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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하는 힘
모리 히로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1. 들어가며
2013년도에 개봉한 좀비 영화 <월드워 Z>를 보면, 좀비가 갑작스럽게 창궐한 와중에도 이스라엘은 1주일 전 장벽 공사를 완료하였다. 그 이유는 10명의 정보 분석관이 현재까지 수집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동일한 결론이 나온 경우, 그중 한 사람은 반드시 이에 반대되는 정보를 수집 분석해서 새로운 결론을 낸다. 이를 바름부른 보고서라고 한다. 이스라엘은 바름부른 보고서에 의해 좀비가 창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예상해 미리 대비할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바름부른 보고서가 ‘비관하는 힘’이다. 비관하는 힘은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하는 힘이다. 영화 속 상황이 현실에서 나타났다고 치자. 당신은 좀비가 창궐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겠는가. 아마 좀비의 정체를 부정한 채 현실의 삶을 그대로 살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이며 현재 상황이 지속되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나온 바름부른 보고서처럼 낙관에서 벗어난 비관의 힘이 필요하다.
이 책은 비관의 힘을 다룬 책이다. 비관은 반드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비관은 단지 다른 가능성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갖는 것이다. 내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다른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자신의 상상과 현실은 다르기 때문에 실패와 좌절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비관하는 힘을 배워야 한다. 낙관적인 사람이거나 비관적인 사람이거나 생각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힘은 자신의 상상대로 되지 않더라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설 힘을 부여해준다.
풍족과 번영의 시대를 누리고 있는 지금, 우리는 비관하는 힘이 부족하다. 언제나 풍족하고 평화로운 시대만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불행이 찾아올지 모른다. 항상 찾아올 불행을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2. 좋았던 구절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는 쇠사슬은 가장 약한 부분의 강도가 전체의 강도가 된다. 이것은 '가장 약한 연결 고리'라는 법칙이다. 여러 개의 부품으로 조립된 제품의 품질은 그 부품들의 평균이 아니라 그 가운데 가장 성능이 나쁜 부품으로 결정된다. - p.11 line 18 ~ p.12 line 3
행복 신앙이란 운을 기다리는 것이다. 언젠가 자신에게도 행운이 찾아올 거라 믿는다. 신은 인간에게 공평하게 운을 나눠준다는 낙관이다. 그것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낭비되고 때에 따라서는 돈도 인간도 소비된다. 행운의 비용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 - p.14 line 5~9
사회는 인간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인간의 실수는 사회 혹은 국가의 실수가 된다. 전쟁하고 착취하고 학대와 차별하는 나쁜 사태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때도 적지 않았다. 기계 설계에서의 페일세이프라는 사고방식이 인간 사회에는 결핍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반성에서 민주주의와 입헌 정치가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 p.30 line 13 ~ p.31 line 1
생각지 못한 원인으로 실패하는 경험을 여러 번 겪으면 그 원인을 '생각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중요한 계획이라면 여러 사람이 확인하는 것으로 실수를 피할 수 있는데, 혼자서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것도 시각의 문제였다는 증거다. 객관적으로 되지 못하고 주관적인 예측에 의지하기 때문에 실수를 가정하는 것이 충분하지 못하게 된다. - p.38 line 2~8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을 찾기보다 실제로 존재하는 결함을 바로잡는 것이 간편하고 확실한 효과를 얻기 쉽다. 할 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 p.44 line 3~5
정의는 절대적인 것이라서 모두가 똑같이 지향해야 한다. 정의에서 벗어난 것은 사회가 비난한다. 정의를 지향하는 것으로 이상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낙관이다. 원래 정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정의가 절대라면 법원은 필요 없다. 많은 다툼은 서로의 정의가 충돌하는 현상이다. 오히려 정의를 지키려고 전쟁이 발발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비관이다. - p.56 line 5~11
책을 읽을 때도 거기에서 문제를 찾아 나름대로 풀어보는 것이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연습이 된다. 문제를 찾는 것 자체가 이미 생각하는 행위인데, 이것을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문제집 같은 책을 통해 차례로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 - p.86 line 13~17
타임 이즈 머니(time is money). 시간이 돈보다 가치가 높은데, 때에 따라서는 이것이 역전하기도 한다. 이 세상의 문제 대부분은 시간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물론 시간도 돈도 무한히 쏟아붓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환경에서든 반드시 한도가 있다. - p.124 line 15 ~ p.125 line 1
마찬가지로 가령 인간이 실행하는 일이라면 과거의 실패를 바탕으로 스스로 반성하고 수정할 것이다. 즉 성장한다. 이렇게 되면 과거의 데이터대로 되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 p.131 line 11~13
과거 일의 좋고 나쁨을 평가해봤자 이미 일어난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가령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올 수 없다. 고장 난 것은 수리해 원래 상태가 될 수 있지만 고장 났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경험한 것을 의도적으로 잊을 수 없다. 컴퓨터의 데이터처럼 한 번에 깨끗이 삭제되면 좋겠지만. - p.140 line 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