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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의 정의로운 사전 - 정의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박일환 지음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세상, 정의로운 나라에서 살아가기를 바랄
거예요."
작가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하는 책의 첫 구절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지금 자신이 현재
처해진 상황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세상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어렸을 때 이런 꿈을 갖기는 쉽지
않다. 생활 반경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과 모두가 평등한 관계인 학교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의 어둠을 보지 못한 채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많다.
이 책은 어린 나이에 사회의 어둠을 보게 해주는 책이다. 책은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기 위해 알아야 할 30가지 용어를
풀어서 설명해준다. 첫 번째 장인 '자유'와 두 번째 장인 '평등'을
읽고 오랜만에 좋은 책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은 책의 마지막 장인 '생명 윤리'까지 이어졌다. 작가가
머리말에서도 언급했지만, 책에서 다른 30가지 용어는 각각
책 한 권으로 써도 될 만큼 깊이 있는 주제다. 대학생인 나도 대학 과제로 제출한 주제도 있다. 저자는 다루기 힘든 주제를 열네 살의 눈높이 맞춰 설명했고, 완벽히
성공했다.
책에 등장하는 주제 중 '참정권'이나 '난민', '페미니즘' 등은 여야 국회의원들도 뜨거운 공방을 펼치고 있는 민감한 문제이다. 작가는
이런 주제에서 형평성을 잃지 않은 채 양쪽의 입장을 모두 설명한 후 정의로운 사회에 좀 더 부합한 결론을 제시한다. 그리고 모든 장의 마지막에 '생각해보기'라는 부분을 만들어 이 책을 읽는 학생들로 하여금 책에서 미쳐 다루지 못한 생각을 채워준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열네 살 정도의 청소년을 위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내용은 성인이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게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론 아이 혼자 읽게 하는 것이 아닌, 부모와 함께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책의 내용을 차근차근히 따라가 각자가 생각하는 아름답고 정의로운 세상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모와 아이가 서로 이야기해봤으면 좋겠다. 부모는 기존 사회를
바라보는 아이의 창의성을, 아이는 기존 사회에 살아가는 부모의 경험을 공유해봤으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고 정의로운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각자 아름답고 정의롭다는 세상은 모두 다르다. 현재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
관료나 재벌 기업의 자제는 빈부격차가 심한 세상이 아름답고 정의로운 세상일 수 있다. 반대로 아무것도
없는 저소득층이나 성소수자 같은 경우엔, 빈부격차가 없는 사회,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이 없는 사회를 아름답고 정의로운 세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떤 사회를 아름답고
정의로운 사회라고 규정짓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이 책은 힘든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