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 비평사 - 대학교양총서 12
김윤식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8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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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분류사로서의 비평사를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정리한 훌륭한 입문서다. 1910년대를 기점으로 70년대 비평에 이르기까지의 비평사를 10년을 단위로 하여 기술하고 있는데, 10년단위의 분할은 기술의 방편일뿐 비평사 전개의 필연성과는 무관하다.

한국 현대 비평사를 이루고 있는 개별 비평의 실상은 김윤식이라는 걸출한 문학사가의 손을 거치면서 계급주의와 민족주의의 이원적 대립항으로 수렴된다. 그리하여 우리의 현대 비평사는 보편성을 획득한 일반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이원구도는 내재화와 표출의 과정을 겪으면서 단순반복이 아닌 변증법적인 사적 전개를 펼쳐보인다는 것이다. 순수-비순수 논쟁이나 순수-참여 논쟁이 바로 그런 논리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민족주의 문학론은 계급주의 문학론과 대타관계를 이루는데, 양자는 국가부재 상황의 극복이라는 공통과제를 짊어진 가치등가를 이루고 있다. 민족주의 문학론이 신비적이고 심정적인 차원에 머물렀던 반해, 계급주의 문학론은 NAPF의 영향문제라든가 문학론과는 거리가 먼 생경한 이론으로서의 한계를 갖고 있지만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평사의 중심을 이룬다고 하겠다.

또하나 비평사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최재서, 김기림 등의 주지주의 문학론이었다. 불연속적 세계관에 입각한 신고전주의자들인 흄과 엘리엇의 이론을 수용하고 적용했던 이들의 비평은 평단의 수준을 진일보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일목요연한 체계성이다. 초창기의 비평에서 부터 7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비평사의 전개를 이원구도의 변증법적 전개로 설명하고 있다는 데에서 체계의 명료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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