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시대의 문학 창비신서 23
염무웅 / 창비 / 198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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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무웅의 첫 평론집인 <민중시대의 문학>을 읽었다. 백낙청과 함께 초기 창비의 논객으로 활약했던 그였던 만큼,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인 신념은 '역사'와 '실천'에 있다. 역사에 대한 시각은 철저히 민중적이고, 실천은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금은 노학자가 되었지만 저자의 젊은날의 열정이 얼마나 뜨거웠던가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다. 지식이 현실과 역사에서 뛰어올라 허공중의 관념으로 놀아나는 것에 대한 철저한 비판정신이야 말로 이 저자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제 1의 덕목이다.

일반론을 다루고 있는 제 1부, 시에 관한 글들을 싣고 있는 제 2부, 소설에 관한 글들을 싣고 있는 제 3부, 이렇게 세 부분으로 짜여져 있는 이 책은 저자의 민중에 대한 사랑과 역사에 대한 신념과 실천의식을 매개로 하여 하나의 이론적, 비평적인 성취를 일궈내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제 1부의 일반론인바, 여기서는 우리 근대문학사의 핵심적인 문제들인 이식문학론, 근대기점론, 식민지근대화론 등에 대한 저자의 탁월한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근대의 기점을 억지로 끌어올려 잡으려는 시도를 비판하고, 시대구분의 적확한 구도 속에서 근대적 지향(반봉건)과 민족적 지향(반제국주의)의 극복을 근대의 요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기존의 이식문학론 비판을 다시 비판하고 이식문학론의 역사적 정황을 고려하여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지말고 역사적 산물로서 우리 근대문학사의 일부로 재평가해야 함을 역설한다. 식민지근대화론 또한 근대적 지향만을 고려하고, 민족적 지향을 고려하지 않은 편견의 산물임을 타당한 논거를 들어 비판하고 있다. 특히 1부의 글들은 조동일 교수도 긍적적으로 평가한바 있다.(조동일, 국문학 연구의 방향과 과제)

이 저서 이후, 후속적인 작업들이 더 활발히 전개되지 못했던 점은 저자의 입장에서나 독자의 입장에서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얼마 전에 저자는 새로운 평론집을 상자했다. 관심이 가는 책이다. 저자의 변한없는 신념과 20여년의 간극이 주는 변모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같다.

육체적 노쇠가 정신의 가열찬 신념을 꺽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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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식 치료를 받는 여교사 - 성과 문학 작품편
김종회 외 엮음 / 김영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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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성과 문학'이란 주제로, 이론편과 작품편으로 나누어진 두 권의 책 중 후자이다.

성의 주제를 여섯 가지로 분류해, 각 항목에 해당하는 소설과 시를 소개하고 있다. 성의 물신화(상품화)를 다루고 있는 하재봉의 <비디오/콤팩트 디스크>와 유하의 <콜라 속의 연꽃, 심혜진論>은 내가 예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근대성의 부작용 을 문제삼고 있는 작품이다. 같은 의미에서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I>은 근대/반근대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 이혜경 <길위의 집>은 가족 해체의 징후를,오정희의 <중국인 거리>는 분단이라는 현실 속에서의 여성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윤대녕의 <흑백 텔레비전 꺼짐>과 이양지의 <해녀>, 김형경의 <세월>은 여성성에 대한 남성성의 횡포와 폭력성을 형상화하고 있다.

서하진의 <라벤더 향기>는 제도적 가정으로부터의 일탈인 여자의 외도를, 송기원의 <늙은 창녀의 노래>는 근대성의 치유로서의 여성의 모성성을 다루고 있다. 마광수의 <연가>는 성의 사물화와 그로인한 인간의 소외를,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은 사랑이라는 정서의 극치를 보여준다. 김채원의 <겨울의 환>은 제도적 성에서 탈출한 여성의 사랑을, 장정일의 <프로이트식 치료를 받는 여교사>는 근대성에 왜곡된 기형적 여성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배수아의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는 제도에 얽매인 여성과 제도에서 탈출한 여성의 삶을 보여주고,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는 미래의 판타지를 보여준다.

