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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6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가즈오 이시구로 읽는 독서모임에 참여했었는데, 그곳에서 세번째로 읽게 된 책. 음악과 해질녘을 주제로 한 단편집이다. 한 작가의 한 테마로 묶인 소설집을 읽는 것은 처음이어서 색다른 느낌. 연작소설은 아닌데 등장하는 인물이 겹치기도 하고 (<크루너>와 <녹턴>) 그 배경이 겹치기도 한다. (<크루너>와 <첼리스트>) 다섯 개 단편 모두에 희극적 요소가 가미돼 있다. 나는 분위기로는 <말번 힐스>가, 재미로는 <녹턴>이 마음에 들었다. <말번 힐스>를 읽으며 아마추어 음악가의 삶을 엿본 듯 했고, <녹턴>은 그냥.. 웃겼다. 소설에서 제시되는 상황들이 긴박한데 우스꽝스러웠다. 사실 나에게는 앞선 두 작품보다 ( <나를 보내지마>, <남아있는 나날>) 다소 싱거운 느낌이었는데, 이 책으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진가를 발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분도 계셨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솔직하지 못한 인물들을 참 잘 그려낸다. <남아있는 나날>의 스티브가, <나를 보내지마>의 루스가, <녹턴>에 실려 있는 단편의 인물들이 그렇다.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서 상황과 대화에 녹여낸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 속 인물들의 대화는 어쩐지 자꾸 비스듬히 어긋난다는 느낌을 준다.
독서모임에서 나왔던 이야기 중 적어두고 싶은 것들은, 가즈오 이시구로는 작가적 야심이 대단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 같이 읽었던 세 작품 모두 화자와 배경이 천차만별이므로,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느낌을 준다. (작가적 야심이라는 말, 맘에 쏙 들었다. ) 또 1인칭 시점만 사용한다는 것. 기묘한 대치적 상황을 설정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