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난할 권리 ㅣ 책고래숲 8
최준영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평점 :

10여 녀 전, 고등학교 동아리 활동 때 직접 시민단체를 찾아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분의 말씀 가운데 큰 울림이 있었던 내용은 바로 "법은 강자가 아니라 약자를 위해 존재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강자는 돈이나 권력 등 강력한 힘으로 스스로 보호할 수 있으나, 약자는 자기 스스로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리는 원래 약자를 위한 것이지만, 현재 권리는 강자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가난할 권리>라는 책 제목이 굉장히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책 <가난할 권리>는 최준영 저자가 '거리의 인문학자'로서 20년 이상 전국을 돌며 인문학을 가르친 내용이다. 최준영 저자의 인문학은 가난하지만 배고프지 않다. 최준영 저자의 인문학 강의는 돈이 되지 않는다. 당장 노숙인, 미혼모, 재소자, 여성 가장, 어르신 등 가난한 이웃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데 돈이 될리가 없다. 그러나 돈이 없다고 하더라도 배고프지 않다. 인문학은 반드시 돈이 들어와야 움직이는 물체가 아니다. 그리고 인문학의 연료는 돈이 아니라 바로 수강생의 지적 성장이기 때문이다.
꼬마 시인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엄마는 만났을까. 만남과 소통의 공간, 두물머리를 지날 때마다 보육원에서 사라져 버린 꼬마 시인과 오만원을 떠올린다. 두물머리가 개발꾼들의 탐욕에 능욕 당하고, 농사짓던 농부들마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 깊은 곳을 두방망이질 당하는 기분이다. 만남과 소통의 두물머리가 몰수와 저지의 상징이 되었다니! 마치 내 청춘의 추억마저 훼손당한 느낌이다. - p.59 line 9~15
세 모녀의 절망은 단지 생활고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보증금을 넣어두었을 테니 남기고 간 70만 원이면 얼마간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친 팔이 나으면 다시 일터로 나가 생계를 이어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직 살지도 않은 기간의 월세를 미리 내고, 계속 사용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공과금을 준비해 놓은 뒤 죽음을 선택했다. - p.64 line 2~7
비로소 알게 된 것이었다. 저리 웃고 있어도 다 사연이 있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화장을 짙게 하는 건 얼굴의 흉터를 가리기 위해서라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고, 옷이 화려한 건 되레 가난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 p.88 line 2~6
살다 보면 누구나 고난을 겪고, 난관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산다는 건 어쩌면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일지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인생의 모든 역경을 이겨낼 잠재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게 바로 회복탄력성이며, 그것은 인간관계를 통해 축적된 힘이다. - p.119 line 17 ~ p.120 line 4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길에서, 골목에서, 마을 어귀에서 흔히 만나는 사람들이다. 이웃을 소외시키지 않는 그들이 바로 영웅들이다. - p.149 line 15~17
쉽게 얻으면 악이다. 어렵게 얻어야 선이다. 공부가 그렇고 노동이 그렇다. 오랫동안 노력하지 않고 저절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저절로 살아지는 세상이 아니다. 순탄한 삶을 살려 한다면 도리 없이 순탄치 않은 노력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 p.171 line 4 ~ p.172 line 1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생각이 없거나 꿈이 없는 건 아니다.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그 단순하고도 간단한 사실을 망각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자주 본다. 가난한 이웃과 노숙인, 어르신, 미혼모, 탈학교 청소년, 한부모 여성 가장, 교도소에 다녀온 사람, 보육원 아이들은 그저 무시하고 멸시하고 사람 취급 안 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나약하기만 한 건 아니다. 가난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건 그들에게도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가난할 권리’다. - p.183 line 1~10
인간의 역사는 개인 혹은 집단이 결핍을 극복해 온 과정이다.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사람들 역시 결핍을 극복한 사람이다. 결국 삶이란 내 안의 결핍을 마주하는 것이다. 결핍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이 달라진다. - p.199 line 10~13
좋았던 내용이 많았다. 특히 가난할 권리는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혹자는 가난할 권리가 왜 필요한지 의문을 던질 수 있다. 가난할 권리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본주의 사회를 포기하면 된다.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전제하기 때문에 누군가 잘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가난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가난할 권리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돈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다. 가난한 사람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꿈을 꾸게 해주는 사회가 좋은 사회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