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선동열 - 자신만의 공으로 승부하라
선동열 지음 / 민음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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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2019년 메이저리그 최저 방어율 투수는 바로 LA 다저스의 류현진이다. 류현진 선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로써, KBO에서 화려한 성적을 남기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하여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류현진 선수가 현존하는 투수 중에 최고지만, 역대 최고의 선수라고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바로 롯데의 고 최동원 선수와 해태의 선동열 선수 때문이다.

 

최동원 선수와 선동열 선수가 남긴 기록은 류현진 선수와 비교할 수 없다. 현대 야구와 달리 초창기에 활동했던 두 선수는 선수 관리 시스템이 정착하지 못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여 혹사당했다. 5~6명의 선발을 통상적으로 운영하는 현대 야구와 달리 최동원 선수와 선동열 선수는 3일 걸러 1번씩 나왔다. 최동원 선수와 선동열 선수는 대한민국 야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투수였다.

 

내가 읽은 책은 이 두 투수 중 선동열 선수가 쓴 에세이이다. 선동열 선수는 초창기 KBO 리그를 시작으로 일본의 NPB, KBO 홍보대사, 삼성과 KIA 감독, 그리고 국가대표 전임 감독까지 일생을 야구와 함께 보냈다. 이 에세이집에는 야구에 대한 선동열 선수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리고 선동열 선수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에 대해 자신의 입장이나 의견을 담았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꼭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야구와 관련된 기사를 읽는 느낌이다. 또한 야구를 사랑하는 선동열 선수의 마음과 앞으로 한국 야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 선동열 선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2. 좋았던 구절

잘 안 풀리다 보니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도리어 평정심을 잃어 갔다. 잘해 보겠다는 욕심이 앞서고, 하루빨리 명예를 회복해야겠다는 그런 자존심이 조급증으로 이어지면서 밸런스는 급격하게 무너져 갔다. - p.20 line 1~5

 

돌이켜 보면 나의 야구 인생은 늘 그러했다. 프로야구 첫 게임에서도 패전투수가 됐고, 일본에 진출해서는 첫 게임에서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초등학교 때도 나는 엘리트가 되지 못했고, 고등학교 때도 역시 그랬다. 대학교 역시 랭킹 1위로 진학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 나아가 '실패'의 경험들이 나의 약점을 돌아보게 했고, 그 약점은 나를 더욱 노력하게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오늘의 선동열을 만들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 p.64 line 6~12

 

최종 결정은 결국 나와 부모님의 몫이었다. 하지만 시대와 광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나와 부모님은 내 고향 광주를 위해, 군부독재의 총칼 앞에 쓰러져 갔던 고향 사람들을 위해, 내가 가진 유일한 재능인 야구를 통해 함께 슬픔과 기쁨을 나누기로 정했다. 그렇게 해서 해태 타이거즈 선수가 됐다. - p.116 line 19 ~ p.117 line 5

 

책을 쓴다는 것은 나를 되돌아보고 후회하고 반성하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옛날 기록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잘못된 기억을 교정하게 됐다. 지난 야구 인생을 되돌아보자니 후회와 반성투성이다. 마치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쓰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다시 옛 일기장을 들추어 가듯 나는 지금 어린 시절의 기록, 성찰과 삶의 기록들을 새삼스럽게 돌아보고 오늘의 선동열을 확인해 가고 있다. 좀 더 반성하고, 좀 더 성찰하고, 좀 더 배려심 있는 삶을 살았어야 했다. 일기도 멈춰 서는 안 되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 p.149 line 9~16

 

좋은 공 하나를 찾기 위해 수백 개를 던지는 것은 결코 버리는 공이 아니다. 실패한 공을 던졌던 그 투구는 결코 실패한 투구가 아니다. 많이 던지는 것은 스태미나를 기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공을 찾으려는 것이다. - p.154 line 14~18

 

공통적으로 물어오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던지는 것이 가장 좋은 자세입니까?"

그럴 때 나는 되묻는다.

"공을 던질 때 편합니까, 아니면 불편합니까? 편한 자세면 좋은 폼이고, 불편하다면 나쁜 폼입니다. 가장 편한 폼으로 던지세요."

내게 편한 폼이 좋은 폼이고, 좋은 폼에서 좋은 공이 나온다. - p.169 line 3~8

 

과거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이가 있고, 미래를 사는 이가 있다. 물론 과거는 소중하다. 하지만 과거의 자신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내달려야 한다. - p.200 line 1~3

 

프로를 꿈꾸는 아마야구 선수들을 존경한다. 그리고 그 열정에 늘 빛이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 행운이 늘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프로를 꿈꾸는 아마야구 선수들을 위한 플랜 B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야구를 하다가 스포츠 이론을 공부할 수도 있다. 야구를 하다가 유학을 다녀와 국내 프로야구단의 단장이 되는 시대도 열렸다. 외국어를 열심히 해서 외국에 진출했을 때 빠르게 적응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고, 다른 한편 야구를 바탕으로 한 학문이나 지도자 수업, 야구 행정가의 길을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축구처럼 앞으로 중국에 거대한 야구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 이렇듯 진로의 다양성에 대한 모색과 지도자들의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한다. 물론 이 부분은 나를 비롯한 선배 야구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 p.333 line 18 ~ p.334 line 5

 

나는 야구를 모른다. 잘 모르겠다. 전 메이저리크 투수 호아킨 안두하르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알 길이 없다."

다만, 분명한 건 한 가지 있다. "야구는 희생의 스포츠"라는 것. 이는 나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나는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여기까지 왔다. 누군가의 희생번트로, 누군가의 희생플라이로 나는 한 루, 한 루를 진루해 이제 한국 나이로 곧 환갑을 맞이한다. 나는 홈인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많다. 하지만 나를 위해 조용히 희생번트나 희생플라이를 날렸던 이들은 채 1루를 밟지 못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제 구분들의 이야기를 해야 할 때다. - p.381 line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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