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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박물관 ㅣ 붉은 박물관 시리즈 1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9월
평점 :

책 <붉은 박물관>은 일본 느낌이 물씬 나는 추리소설이다. 주인공인 사토시는 잘나가는 수사1과의 경찰이었으나 증거물을 잘못 관리했다는 이유로 직접 수사가 불가능한 붉은 박물관으로 불리는 범죄 자료관으로 좌천되었다. 범죄 자료관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사건 자료를 보관하는 장소였는데 붉은 박물관장인 히이로 사에코는 사건 자료를 보고 수상한 점이 있다면 재수사 여부를 결정하며 내용이 전개된다. 직접 수사권이 없으므로 제한된 자료만을 갖고 사건 파일 정리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제한된 대답만 얻은 상태에서 추리를 해 나간다.

소설은 총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갖고 있는데, 각 에피소드마다 반전이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기대하는 맛이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에피소드는 오래된 사건이므로 수사 자료만 읽어선 범인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가 없다. 즉 책을 읽는 우리도 수사 자료만으로 어떤 반전이 있는지 스스로 추리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부족하다. 단순히 너무 완벽한 추리를 하는 주인공인 히이로 사에코의 말만 기다리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겠다. 즉 내용은 추리소설로서 반전도 있고 신선하지만, 추리의 주체는 독자가 아닌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이 노트에 기록하는 것은 마이코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서이다. 노트에 기록함으로써 사건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거기서 단서를 찾아내기 위해서이다. - p.115 line 12~14
마이코. 너는 내가 원수를 갚아 줬다고 기뻐할까.
아니, 기뻐하진 않을 테지.
너는 정말로 마음씨 착한 사람이었으니까, 설령 자신을 죽인 사람의 죽음이라 해도 그것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나는 헤어진 남자 친구였다. 그런 남자가 네 원수를 갚아 줘 봤자 너는 전혀 기쁘지 않을 테지.
그것은 나도 잘 알았다. 오쿠무라를 죽인 것은 나의 자기만족 행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이니까. 네가 가장 괴로워할 때 네 옆에 있어 주지 못했던 나의, 너를 지키지 못했던 나의, 유일한 속죄 행위니까. - p.147 line 16 ~ p.148 line 6
“그럼 자네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 것을,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지레짐작하지 말게. 나는 적어도 자네의 관찰력과 기억력은 믿고 있으니까.” - p.213 line 11~13
“그들 사이에 접점이 있다는 전제하에 수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접점을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간 거예요. 접점이 있다고 전제하고 수사하면 틀림없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 p.219 line 18~21
“엄마, 아빠, 이모, 나, 아기가 함께 있는 그 그리운 집.” 에미리는 언제나 그 광경을 파인더 너머에서 찾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에미리의 어머니가 만들어 낸 환상의 광경이 아니었을까. - p.300 line 16~19
추리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인상깊은 구절이 많았다. 히이로 사에코는 너무 영웅 같아 공감이 가지 않았지만 좌천된 사토시는 인간적인 면이 많았다. 자기 전 침대 위에서 멋있는 반전을 느끼고 싶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