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민의 한양읽기 : 도성 홍순민의 한양읽기
홍순민 지음 / 눌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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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책 중 《우리 궁궐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십여 년 전 쯤에 우리 궁궐에 대해 관심이 생겨 책을 찾아보니, 선택지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그 중 저자의 책이 단연 돋보였다. 지방에 살고 있기에 우리 궁궐을 구경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서울엘 가게 되면 경복궁 등을 둘러 보곤 하는데, 저자의 책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때문에  '홍순민'이라는 이름은 새겨두고 있다.

이번에 눌와에서 《홍순민의 한양읽기》시리즈를 펴내 주어 반갑다. 눌와는 우리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소장하고 싶은(읽고 싶은을 넘는 것이다. 소장하고 싶은!) 책을 여럿 내었다. 눌와가 펴낸 책 중에선 유홍준의 《한국 미술사 강의》시리즈가 제일 좋았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우리 역사 속 문화재들을 화려한 도판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조금 딴 곳으로 샜지만, 이번 시리즈에 대한 기대도 앞서 말했던 책들에서 느꼈던 좋은 기억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도 서울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첫 장에서는 전우용의 《서울은 깊다》에서 읽어보았던 내용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으나 곧 '도성은 왜 쌓았을까'라는 제목의 글부터는 이 책만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엄내외 고방국'이라는 표현 역시 나로선 새롭게 배우게 된 사실! 

 대부분의 역사책이 왕조사 중심이다 보니, 역사를 즐겨한다고 해도 문화사나 미시사 생활사 등으로 들어가면 낯설고 새로운 배움을 많이 얻어갈 수 있다. 이번 책도 그렇다. 생각해 보면, 한양의 도성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해본 일이 없다.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책 한 권이 나올 만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그렇지 않다. 자연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산을 따라 앉은 도성의 멋은 물론이고, 도성을 쌓기까지 태조와 태종, 세종 멀리는 숙종 영조 등 왕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산 중의 성을 쌓느라 고된 노동에 시달렸을 백성의 이야기가 있었다.

 또, 사대문 사소문이라고 흔히 알고 있는 북대문, 서대문 역시 시대에 따라 달리 불렸다는 등의 이야기도 새롭다. 그러고 보면, 진시황의 만리장성에 얽힌 이야기들은 배워왔으면서 왜 우리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했던가 반성이 되기도 한다.

 급작스럽게, 또 급격한 근대화 현대화를 거치면서 우리 문화재는 상당한 피해를 입어왔다. 사견이지만 근사한 목조 건축물이나 탑, 불상 등은 그나마 문화재로서 대우받고 관심받아 왔으나 성곽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타 지역의 성곽유적들을 보아도 앞의 문화재들에 비해 성곽은 부서지고 무너져도 제대로 보수되지 않고, 콘크리트로 대충 복원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양도성도 이 같은 훼손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성곽 복원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고, 실제로 복원계획 소식도 들려오니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든다.

 지방에 살고 있으므로, 서울은 언제나 낯설다. 또, 서울에 대해선 언제나 몇 개의 파편으로 쪼개진 이미지들이 각기 따로 놀고 있다. 그런 내게, 이 시리즈는 서울의 참모습으로 다가가기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 같다. 앞으로《홍순민의 한양읽기》를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흩어진 서울에 대한 상(像)을 하나로 이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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