에 대한 심한 모멸감과 모독감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러한 감정을 수용할 수 밖게 없었다.

강준만의 논리는 많은 결점을 갖고 있지만 그의 비판의 핵심에는 상식에서 출발한 직관적 비판의 진정성이 담겨있다. 그래서 논리적 싸움 이전에 윤리적으로 그 비판을 성실하게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문학권력에 대한 그의 비판적 성찰은 문학사회학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작가, 출판, 언론, 비평의 불공정한 담합을 폭로한다. 이문열에 대한 맹공은 바로 그런 문학권력의 전형으로서의 문제적 작가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다. <미당 서정주를 이용하는 사람들>에서는 미당 옹호론과 비판론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면서 미당 옹호론자들의 텍스트 중심주의와 분리주의를 비판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 고명철, 윤지관, 박철화에 대한 비평은 상식에서 출발했지만 몰상식한 비판으로 치닫고 있는 일례로 읽혀진다.

강준만의 비판적 글쓰기 전략의 핵심은 비유와 인용이다. 예컨데 문학권력은 정치권력의 은유이고, 인용 없이는 그는 단 한줄의 글 도 쓸 수없다. 인용의 과잉은 담론의 해설자로서의 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강준만의 전략이 성공하는 이유는 대중을 고려한 쉬운 문장의 구사와 문어체의 권위를 떨치고 있는 입말의 해방감 그리고 적절한 지적 만족감의 훌륭한 배합에 있다. 강준만은 여러모로 해석을 요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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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문학 비평사 - 대학교양총서 12
김윤식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8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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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분류사로서의 비평사를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정리한 훌륭한 입문서다. 1910년대를 기점으로 70년대 비평에 이르기까지의 비평사를 10년을 단위로 하여 기술하고 있는데, 10년단위의 분할은 기술의 방편일뿐 비평사 전개의 필연성과는 무관하다.

한국 현대 비평사를 이루고 있는 개별 비평의 실상은 김윤식이라는 걸출한 문학사가의 손을 거치면서 계급주의와 민족주의의 이원적 대립항으로 수렴된다. 그리하여 우리의 현대 비평사는 보편성을 획득한 일반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이원구도는 내재화와 표출의 과정을 겪으면서 단순반복이 아닌 변증법적인 사적 전개를 펼쳐보인다는 것이다. 순수-비순수 논쟁이나 순수-참여 논쟁이 바로 그런 논리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민족주의 문학론은 계급주의 문학론과 대타관계를 이루는데, 양자는 국가부재 상황의 극복이라는 공통과제를 짊어진 가치등가를 이루고 있다. 민족주의 문학론이 신비적이고 심정적인 차원에 머물렀던 반해, 계급주의 문학론은 NAPF의 영향문제라든가 문학론과는 거리가 먼 생경한 이론으로서의 한계를 갖고 있지만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평사의 중심을 이룬다고 하겠다.

