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의정서 1
앨런 폴섬 지음,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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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에서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가 다른사람을 선택해 가정을 꾸렸음에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의심치 않았던 남녀. 그 여자에게 급박한 전화를 받고 달려간 남자는 그녀가 남편과 아들을 비행기 사고로 잃은지 3주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의로 주입된 박테리아 감염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가슴에 간직한채 거리로 나선다.

그녀의 병실에서 그와 마주친 다른남자. 미국대통령이자 그녀의 남편과 절친한 친구였던 그는 친구가족의 죽음을 마음에 새길틈도 없이 바쁜 순방길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운명에 처할 위기에 놓이자 필사적으로 탈출하게 된다.

 

만화 '두 사람이다'는 이무기로 승천하려던 뱀을 죽여 저주를 받은 가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세대마다 주변인물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는 한사람. 누구에 의해 죽임당할지 모르기에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주인공은 괴로움에 소리친다. 왜 나냐고,,, 거기에 뱀도 소리친다. 왜 나냐고,,,

만화와 소설의 주인공들은 한가지 괴로움에 직면해 있다. 주변인물들을 믿을 수 없다는것.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이 한순간 나의 생명을 노리는 반전의 상황에, 그리고 내 주변인물들이 모두 도청당하고, 감시당할 것이 뻔해 어디로 연락할수도,, 찾아갈수도 없는 상황에 주저앉고 싶지 않을 이가 어디있을까. 하필이면  왜 나냐고,, 소리치고 싶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것인가.

 

사랑했던 여인 캐럴라인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마틴과, 참모진들의 거대한 음모앞에 생명을 담보로 그들에게서 탈출한 대통령 해리스. 어느 하나 피할곳없는, 통신의 도청, 거대한 수사인력앞에서 너무도 조그마하기만 한 땅덩어리를 미로처럼 피해다니는 여정은 그들의 만남을 통해 극대화된다. 세계의 지도자들을 자기들 손에 넣고 암살과 꼭두각시 세우기의 달인노릇을 자처하는 비밀스런 모임. 이 거대한 모임에 맞서려는 극히 초라해보이는 이 두사람은, 그러나 주인공이기에 믿음직스럽고 지혜롭다. 과연 주인공답게 작가가 입혀주는 혜택을 톡톡히 누리는 이들.

 

오랫만에 스릴러 소설을 읽은 탓이었을까. 빨간표지속 검은인물이 향하는 시선을 파악하지 못하면서 시작된 떨림은 1권을 덮을때까지 계속되었다.

'안돼,, 그도 그 모임의 사람일지 몰라, 연락하면 안돼,, 대니얼스,, 어서 대통령을 찾아서 그를 지켜줘,,'등등. 일방적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독자임에도 책속으로 빠져들어 헤어나오기가 힘들었다. 미국 액션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이 책에 몰입할 수 있는건 스릴러 장르의 매력인것일까, 작가의 탁월한 솜씨 때문일까. 무엇이든지 간에 나에게 스릴러 장르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것만은 확실한 거 같다. 2권이 옆에 없다는게 이다지도 아쉬울수가. 단숨에 읽어가게 만든 이 작품은 절대 띄엄띄엄 읽어선 안되는 소설이다. 너무 뛰지 않게 심장을 부여잡고 끝까지 읽어나간다면 독한약을 먹은 것처럼 멍한 기분으로 책을 잡게 될 것이다.

그에 대한 처방은 당연히 2권이 내려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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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in 오스트리아 - 모차르트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6일간의 여행
이재규 지음 / 예솔(예솔기획)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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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책장에 꽂혀있던 위인전집속에서 나만큼이나 작은 소년이었던 모차르트를 만났다.

반짝반짝 작은별,, 이란 귀에 익은 노랫말을 책속에서 만났고, 피아노 의자에 앉아 신나게 누나와 함께 건반위에서 손을 움직이는 모습, 아버지와  함께 음악여행을 하는 동안 마차안에서 밖을 쳐다보던 모습의 그를 만났다.

사람이란 비슷한 것만을 기억하려 하는 것인지 시간이 훌쩍 흐른 지금도 어렸을적에 보았던 그 모습만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미소를 짓게 한다.

