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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밤나무 ㅣ 엄마와 함께 읽는 그림동화 시리즈 2
이순원 지음, 원정민 그림 / 책모종 / 2024년 6월
평점 :

책을 읽으면서 가장 떠오른 것이 스피노자의 명언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것이었다. 사과나무에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지만 '할아버지의 밤나무'도 비슷한 의미로 다가 왔다. 앙증맞은 삽화와 간결한 내용으로 압축한 동화이기는 하지만 독자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확실하게 다가오게 하는 책이었다.
작가의 소개란을 보면 "'자연' 과 '성찰'이라는 치유의 화법으로 양심과 영혼을 일깨우는 작품들을 썼다."는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초중고 교과서에 실려 있을 만큼 마음으로 치유하고 다가가는 저자와 작품들이라고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동화책이었다.
어느 산골 마을에 사는 부부가 마을 뒷산에서 주인없는 밤나무에서 떨어진 알밤을 주워 모았다. 벌레먹은 밤과 건강한 밤을 분리해서 담았습니다. 벌레 먹은 밤은 어떻게 할지를 정했지만 깨끗하고 건강한 밤을 어떻게 할지는 생각이 달랐다. 할아버지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깁니다. '5말이다 되는 알밤들을 마당 한쪽에 묻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확신은 아니지만 의아해 하면서도 믿음으로 읽었다.
<산골에 사시는 부부의 모습이 삽화에서는 너무 젊다. 건강한 알밤들 처럼 말이죠> 겨우내 묻어두었던 알밤을 봄이되어 커다란 함지박에 나누어 담고 물을 부어 며칠을 관찰하였다. 시간이 지나자 껍질을 뚫고 연둣빛 새싹이 돋아 납니다. < 봄에는 새싹이 온세상을 환하게 하죠>
부부는 싹이난 알밤들을 들고 뒷산으로 갑니다. 뒷산은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민둥산에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고 비웃기만 했다. 다 심고 집에 돌아와서 발견한 한 톨을 집 마당에 심었다. 부부는 나중에 떨어진 밤과 밤나무를 생각하면서 즐거운 상상속에 웃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민둥산에 심은 밤나무는 5년이 지나도 수확을 할 수 없었다. 동네사람들의 비웃음을 그동안 참고 참았다.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10년이 되던 해에 밤나무에서 밤송이가 달렸다. 부부와 마을 사람들이 함께 기뻐하였다. 이십년이 지나고 삼십년이 되니 민둥산은 온통 커다란 밤나무 숲이 되었고, 여름이 오기전에 하얀 꽃으로 마을을 밝였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밤나무 밭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할아버지, 밤나무가 어떻게 집마당에 있어요?"
"아주 오래전,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엿지.
뒷산에 알밤을 묻고 돌아 오는데, 소쿠리에 알밤 한 톨이 남아 있더구나."
산골에 사는 부부가 땅에 묻은 알밤은 무엇이었을까? 흔하게 하는 말로 '희망'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시간을 묻고, 마음을 묻고, 생각을 알밤과 함께 마당과 민둥산에 묻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 그 '알밤'은 가족의 이야기 거리가 된다.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 겨울에 군밤을 구워 먹어야 하는데..> 것도 포함되어 있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버려야하는 마음이 들어 있고, 민둥산을 치료하여 자연과함께 하고 알밤이라는 희망의 열매를 얻는 과정이 참 정겹고 시골스럽지만 화려하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고, 희망이 될 수 있다. 시간을 함께하며 가족과 함께 한 시간들이 눈에 보이는 동화이다. 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려주고, 우리의 마음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밤나무의 그늘은 쉼터가 되어주고 알밤은 산에 사는 동물들의 먹이도 되고 사람들에게는 간식거리를 제공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힘들고, 시간이 필요하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하는 마음 다스림도 필요하다. 아무것도 없는 민둥산이 밤나무등으로 화려하게 치장하듯 사람들의 마음에도 사랑과 행복이 가득채워지는 것이 전해진다. 긴 삶의 여정이고, 가족의 영원한 이야기 거리가 되는 밤나무 숲에 관한 동화가 전해 주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휘둘리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이나 다른 생각에 방해 받지 않고, 생각이 바르다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는 희망의 뚝심이 가득한 동화다.
"희망은 깃털이 달린 것이다. 그것은 영혼에 달라 붙어
노래를 부르며, 절대 멈추지 않는다."
< 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의 도움으로 출판사로 부터 책을 받아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