또하나 비평사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최재서, 김기림 등의 주지주의 문학론이었다. 불연속적 세계관에 입각한 신고전주의자들인 흄과 엘리엇의 이론을 수용하고 적용했던 이들의 비평은 평단의 수준을 진일보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일목요연한 체계성이다. 초창기의 비평에서 부터 7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비평사의 전개를 이원구도의 변증법적 전개로 설명하고 있다는 데에서 체계의 명료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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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성과 우리 인문학의 글쓰기
김영민 지음 / 민음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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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필독해야 할 책이다. 그것은 윤리적인 의식때문 만이 아니라 우리 인문학의 자기 정체성을 묻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인문정신의 글쓰기는 지금의 글쓰기 풍토를 반성하는데서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민의 논리는 단순화의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서구 근대의 사유방식을 비판하면서 삶의 다양한 층위로서의 복잡성에 주목한다. 복잡성은 본질주의나 로고스 환원주의를 거부하는 상대주의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논리는 탈근대주으자들의 해체전략을 닮아 있는데, 상대주의적인 관점과 주변부에의 관심을 두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논리가 포스트모던한 논리와 상동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것 같다. 만일 저자의 논리가 포스트모던의 상대주의와 큰 차별성이 없는 것이라면 포스트더니즘이 가진 한계를 답습할 수 밖에 없으리라. 저자의 고민도 어떻게 포스트모더니즘의 논리와 차별화된 자기논리를 정립하는가에 있을 것이다. 그 논의의 정당성을 따지는 문제는 가벼운 일이 아닌만큼 저자의 또다른 글들을 숙독해보아야 하겠지만 글쓰기의 반성적 성찰을 따지는 그의 문제제기만큼은 '일리'가 있다. 많은 배움을 얻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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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 오세영 교수 문학강해 3
오세영 엮음 / 타임기획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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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이상을 다닌 사람이라면 이광수의 '무정'이 한국의 근대적인 장편소설로서는 최초로 발간된 사실을 알고 있을것이다. 그러면서도 막상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이 책을 이제사 나도 완독했다. 국문학을 전공한답시고 이제야 이 책을 읽었다는게 사실은 좀 부끄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왜 여태 읽지 않았던가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중국에는 노신이 있고 일본에는 나쓰메 소세키가 있다. 그리고 한국에는 이광수가 있다.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이광수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대단한 것이다. 그것은 근대적 자아의 성숙에 대한 문학적 발견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무정'의 인물들은 저마다의 뚜렷한 성격을 갖고 있다. 형식, 영채, 선형의 삼각형 사랑은 고전소설의 도식을 벗어나 있다. 동욱이라는 진취적이고 선구적인 여성상도 간과할 수 없는 인물의 성격창조다.

인물이나 문체 그리고 그 계몽적인 성격(조혼반대, 자유연애사상, 준비론적인 애국자강의식)은 널리 알려진 대로다. 해설적인 결말의 구조는 구태인지 기법인지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가 늙어 죽게 될 때에는 기어이 이보다 훨씬 좋은 조선을 보도록 합시다. 우리가 게으르고 힘없던 우리 조상을 원통히 여기는 것을 생각하여 우리는 우리 자손에게 고마운 조상이라는 말을 듣게 합시다'(381쪽)

이 구절은 이광수의 사상, 불문학자 김붕구가 지적했던 '새세대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물려받은 전통은 '게으르고 힘없던'이라는 수식어에서 확인되듯 보잘것 없는 것이다. 따라서 당대 우리 젊은이들은 전통이 부정된 자리에서 새롭게 근대의 과업을 성취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삼랑진의 폭우 속에서 민중의 참상을 보고 깨닫게 된 네 젊은이(형식, 동욱, 영채, 선형)의 의식이다. 이때 근대의 성취란 이러한 것이다.

'교육으로 보든지 경제로 보든지, 문학 언론으로 보든지, 모든 문명 사상의 보급으로 보든지 다 장족의 진보를 하였으며 더욱 하례(賀禮)할 것은 상공업의 발달이니, 경성을 머리로 하여 각 대도회에 석탄 연기와 쇠망치 소리가 아니 나는데가 없으며 연레에 극도에 쇠하였던 우리의 상업도 점차 진흥하게 됨이다.'(388쪽)

이광수의 이같은 계몽적 언사는 '조물의 생각을 도둑질하여 만들어 놓은 문학이라든지 예술이라든지에서 인생이라는 것을 퍽 많이 배'(360쪽)울 수 있다는 그의 문학관 혹은 예술관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옛날 영화를 보면, 지금의 모습에 비추어 볼때 낯설은 풍경들이 많이 있다. 그 낯설음은 묘한 쾌감을 주는데, 이것이 바로 벤야민이 말하는 골동취미가 아닐까? '무정'의 경우도 그러하다. 낯설면서도 친숙한 과거의 풍경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더 크게 했던것 같다.

아직도 읽지 못한 근대문학 작품들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그 부끄러움이 곧 즐거움으로 뒤바뀔 시간을 기다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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