영화 속 그의 장난꾸러기 같은 환한 웃음이 어릴적 책 속에서와 같은 이미지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귀엽고 활발했던 그를 다시 만난것은 세월이 훌쩍 흘러 태교음악으로 유명한 그의 음악들을 듣기 시작하면서였고, 그와 함께 찾아온 이 책을 통해서였다. 유명세에 비해 단편적으로밖에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게 인간 모차르트를 알게 해 준 이 책. 단순한 음악천재로만이 아닌 생활고로 인해 고통받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그가 사랑하는 음악에 대한 창착으로 온몸을 짜내는 노력을 했던 위대한 음악가였던 한 사람을 만나게 해준 책이었다.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오스트리아 곳곳을 탐험할줄 알았던 내 예상과 다르게 책은 제목처럼 오스트리아 거리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거리의 발자취를 따라 모차르트의 삶의 곳곳을 끄집어 낸다. 그가 태어난곳, 살았던곳, 음악여행을 다녔던곳, 곳곳에서 머물렀던곳, 공연을 했던곳,  등등.

6일동안 벅찬 일정들을 소화했겠다 싶을 정도로 흐름은 빠르게 이어져가고, 모차르트 만이 아닌 반가운 이름들을 책속에서 만나는 재미까지 찾아볼 수 있다.

김영하의 '현장독서법' 대로 오스트리아에서 읽으면 얼마나 좋으려냐만은 형편에 따라 책이 도움을 주니 어찌 반갑지 아니할소냐 하며 읽어갔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려운 오스트리아 거리 이름은 어느정도 열중해가던 나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고, 자주 등장하는 흑백의 작은 사진들은 미완성된 콘크리트 건물마냥 내 맘을 답답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 컬러사진이 나오면 그 아름다움에 어찌나 감사하던지. 저자처럼 그 도시에 가서 직접보면서 느끼며 흑백 책에 생기를 입히고 싶은 강렬한 열망으로 읽다보니 어느덧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억에 남는것은 잘츠부르크를 여행한 넷째날이었다. '소금의 성 또는 소금의 도시'라는 의미를 가진 이 곳은 모차르트의 고향이며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1년동안 공연되는 각종 장르의 음악과 연극은 무려 4000회가 넘는다고 하며 인구 15만명의 도시에서 모차르트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3명중 1명이라고 하니 모차르트에 대한 유명도와 그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 그리고 상술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천재라 불리며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모차르트.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모차르트도, 위인전기에서 서술한 모차르트도 인간 모차르트에 대한 전부는 아닐것이다. 많은 책을 읽으며 그의 삶과 면모를 짜맞춰봐도 정확히 알수는 없겠으나 좋아하는 음악가라면 내가 사랑하는 이미지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 이미지에 그에 대한 지식을 덧붙이는 것일뿐.

 

늘 사랑스러운 꼬마소년이였던 그를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그가 태어난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해서 자취를 훑는다는것 또한 새로운 매력이었다. 오스트리아와 모차르트를 사랑하는 이라면 충분히 읽어볼만한 책이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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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 실크 팩토리
타시 오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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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인훈의 '광장'에서 주인공인 명준이 광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중 장학관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딸에게는 프랑스로 유학보내주는 좋은아버지, 그러나 깨끗한 교사를 목자르는 나쁜 장학관.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역사또한 마찬가지이다.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이해관계에 따라, 호감 혹은 편견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다. 어떤것이 그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일까. 그리고 그 평가를 그 사람의 본 모습이라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하모니 실크 팩토리'는 조니 림이라는 사람에 대한 세 사람의 평가이다. 그의 아들인 재스퍼, 그리고 부인인 스노, 친구인 웜워드.

 

다른 관점으로 조니 림에 대해 기억하는 그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조니 림은 뿌연 안개속에 있는 인물같다. 어떤 모습이 그의 실제 모습일지, 세 사람의 말을 듣고나서도 종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돌려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거 아닌가 싶다.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인생의 일부분인 이를 완벽하게 기억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데 남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들은 자신의 생각대로 조니림을 바라보고있는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으로 그를 평가하고 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가는 재스퍼, 결혼하고서도 자신의 삶에 동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남편을 바라보며 언제나 그를 떠날 준비를 하며 일기를 쓰는 스노, 첫인상에 대한 강렬함에 그를 따라 협곡으로 들어오는 웜우드.

 

자신을 채워주지 못하는 남편으로 인해 쿠니치카와 웜우드를 삶에 끼어들게 한 스노나, 사랑앞에서는 생애에서 첫 친구라 믿었던 이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웜우드를 보며 진정으로 조니림을 알고 싶어하고 애증으로 가득찬 이는 재스퍼가 아니었나 싶었다. 적어도 재스퍼의  삶과 기록의 중심은 조니림으로 가득채워져 있으니까.

