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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하루
K 지음 / 밥북 / 2023년 10월
평점 :

책의 마지막 문장까지 읽었지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쉬원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하면 뒷맛이 씁쓸하다. 작가부터 익명의 'K'로 미스테리한 느낌이 드는데, 책의 내용이 훨씬 더 미스테리하다. 마지막으로 함께 가는 기차 여행 속에서 이정의 죽음과 관련한 내용이 이어진다. 이정과 같은 동아리원이었던 하루와 슬, 유미가 이정의 죽음과 관란하여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며 열차는 마지막 역을 향해 간다.

'끝과 시작'의 종착역에서 그들은 무엇을 알았을까. 끝에서도 이정의 죽음과 관련하여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끝까지 이정의 죽음은 밝혀지지 않은 채 베일에 싸여 있다. 단지 이정의 죽음은 하루와 슬, 유미가 각자의 기억 속에서 각자의 기억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 기억 속에서 이정의 죽음과 관련된 각자의 기억과 감정은 조금씩 다르다. 각자의 다른 기억과 감정 속에서 이정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기억된다.

이정의 죽음은 자살이지만 자살한 이유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저마다 다르다. 책은 끝까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그 이유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우리의 생각도 결국 하루와 슬, 그리고 유미의 기억과 감정 속에 국한된다. 결국 유미의 죽음은 아무도 모른 채 열차는 종착역에 멈춰 섰다.
이 책을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추리 소설이 주는 극적인 반전이 없어서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오히려 추리를 하려는 우리에게 주는 허무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허무감이 정답 없는 기억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