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말에 몸살이 나 추스를 수 없을만큼

사랑해요… 말에 몸살이 나 추스를 수 없을만큼
장정환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8월

 장정환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가 바로 첫 장에 들어가 있다. 그는 각진 글자인 사람을 사랑으로 둥글게 다듬기 위해 시를 쓴다. 책 표지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사랑'이 시집의 전체적인 내용을 관통한다. 그러나 '사랑'은 이성적인 사랑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이야기, 풍경과 노을 등 사람에 대한 사랑도 포함한다. 그래서 그의 시는 사람 냄새가 듬뿍 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시 구절이다. <열병>에 나온 '물에도 취하는건 쓰라린 내 마음 탓이려니'나 <무단횡단>에 나온 '우린 살기위해 규칙을 정하고, 편하기 위해 규칙을 깬다.', 그리고 <고해> 같은 구절을 통해 사회 문제를 적절히 지적하면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동시에 어려운 표현은 아니며 누구나 생각하기 쉬운 문장이지만 어떻게 저렇게 아름답게 구성할 수 있는지 시가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에 든 시 네 구절이다. 만남은 인연을 만들지만, 헤어짐은 그리움을 만든다. 그리워도 만날 수 없는 인연이 있다. 현재의 그 사람은 만날 수 없지만, 그 사람을 추억하면서 과거의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추억하는 것이 바로 삶이며, 인연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이 책은 아름다운 시를 많이 담고 있다. 사람과 사회에 대하여 시인은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그 감정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편안하게 느껴기 좋은 책이다. 언어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각한 현실에서 잠깐 바캉스를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