 

세 사람의 증언도, 조니림을 완벽하게 독자앞에 세워주지 못한다. 미완성인 채로 독자앞에 서있는 조니림. 얼마나 많은 이들의 증언이 있어야 온전한 한사람의 인생이 서술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모습을 어찌 그 사람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이 사람을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우리의 시야가 얼마나 좁은 것인지 이 책을 통해 다소나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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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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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지영 작가의 <아주 가벼운 깃털하나>에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어서 처음부터 잘할 순 없지만 날마다 연습하면 어려운 역경들을 벌떡 들어올릴수 있다고. 아파할 줄만 알았지, 마음을 훈련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가장 안쪽의 마음도 연습할 수 있는데 남들에게 내 자신을 내보이는 말하기라는 것도 연습이 필수가 아닐까 싶다.

공부라는 틀에 갇혀 책과 대화하다가, 타지에 와서 아는이도 없는 곳에 떨어졌을때 나의 대화상대는 극히 제한되었고, 이제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 싶었을때는 막막하기만 했다. 처음 만나는 이들과의 어색한대화, 그리고 친했던 이들과의 대화에서마저 막혀버리는 기분. 뭔가 날 확 뚫어줄 수 있는 도구가 절실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나의 흥미를 끌기에 아주 적절할때에, 적합한 제목으로 등장해주었다.

 

책을 전체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설계도인 목차. 설계도에서 모든게 끝나버리는 책들을 많이 보았기에 이 책은 어떤 내용들을 전개해 갈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재료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서울대에 가서 이 강의를 들을 수 없으니 강의를 듣는다는 기분으로 에 전념코자 했다.

저자는 말하기라는 것의 광범위함과  그 중요성,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말하기 방식을 갖추라는 당부로 책을 시작한다. 말은 타인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며 내가 내뱉은 말에 따라 나를 얽맬수도, 해방시킬수도 있다면서 말하기가 어렵다면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몰토크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책은 스피치, 대화, 인터뷰, 토론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풀어져가는 주제아래  key로 핵심포인트를 짚어주고 마무리를 해서, 간혹 정리가 안될때는 포인트를 통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강의를 듣는 듯한 상세한 설명, 그리고 말하기에서 느꼈던 곤란한 점들을 꼭 내 마음을 아는것마냥 짚어주어서 공감대 형성을 할 수 있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일화에서 보여주듯이 사람들이 대통령의 말이라도 일상적으로 얼마나 건성으로 듣고 사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리더가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또한 적극적으로 말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활발한 친구들이 많았고,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라고 생각해왔으나 책을 통해 다시 돌아보니 진정 내가 청취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엇다.

또한 '의'의 발음 세가지등, 모국어라는 편견아래 내가 얼마나 국어를 등한시했는가에 대해 반성 하는 시간이 되었다.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 처음엔 읽기가 힘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정작 내가 필요한건 일상적인 대화라는 생각때문에 다른 내용들은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이 내 삶에 언제 필요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작은 마음을 버리고 큰 마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의 인생을 발전적으로 보게 된 것이다. 내가 대중들앞에서 공적인 스피치를 하게 될 수 도 있고,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공적인 자리에서 토론을 벌일 수도 있는것이며, 다른이를 인터뷰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현장강의가 얼마나 소중할 것인지에 대한 갈증으로 애가 탔다. 입으로 직접 내뱉고 남의 의견도 청취해가면서 이 책을 학습해 갈 수 있다면 책으로 얻는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을 성취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리고 너무 광범위한 주제를 한 책에 다 담으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의문제기는 되었으나 거기에 대한 시원한 해결책을 얻지 못한채 나열되는 문장들에 답답하기도 했고, 예전에 접해봤었던 말하기 접근방식들도 소개되어서 조금 식상한 감도 있었다.

 