성의 문제는 인간의 삶에 있어 본질적 문제임에 틀림없다. 성이 왜곡되어 인간을 억압하는 현실에 대한 성찰은 문학이 가장 잘 할 수 있다. 그러한 성찰의 작가들의 모색들을 담아 놓은 것이 이 책이다. 마르쿠제가 말하는 '탈승화'는 성해방이라는 구호가 주는 억압의 정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인것 같다. 현대의 성은 오히려 성의 욕망을 탕진해버릴 정도의 성의 과소비적 해방론이 문제다. 성에 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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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연구
김윤식 지음 / 문학사상사 / 198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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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광수와 그의 시대>라는 책을 내 놓은 바 있는 저자의 또다른 작가 연구서다. 김윤식은 <이상연구>, <박영희 연구>, <안수길 연구>, <염상섭 연구> 등의 많는 작가론을 단행본으로 내 놓았으며, 레온 에델의 <작가론의 방법>이란 책을 번역해 놓았다. 그의 작가론이 그러하듯 이 책에서도 '임화와 그의 시대'라 불러야 할 만큼, 임화가 살았던 시대의 상황과 임화와 관련된 인물들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조선 공산당사의 굵직한 일들과 일제하의 노동운동사를 비롯해 일본의 공산당사와 NAPF의 전개 등, 임화의 삶과 관련된 중요한 사회적 사건들과 사상을 치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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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 문학연구 입문
조동일 지음 / 지식산업사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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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깨달은바는, 롤랑 바르뜨가 말한 '저자의 죽음'이었다. 작가는 단지 세상을 인용할 뿐이라는 '원천' 혹은 '기원'에 대한 철저한 부정의 명제를 말하는 것이다.

글쓰기란 곧, 글읽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조동일의 이 책을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조동일의 일련의 세계문학사론은 세계문학사에 관한 수많은 서적들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김윤식의 그 엄청난 저술활동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들의 독서가 바로 글쓰기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며, 글읽기에서 글쓰기로 나아가는 한 가운데, '저술가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그 공간이야말로 후기 구조주의자들이 말하는 '주체의 죽음'을 완전히 인정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제 3세계 문학 일반론', '동남아시아 문학', '인도아대륙문학', '아랍세계문학', '아프리카문학'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가 읽은 제3세계 문학에 관한 279편의 저술들을 요약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읽을 수 있는 언어(영어, 일어, 불어, 독어 등)들로 쓰여진 것들 중, 저자가 구할 수 있는 한도 내의 모든 저작들을 총망라했다. 이 저서만으로도 제3세계 문학의 개괄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한국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서양의 이론적 시각에 오염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1, 2세계의 시각에서 거리를 두고 세계 문학의 실상을 검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서구중심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문학의 정당한 실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있다. 특히 다양한 외국어 능력이 부족한 어린 학동들에게 이 책은 더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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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공동체 -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에 대한 성찰 나남신서 377
베네딕트 앤더슨 지음, 윤형숙 옮김 / 나남출판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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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까다롭게 읽은 책이다. 세계 정치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나에게 이 책의 내용들은 상당히 어려웠다. 그러나 민족주의에 대한 앤더슨의 참신한 생각들은 탁월했다. 민족주의가 근대의 산물이라고 하는 것은 굳이 그것을 '상상의 공동체'라 명명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널리 인정되고 있는듯 하다.

민족주의가 유럽이 아닌 아메리카 대륙의 크레올에서 기원한다고 하는 주장은 모든 것이 유럽에서 시작된다는 유럽중심주의적 발상을 뒤집어 엎고 있다. 그리고 '구세주적 시간'(현재는 과거에 예언된 미래가 구현된 시간)에서 '동질적이고 공허한 시간'(시계와 달력에 의해서 측정되는 물리적 시간 안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을 상상하는 시간)으로의 변화에서 민족주의의 출현을 찾는 방식도 참신하다. 또한 동질적이고 공허한 시간을 가장 잘 구현하는 것으로 소설과 신문을 들고 있는 것도 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에게는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앤더슨은 '민족은 그 자신이 주권을 가진 것으로 상상되는 정치공동체'라고 정의 하고 있는데, 그 문화적 기원을 종교 공동체, 시간, 왕조의 영토에서 찾고 있다. 여기서 시간은 앞서 말한바와 같고, 종교 공동체란 조동일이 세계의 문명권을 나누면서 기준으로 삼았던 중세의 보편 종교를 의미한다.

민족을 상상하는데 있어 인쇄자본주의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민족을 상상하는 본질적인 토대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부분도 흥미로운데, 이는 조동일의 관점과 유사하다.

이 외에도 관주도 민족주의에 관한 설명과 식민주의에 대한 설명도 주목해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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