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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 실크 팩토리
타시 오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최인훈의 '광장'에서 주인공인 명준이 광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중 장학관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딸에게는 프랑스로 유학보내주는 좋은아버지, 그러나 깨끗한 교사를 목자르는 나쁜 장학관.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역사또한 마찬가지이다.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이해관계에 따라, 호감 혹은 편견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다. 어떤것이 그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일까. 그리고 그 평가를 그 사람의 본 모습이라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하모니 실크 팩토리'는 조니 림이라는 사람에 대한 세 사람의 평가이다. 그의 아들인 재스퍼, 그리고 부인인 스노, 친구인 웜워드.
다른 관점으로 조니 림에 대해 기억하는 그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조니 림은 뿌연 안개속에 있는 인물같다. 어떤 모습이 그의 실제 모습일지, 세 사람의 말을 듣고나서도 종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돌려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거 아닌가 싶다.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인생의 일부분인 이를 완벽하게 기억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데 남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들은 자신의 생각대로 조니림을 바라보고있는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으로 그를 평가하고 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가는 재스퍼, 결혼하고서도 자신의 삶에 동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남편을 바라보며 언제나 그를 떠날 준비를 하며 일기를 쓰는 스노, 첫인상에 대한 강렬함에 그를 따라 협곡으로 들어오는 웜우드.
자신을 채워주지 못하는 남편으로 인해 쿠니치카와 웜우드를 삶에 끼어들게 한 스노나, 사랑앞에서는 생애에서 첫 친구라 믿었던 이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웜우드를 보며 진정으로 조니림을 알고 싶어하고 애증으로 가득찬 이는 재스퍼가 아니었나 싶었다. 적어도 재스퍼의 삶과 기록의 중심은 조니림으로 가득채워져 있으니까.
세 사람의 증언도, 조니림을 완벽하게 독자앞에 세워주지 못한다. 미완성인 채로 독자앞에 서있는 조니림. 얼마나 많은 이들의 증언이 있어야 온전한 한사람의 인생이 서술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모습을 어찌 그 사람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이 사람을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우리의 시야가 얼마나 좁은 것인지 이 책을 통해 다소나마 느낄 수 있었다.