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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눈의 산토끼 - 잃어버린 가족의 역사를 찾아서
에드먼드 드 발 지음, 이승주 옮김 / 아르테카 / 2023년 12월
평점 :
<호박 눈의 산토끼>는 에프루시의 잃어버린 역사 150년을 찾아가는 회고록이다. 에프루시 가문은 한때 유럽에서 로스타일드에 버금가는 부와 명성을 누렸던 유대인 은행가 가문이다. 저자는 에드먼드 드 발로 친척에게서 유산으로 일본 조각품 네스케를 받게 되었고, 네스케에 담긴 사연을 추적해나간다. 네스케에 대한 내용은 1870년대 파리를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1차 및 2차 세계 대전, 전후 됴쿄를 지나 2000년대 런던에서 막을 내린다.
책의 제목이자 표지에 등장하는 '호박 눈의 산토끼'는 저자가 상속받은 264점의 네스케 가운데 하나이다. 저자는 과거 네스케를 소유했던 사람들에 대하여 네스케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문헌 등을 수집하여 밝혀낸다. 저자는 네스케를 통해 한 가족을 발견했고, 그 가족이 겪은 경험을 통해 근대사의 슬픔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등병으로 처음 자대에 배치를 받았을 때 GOP 투입 이후 하루 딱 지났을 때이다. 그래서 바로 창고에 가서 일을 하게 되었다. 창고 바로 앞에 땅바닥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는데 2000년대 물건이 많이 보였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고 바로 이 기억이 떠올랐다. 인간은 자신이 한때 소중히 간직했던 물건에 대하여 잊게 된다. 잊힌 물건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만 물건은 시간의 흐름을 견뎌 내며 자신이 소중히 간직했던 순간을 보관하고 있다. 창고 바로 앞에 버려진 2000년대 쓰레기를 보고 앞으로 남은 20개월 정도 되는 군생활이 초라해보이기도 했고, 그 세월을 견딘 쓰레기가 부러워지기도 하였다. 그 물건이 하루하루 버티며 갖고 있는 의미를 잘 파악하는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