책에 있는 있는 이 모든것들을 줄줄 외운다고 하여 나의 말하기 방식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며,  나의 생활무대가 갑자기 바뀌는 것도 아니다. 책에도 언급했듯이 진정한 것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줄 아는 배려와 진정성이다. 달변가라도 마음을 담지 아니하면 허무함을 주기 마련이고, 말을 더듬는 사람이라 하여도 그 마음에 진실과 따뜻한 마음이 배여있다면 분명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바탕이 내 마음에 깔려 있어야 이 책의 내용들을 하나하나 연습하여 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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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공부, 사람공부 - 옛 그림에서 인생의 오랜 해답을 얻다
조정육 지음 / 앨리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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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물밑듯 쏟아지는 예술작품들에 정신차리지 못하는 날들이다. 창조적이지 못하면, 대중들의 관심을 단숨에 사로잡지 못하면, 잊혀져가는 어제의 그늘로 밀려나기 마련인 21세기. 고전의 풍요로움과 안정감이 주는 평안함에 빠져보겠다 관심을 돌려보면 그 자리엔 항상 유명한 서양화가들의 작품들과 그에 대한 해설로 이미 자리가 꽉차버린 느낌이다. 책장을 채운 몇안되는 그림책역시 이름한번 들어봤음직한 서구의 작가들이 책장을 여는 곳곳에서 반갑게 아는 척을 한다. 문득 그리워진 묵직함.. 화려한 도시생활에서 마음을 자극하는 고향에 대한 향수랄까.  어쩌면 이렇게 정신없는 세상 속에서 필요한 것은 자연의 수더분함과 고요한 향기가 아닐까. 그나마 학생시절 미술교과서에서 소개되었던 동양화 몇점들마저 희미한 무채색처럼 소리없이 사라져 있는 시점에서, 시기적절하게 만난 이 책은 나의갈증을 안다는 것처럼  읽는 내내 서서히 나의 이유모를 삶에 대한 갈증을 고요한 울림으로 평안하게 채워주었다.

 

1,2,3장으로 구성된 책은 각장마다 새로운 전달 방식으로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1장에서는 구도를 제시해 동양화보는 법을 알려주어, 알지 못했던 지식들을 습득하는 동시에 인생지혜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림을 통해 선배들이 전해주는 인생살이 속의 조언들, 2장에서는 그 귀한 조언을 한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3장에서는 한,중,일의 굴곡많은 삶을 살았던 화가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우도록 해준다.

 

내가 접해보지 못했던 그림들은 나에게 새로운 그림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때로는 거칠기도, 부드럽기도, 섬세하기도 한 붓놀림은 마음을 차분하게 이끌어주며 그림도 철학이라는것을 전달하고 있었다. 무심한듯 스쳐가는 몇번의 붓놀림에 완성되는 형체들에서는 경탄이, 세심하게 산중턱 암자의 인물까지 표현해내는 정교함에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두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곳곳의 숨은 찾기. 그저 눈길한번 스쳐감에 발견하지 못했을 곳곳의 배치들은 저자의 친절한 설명덕에 그림을 샅샅이 훑어보는 기술까지 나에게 더해주었다

 

그림역사의 딱딱한 서술이 아닌, 동양화들을 한점한점 소재삼아 그 그림이 주는 느낌과 가르침을 우리 생활에 적용해 서서히 물들이는 에세이들,

살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책 안에서 보며 느껴가는 감동들은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이었다.

 

칠십이 되도록 벼슬하나 하지 못하고 자신을 알아줄 사람을, 때를 기다렸던 강태공, 비록 마누라가 도망치고, 미늘 없는 낚시 바늘을 드리운 채 하릴없이 세월을 낚았던 초라한 모습으로 그림에 등장하지만 결국 문왕을 도와 주나라를 여는 공신이자 높은 자리의 인물이 될 수 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칠십년을 버틴 그를 보며 불완전하고 나약해 보이는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겨난다.

사찰의 중심이 되는 대웅전을 구성하는 가장 잘생기고 좋은 목재들, 그러나 훌륭한 목재들로 채워져야 할 청룡사 대웅전의 중심에 심하게 휘어진 기둥. 그 기둥을 보며 나도 어딘가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 신에게서 소중한 생명을 부여받은 가치있는 존재라는 가르침을 얻어간다.

김명국의 '설경산수도',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비조산모설'에서는 고단한 밥벌이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고단함. 배경이 아닌 점과 같이 그려낸 인물들로 촛점을 돌리면서 사람을 보게 된다. 어느 시대나 세상을 고단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나가는 사람들. 그 세상 속에는 한국도, 일본도, 서로에 대한 미움도, 억울함도 사라지고 만다.

 

그림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새로운 삶의 철학방식 하나를 선물받은 시간이었다.

삶을 통해 깨달은 인생을 그림속에 펼쳐낸 옛선조들의 지혜. 그 지혜를 삶에 투영된 에세이로 나직이 말해주는 저자로 인해 많은 것을 느끼며 읽어나갔고,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가슴 가득 파고 들어온 너무 좋은 글들로 인해 따뜻해진 마음을 계속 부여안고 가고 싶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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