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식 치료를 받는 여교사 - 성과 문학 작품편
김종회 외 엮음 / 김영사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성과 문학'이란 주제로, 이론편과 작품편으로 나누어진 두 권의 책 중 후자이다.

성의 주제를 여섯 가지로 분류해, 각 항목에 해당하는 소설과 시를 소개하고 있다. 성의 물신화(상품화)를 다루고 있는 하재봉의 <비디오/콤팩트 디스크>와 유하의 <콜라 속의 연꽃, 심혜진論>은 내가 예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근대성의 부작용 을 문제삼고 있는 작품이다. 같은 의미에서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I>은 근대/반근대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 이혜경 <길위의 집>은 가족 해체의 징후를,오정희의 <중국인 거리>는 분단이라는 현실 속에서의 여성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윤대녕의 <흑백 텔레비전 꺼짐>과 이양지의 <해녀>, 김형경의 <세월>은 여성성에 대한 남성성의 횡포와 폭력성을 형상화하고 있다.

서하진의 <라벤더 향기>는 제도적 가정으로부터의 일탈인 여자의 외도를, 송기원의 <늙은 창녀의 노래>는 근대성의 치유로서의 여성의 모성성을 다루고 있다. 마광수의 <연가>는 성의 사물화와 그로인한 인간의 소외를,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은 사랑이라는 정서의 극치를 보여준다. 김채원의 <겨울의 환>은 제도적 성에서 탈출한 여성의 사랑을, 장정일의 <프로이트식 치료를 받는 여교사>는 근대성에 왜곡된 기형적 여성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배수아의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는 제도에 얽매인 여성과 제도에서 탈출한 여성의 삶을 보여주고,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는 미래의 판타지를 보여준다.

성의 문제는 인간의 삶에 있어 본질적 문제임에 틀림없다. 성이 왜곡되어 인간을 억압하는 현실에 대한 성찰은 문학이 가장 잘 할 수 있다. 그러한 성찰의 작가들의 모색들을 담아 놓은 것이 이 책이다. 마르쿠제가 말하는 '탈승화'는 성해방이라는 구호가 주는 억압의 정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인것 같다. 현대의 성은 오히려 성의 욕망을 탕진해버릴 정도의 성의 과소비적 해방론이 문제다. 성에 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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