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문학연구 입문
조동일 지음 / 지식산업사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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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깨달은바는, 롤랑 바르뜨가 말한 '저자의 죽음'이었다. 작가는 단지 세상을 인용할 뿐이라는 '원천' 혹은 '기원'에 대한 철저한 부정의 명제를 말하는 것이다.

글쓰기란 곧, 글읽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조동일의 이 책을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조동일의 일련의 세계문학사론은 세계문학사에 관한 수많은 서적들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김윤식의 그 엄청난 저술활동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들의 독서가 바로 글쓰기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며, 글읽기에서 글쓰기로 나아가는 한 가운데, '저술가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그 공간이야말로 후기 구조주의자들이 말하는 '주체의 죽음'을 완전히 인정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제 3세계 문학 일반론', '동남아시아 문학', '인도아대륙문학', '아랍세계문학', '아프리카문학'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가 읽은 제3세계 문학에 관한 279편의 저술들을 요약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읽을 수 있는 언어(영어, 일어, 불어, 독어 등)들로 쓰여진 것들 중, 저자가 구할 수 있는 한도 내의 모든 저작들을 총망라했다. 이 저서만으로도 제3세계 문학의 개괄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한국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서양의 이론적 시각에 오염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1, 2세계의 시각에서 거리를 두고 세계 문학의 실상을 검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서구중심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문학의 정당한 실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있다. 특히 다양한 외국어 능력이 부족한 어린 학동들에게 이 책은 더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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