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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 편협 - 우리는 필연적인 편협을 깨야 한다
라뮤나 지음 / 나비소리 / 2023년 10월
평점 :
책의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양가적인 생각이 들었다. 책의 표지만 보면 '우리는 필연적 편협을 깨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 책은 오로지 저자의 편협적인 생각만을 담고 있다. 저자의 편협적인 생각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한대로 필연적 편협이다. 즉 저자가 겪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 그러나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꼰대같은 마인드다. 자신이 겪었던 세상은 이러했으니 너네도 이런 것을 참고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목차를 구분한 이유도 제대로 와닿지 않는다. 필연적 편협에서 벗어나고자 쓴 책이라기엔 그 내용이 오히려 필연적으로 편협하다. 어떻게 보면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정치권에 586세대와 비슷하다. 586세대가 정치권에 대비했을 때 자신은 진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2~3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진보가 아니라 보수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이 진보라고 생각한다. 저자도 이와 비슷하다. 자신이 봤을 때 더 넓은 세상을 알려주어 필연적 편협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의 주장도 결국 필연적 편협, 즉 벗어나야 하는 대상으로 보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비판을 많이 해서 이 책을 부정적이게 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양가적인 느낌이 들었다. 우선 배워야 할 점은 저자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필연적 편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그 마음은 우리가 새겨야 한다. 물론 나의 주장도 반드시 다음 세대가 봤을 때 편협적인 생각에 불과할 것이다. 토마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밝혔듯이 모든 학문의 발달은 기성 세대의 학문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다. 즉 하나의 편협이 새로운 관점에 의해 대체되는 순간, 그 관점은 다음 관점에게 있어서 편협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지속적으로 우리는 편협에 대하여 도전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 책은 기본적으로 현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즉 편하게 인생을 살고 싶다면 이 책에 나온 필연적 편협을 그대로 답습하면 된다. 굳이 힘들게 살고 싶지 않다면 편협한 대로 살면 된다.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과 매국 중 매국이 더 쉬웠던 것은 사실이고 현실이다. 그렇다면 인생을 편하게만 살고 싶었다면 독립운동이 아닌 매국을 하면 그만인 것처럼 현실에 안주하고 살면 그만인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기성 세대가 갖고 있는 가치관을 잘 보여주어 우리로 하여금 바꾸어야 할 필연적 편협이 무엇이 있는지 잘 보여준다.
비판적으로 서평을 썼지만 그렇다고 책이 읽어볼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상당히 많은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읽었다. 정리하자면 생각해볼 지점이 많다는 것이다. 작가의 주장이 많이 담겨 있는 만큼 논쟁할 여지가 충분히 많으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자신만의 관점을 다시 새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